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까지 학교도서관 활성화

시디롬·전자책등 다양한 자료 확보

교과와 연계 도서관 수업 할수있게

학교도서관이 학생들의 탐구학습, 자기주도적 학습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올해부터 닻을 올린 학교도서관 활성화 사업과 2001년부터 시작된 학교도서관 정보화 사업에 의해 구축·운영되는 디지털도서관 사업이 바로 그것이다. 학교도서관 활성화 계획은 매년 1200개의 초·중등 학교도서관에 콘텐츠 확충을 포함한 기반환경을 조성하고, 학교도서관을 활용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도록 추진하는 사업이다. 2007년까지 5개년 계획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학교도서관은 기존의 자습실 기능에서 벗어나, 아이들이 읽고싶은 책과 필요한 정보를 찾을 수 있는 공간, 신나는 학습이 가능한 공간으로 바뀔 것이다.

경기도 안산 성포초등학교 3학년 사회수업 시간. 아이들이 교실을 떠나 학교 중심에 위치한 도서관을 찾는다. “모둠별로 역사소설을 하나 선택해 읽고, 등장인물에게 시대상황이나 배경에 대해 궁금한 사항을 편지로 물어보고, 모둠의 다른 친구가 답장해보기”라는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서관을 찾아 공부하는 날이다. 읽어야 할 역사소설은 이미 학교 홈페이지에 교사가 추천해 놓은 도서정보를 읽고 선택해 놓은 상태이다. 어떤 모둠은 전자책으로 이미 줄거리를 읽었으며, 어떤 모둠은 도서관에 도서대출을 예약해 놓은 상태다. 단순히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는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찾아야 할 정보가 많다. 아이들의 발걸음이 바빠진다.

“학교도서관에는 인터넷이나 시디롬(CD-ROM) 등에 담겨져 있는 디지털정보뿐 아니라, 도서정보를 비롯한 각종 인쇄자료, 교구 등 여러 학습자료들이 비치돼 있기 때문에, 아이들의 정보탐색 활동이 그만큼 다양해질 수 있습니다.” 성포초등학교 이정원 교사의 말이다. 그는 “학교도서관은 그저 조용히 책이나 읽는 공간이 아닙니다. 아이들이 필요한 정보를 찾아 이리 저리 움직이기 때문에 아이들끼리의 토론 활동도 활발해질 수밖에 없읍니다”라고 말했다.

학교도서관이 이런 공간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우선, 학교도서관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재조명이 필요하다. 학교도서관은 그 자체로서 의미가 있다. 점심시간에, 방과후에 내가 읽고 싶은 책이나 보고 싶은 영화를 빌려 편안히 읽고 볼 수 있는 휴식 공간이어도 좋다. 하루에 한번쯤은 부담없이 들를 수 있는 공간이 하나쯤은 학교에 있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학교도서관이 교육과정과 연계되어, 교과시간, 재량활동 시간에 아이들의 정보탐색·활용·분석 능력을 키워줄 수 있는 창의적인 학습공간이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런 역할이 이뤄지는 학교도서관을 만들기 위해서는 시설 등 환경, 콘텐츠 확보·관리, 교육과정 연계·개편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학교도서관살리기국민연대 정원임 사무국장은 “좋은 학교도서관을 만들기 위해서는 편안하게 정보를 찾을 수 있는 공간이 확보돼 아이들이 원하는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도록 조성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보와 자료의 확보도 다양한 측면에서 고려돼야 한다. 학교도서관이 일차적으로 확보해야 할 자료는 ‘도서’다. 다만 도서의 형태가 인쇄자료일 수도 있고, 전자책 등 멀티미디어일 수도 있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모니터를 통한 정보의 습득에 이미 익숙해져 있다.

자료의 효율적 관리도 중요하다. 학교도서관 활성화 방안으로 추진되는 학교도서관 정보화 사업, 곧 디지털도서관 구축은 학교도서관의 자료 등록·관리·활용을 지원하는 것이다. 2001년도에 93개교, 2002년도에 123개교가 디지털도서관을 구축, 학교도서관의 소장정보를 손쉽게 등록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전국 1200여개의 학교도서관에서 이 시스템을 활용할 계획이다. 학교도서관을 찾지 않아도 도서관의 정보를 아이들이 어느 곳에서든지 확인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학교 홈페이지에 디지털도서관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이 교육에 접목되면서 학교가 크게 변하고 있다. 교실마다 멀티미디어 정보를 보여주기 위한 프로젝션 텔레비전이 설치되어 있고, 정보를 탐색하기 위한 컴퓨터실이 마련돼 있다.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수업이 교과활동과 연계되어 이뤄지기도 한다. 이런 변화는 모두 학교교육을 견실히 하기 위한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이제는 학교도서관을 바라봐야 한다. 곧 교과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교실에서의 수업내용과 전략이 있듯이, 학교도서관에서도 교과와 연계돼 이뤄질 수 있는 특화된 목표설정 영역과 활동, 그리고 자료가 확보돼야 한다. 학교도서관을 활용한 수업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다. 학교도서관에서 진행되는 수업의 목표는 다양한 정보를 찾아 판단하고 분석해 내 정보로 만들고, 발표와 토론을 통해 내면화하는 능력을 높이는 것이다. 교과서와 인터넷 검색을 통한 단순한 정보습득이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자료가 모여져 있어야 한다. 이런 교육과정과의 연계 속에서 학교도서관은 제자리를 찾을 수 있다.

김진숙/한국교육학술정보원 연구위원 (한겨레 함께하는 교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