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돈암초등학교 홈페이지의 토론방. \'통신 은어\'에 대한 어린이들의 찬성·반대의 글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열띤 논쟁이 펼쳐지는 우리 학교 토론방은 불볕 더위처럼 뜨거워요.”

서울 돈암초등학교(교장 윤기헌)는 5ㆍ6학년 어린이 570 명을 대상으로 여름 방학 내내 학교 홈페이지를 통한 ‘제1회 사이버 토론 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여기서는 최근 어린이들 사이에도 널리 쓰이고 있는 ‘통신 은어’에 대한 찬반 토론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어 관심을 끈다.

여름 방학 시작과 더불어 문을 연 이 학교 홈페이지(http://www.donam.es.kr)의 ‘토론방’에는 날마다 수십 명의 어린이들이 찾아와 나름대로 논리를 갖춘 주장을 올리고 있다.

이번 토론의 주제는, <인터넷에서 흔히 ‘감사’를 ‘ㄳ’, ‘반갑습니다’를 ‘방가방가’ 등과 같은 통신 은어로 쓰는데, 이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것.

이런 현상을 비판하는 어린이들의 주장은 단호하면서 의젓하다.

‘편하다고 함부로 그런 말을 쓰면 자랑스런 우리글이 없어질지 모른다. 인간이 로봇화되는 느낌.’(전서전)ㆍ‘아무리 시대(時代)가 변해도 나라의 얼굴인 한글까지 변해 버리는 것은 옳지 않다.’(김원경)ㆍ‘이모텍스트(통신 은어)는 우리말이 아닌 외계어.’(유정은)ㆍ‘일제 시대 때 조상들은 우리말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목숨을 걸었는데, 지금 우리 스스로 우리말을 파괴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박희준)ㆍ‘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아니다.’(안효상)

여기에 팽팽히 맞서는 ‘찬성’의 주장도 만만찮다. ‘ㅋㅋ’ㆍ( - ) 등은 간결하게 뜻과 감정을 나타내 편리.’(최은혜)ㆍ‘인터넷상에서 이런 것을 사용하면 대화가 부드러워진다.’(김애린)ㆍ‘N세대인 우리에게 이모텍스트는 일상(日常) 언어이며, 유행어.’(손범기)ㆍ‘인터넷과 사람을 연결해 주는 끈. 친구들과 거리낌없이 사귈 수 있게 하는 윤활유.’(류현아) …….

이처럼 통신 은어를 찬성하는 주장에서는 개성과 새로움ㆍ당당함을, 반대하는 쪽에서는 깊은 생각과 든든함ㆍ올곧음 등을 느낄 수 있다.

이 토론은 방학 숙제의 하나이기도 하지만, 관심사를 주제로 삼아 많은 어린이들이 참여하도록 이끄는 중이다. 또 방학 동안 학교와 어린이들을 이어 주는 구실도 해 그 성과가 크다. 돈암초등은 개학하면 좋은 본보기글을 뽑아 시상하고, 책으로도 펴낼 예정이다.

윤기헌 교장은 “이번 사이버 토론 대회 덕분에 사고력ㆍ비판력과 아울러 스스로 학습하는 태도까지 길러진 것 같아 흐뭇하다.”고 말했다.

소년한국/강옥지 기자 ojkang@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