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달사태가 계속되다가 지난해 수도권을 중심으로 반짝 모집정원을 채웠던 실업계 고교가 2002학년도에도 이런 추세를 이어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올해는 교육여건개선사업에 따라 학급당 인원을 35명으로 줄이는 데다 중학교 졸업생의 감소에 따른 정원감축까지 겹쳐 희망적인 견해가 늘어나고 있다.

16일 서울시교육청은 내년도 실업계 고교 입학정원을 올해보다 1226명 줄인 2만8300여명으로 잠정 결정했다. 아직 인문계 고교의 입학정원이 정해지지 않아 다소 유동적이기는 하지만 내년 입학대상인 중3 학생이 9천여명이 줄어들어 지원자수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학급당 학생수를 35명으로 줄이기로 한 교육여건개선사업에 따른 남는 인원을 학급증설보다는 모집정원 감축으로 흡수할 생각이다.

김선명 시교육청 과학산업교육과장은 “내년도 모집정원을 예년에 비해 소폭 줄였지만 올해 중학교 교장과 학부모를 상대로 홍보를 강화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 종전처럼 미달사태가 되풀이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공고·상고를 포함한 서울의 실업계 고교 정원은 지난 1997학년도 6만5000여명이던 것이 2001학년도에는 2만9590명으로 절반 이하로 줄었으며, 98~2000학년도에는 연속 미달사태를 빚었다가 2001학년도에 1.03대 1을 기록해 가까스로 미달을 면했다. (표 참조)

2001학년도 전국 16개 시·도교육청의 실업계 고교의 지원율도 19만3831명 모집에 18만9587명이 지원해 전학년도의 0.95대 1보다 약간 높은 0.98대 1을 기록했다. 서울과 경기, 광주, 울산이 정원을 넘었고, 지난 95학년도 경쟁률 1.20대 1을 고비로 계속 하락했던 경쟁률이 7년 만에 처음으로 상승한 것이다.

지난해 1.01대 1로 정원을 넘어섰던 경기도교육청 등도 비슷한 낙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의 관계자는 “모집정원을 지난해와 비슷하게 유지할 방침이지만, 지원자가 다소 줄더라도 40명 이상인 학급당 인원을 35명선으로 줄이기 때문에 오히려 학급증설을 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도시지역과 그밖의 지역의 편차가 큰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교조 실업교육분과 담당 하인호 교사(인천 선화여상)는 “그동안 모집정원 감축을 많이 한데다 특성화·학과개편을 실시했고, 최근에는 다시 실업계 수능의 신설이 논의되는 상황인데다, 학부모들의 인식도 바뀌어 몇몇 지역을 제외하면 대부분 정원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한겨레 김학준 기자kimh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