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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방법 및 사례
[창의력 수업] 혼돈 속에도 규칙은 있다
흰 돌과 검은 돌이 무질서하게 놓여 있다. 보통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의미도 없어 보인다. 그저 머리만 아플 뿐이다. 하지만 바둑을 잘 두는 사람은 그 속에서도 규칙성을 찾아낸다. 규칙성을 찾아냈기 때문에 바둑이라는 놀이를 할 수 있다. 바둑의 최고 전문가인 바둑 프로 기사가 제멋대로인 것처럼 보이는 돌을 흐트려뜨리고 나서 복기하는 것을 보면 신기하다. 바둑이 끝난 다음에 돌을 흐트려 놓아도 순서대로 돌을 다시 놓을 수 있다. 규칙성을 발견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돌로 담을 쌓는 건축가도 마찬가지이다. 서로 비슷하게 생긴 것처럼 보이는 그 많은 돌에서 모양의 특성을 금방 찾아낸다. 보통 사람들에게는 다 똑같이 생긴 돌일 뿐인데도 전문가는 어떤 돌을 어디에 놓아야 할 것인지를 금방 알아내는 것이다. 이 또한 돌의 규칙성을 찾지 못하면 불가능한 일이다.
프로바둑기사나 건축가도 처음에는 자기 앞에 놓인 돌이 제멋대로인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피나는 노력을 한 결과 그 속에서 규칙성을 찾게 되었을 것이다. 그 어떤 문제도 보통 사람의 눈에는 제멋대로이지만 전문가의 눈에는 규칙성을 가지고 있다.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람도 프로바둑기사처럼 문제가 가지고 있는 규칙성을 찾아내야 한다. 이 규칙성만 찾아내면 문제는 거의 다 해결된 것이다. 그래서 시작이 반이라는 것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한다는 것은 이미 문제가 무엇인지를 파악했다는 의미이다. 이제 제멋대로 존재하는 것 속에서도 규칙성이 있음을 살펴보자. 세계퍼즐챔피언십에서 출제되었던 문제이다.
○□□○+○○□□=○□○□○
○○□+○□□=○□○□
○○□○+○□○○=○○□□□
○□○+○○○=?
이 무질서하게 배열된 것처럼 보이는 사각형과 원의 배열 사이에 규칙성을 발견했는가? 쉽지 않은 문제이다. 바둑기사나 건축가가 돌을 처음에 잡았을 때의 불규칙한 상황과 비슷할 것이다. 잘 살펴보자. + 기호와 = 기호가 있는 것으로 보아 수식임이 분명하다. 이를테면 12 + 15 = 27과 같은 형태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한가지의 규칙성은 확인된 셈이다. 사각형과 원은 숫자이다. 그런데, 우리가 쓰는 일반적인 숫자로는 계산식이 성립하지 않는다. 맨 윗줄의 왼쪽 사각형에 해당하는 숫자는 = 표시 바로 뒤의 사각형에 해당하는 숫자와 같을 수가 없다. 따라서 이 숫자는 일반적인 숫자가 아니다. 이 정도의 발견도 문제 해결에 매우 의미있는 일이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사각형과 원밖에 없다는 점에서 두 가지의 숫자가 의미있는 배열을 이루는 수식임을 알 수 있다. 그 다음에 또 다른 규칙성을 찾을 수 있다.
왼쪽의 숫자 단위수가 = 표시 다음의 단위수보다 하나 더 적다. 그러니 ? 자리의 단위수는 4개가 되어야 한다. 이제는 이런 일이 가능한 상황을 찾아야 한다. 쉽지 않다. 일반적인 숫자를 사각형과 원 안에 대입하면 해결되지 않는다. 이 쯤해서 우리는 새로운 숫자 배열로 눈을 돌려야 한다. 0부터 9까지의 수가 배열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다른 방식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위와 같은 방식으로 시행 착오를 거치면서 보다 더 직관적인 문제 해결의 능력을 기르게 된다. 수식 문제이다. 두 개의 서로 다른 도형이 반복된다. 그렇다면 2진법일 가능성이 크다. 2진법이라면 이제는 사각형과 원에 0과 1이라는 숫자를 대입하면 된다. 2진법으로 정리한 다음에 이 수식을 10진법으로 고치면 ? 자리의 숫자는 금방 나온다. 12를 사각형과 원으로 나타낸 것이다.
임선하/현대창의성연구소장 creman@korea.com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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