제도권 교육(공교육)이 지닌 문제점을 극복하고,보완하기 위한 방안으로 기독교계 일각에서 다양한 형태의 대안(代案,alternative)교육이 시행되고 있다. 제도권 교육이 지식전수와 상위학교에의 진학에 대해 집중되고 있는 반면,기독교계에서 진행되고있는 대안교육은 바람직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시키기 위한 인성교육과 공동체성을 기르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시행된 지 역사가 오래지 않아 아직은 미흡한 점들이 있기는 하나 인성 및 가치관 교육에 힘을 쏟고있는 기독교계 대안학교들은 우리의 교육현장이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부분들을 메워줄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되는 바가 크다. 실태와 장점 등을 3회에 걸쳐 소개한다.

지난 6일 오전 서울 갈현동 W빌딩 4층 로고스 크리스찬 아카데미 교실. 10여명의 학생들이 4∼5평 남짓한 조그만 교실에서 미국인 교사의 질문에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번득이며 대답을 쏟아내고 있었다.

2000년 3월 설립된 이곳은 전체 학생이라봐야 22명이 전부인 기독교계 대안학교다.기존의 기독교계 학교가 성경을 형식적으로 공부했다면 이곳은 모든 학생들이 매일 오전 9시부터 20분동안 성경읽기와 찬양,기도로 하루를 시작한다. 이것도 부족해 일주일에 2시간씩 영어성경을 따로 공부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곳이 성경만 공부하는 것은 아니다.기초과목인 수학,영어,과학 등은 물론 음악과 제 2외국어 등 특수과목도 배운다. 교사는 풀타임 3명에 파트타임 4명인 조그만 대안학교지만 음악과 같은 특수과목은 외부 강사와 학부모들이 번갈아 가며 도와주고 있다.

이곳의 수업은 국어를 제외하고 될 수 있는 한 모두 영어로 진행된다. 마침 기자가 찾아간 이날 오전은 4일 개학한 뒤 처음으로 모든 학생들이 모여 성경을 영어로 공부하고 있었다. 메릴랜드대 출신의 미국인 교사 노아 하스씨(Noah Huss·25)는 칠판에 글씨를 쓰기 시작했다.

What is a human?(사람이란 무엇일까?),What is a christain?(크리스찬이란 무엇인가?),What is a problem you see in today’s church?(당신이 본 오늘날 교회의 문제는?) 등등 몇가지 질문을 칠판에 적은 하스씨는 아이들의 반응을 지켜봤다.

Human is a creation of a God. God made us to serve God. Human has sin that why we have to ask forgiveness.(인간은 신의 창조물이며 신이 우리를 신에게 봉사하도록 만들었다. 인간은 원죄가 있기 때문에 신에게 용서를 구해야 한다) 한 아이가 영어로 능숙하게 적어나갔다. 그러자 하스씨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곳의 학생은 모두 기독교 신자로 부모를 따라 외국에서 살다온 아이들도 있지만 일반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아이들도 있다.

지난해까지 서울 신화중에 다니다 이곳 10학년 과정(고1)에 입학한 오세현군(17)은 “영어로 하는 수업이 따라가기 쉽지 않지만 선생님이 알때까지 차근차근하게 알려줘서 편안하다”고 말했다. 옆에 앉은 김진수군(17)도 “좋아하는 음악을 더 공부하기 위해 미국이나 영국으로 가서 공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홈스쿨링을 통해 아이들을 가르친 적이 있는 하스씨는 “아이들에게 영어에 대한 스트레스를 주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언어를 받아들이고 기독교 정신을 배울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50분에 걸친 성경수업이 끝나자 아이들은 각자 학년에 맞게 책상별로 흩어졌다.우리의 중학교 2년 과정에 해당하는 8학년 과정을 배우고 있는 권주희양(15)과 최유수군(15)도 조그만 교실로 이동했다. 이들은 그 날 공부할 범위에 해당하는 수업진도 목표를 스스로 정하고 교사로부터 1대 1 개별지도를 받는다.

권양은 단어수준을 높이기 위해 단어를 영어로 풀어내는 Word Building과 과학과목 10쪽을 학습하기로 최군과 의논했다.

또다른 교실. 3명의 아이들이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열심히 영어를 따라 읽고 있었다. 영어실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을 위한 보충수업을 하는 곳으로 교사인 김성혜씨(27·여)는 아이들의 발음을 하나하나 신경써서 교정했다.

“경일아 Jacob was Joseph’s father 라는 문장을 읽어봐”

김씨가 지시하자 경일이는 또박또박 문장을 읽어내려갔다. 중1로 7학년인 유경일군(14)은 다음 문장인 ‘Jacob gave Joseph a coat of many colors’도 자연스럽게 읽어 내려갔다.

김씨는 “아이들이 영어에 대한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천천히 가르치면서 완전하게 이해할 때까지 반복학습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실제로 이곳은 아이들이 어떤 분야를 이해하지 못할 경우 이해할 때까지 가르친다. 그래도 따라가지 못할 경우 방학을 이용해 특별교육을 실시하기도 한다.

학교측은 이곳이 정규학습기관이 아니라는 점 때문에 학부모가 불안해 할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시간이 끝날 때마다 이해도를 측정하는 구두시험(오럴테스트)을 실시하며 보고서를 반드시 작성토록 하고 있다. 또 미국이나 유럽에서 인정되는 미 캘리포니아주 학력측정시험(CAT)을 사용해 기말고사를 실시하고 있다.

김바울 교장은 “아이들이 올바른 품성을 갖고 기독교적인 사고를 가진 사회인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 이곳 대안학교의 목표”라면서 “올해 졸업생 3명이 캐나다와 스위스에 있는 대학으로 각각 진학해 학교로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이제훈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