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교육방송 학습방식 바꿀까교육부가 17일 ‘사교육비 경감대책’을 발표하면서 〈교육방송〉 인터넷 강의 등을 확대하고 이 수능강의에서 수능시험을 출제하겠다는 방침을 밝힘에 따라, 수험생들의 학습방식에도 적잖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이날 교육방송의 수능 프로그램을 사전기획하는 단계부터 수능시험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협조해 프로그램을 제작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학생들이 언제, 어디서나 시청이 가능하도록 인터넷을 통해 교육방송 수능강의를 무료로 제공하는 한편, 프로그램의 수준도 학생의 능력을 고려해 상·중·하 등으로 나눠 제작하기로 했다.

물량 3배 늘리고 유명학원강사 출연
문답서비스·학업성취도 평가도 가능 이에 따라 교육부의 예상대로 학생들이 학원 교습을 포기하고 교육방송 수능과외 쪽으로 발길을 돌릴지 결과가 주목된다. 그동안 교육방송이 제공하는 과외 프로그램의 이용률(2002년 현재)을 보면, 방송 시청 학생은 고교 2·3학년생의 56%인 66만명, 인터넷 학습 이용자는 초·중·고생의 5%인 27만명에 그치는 등 전반적으로 저조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중급 수준의 학생을 기준으로 프로그램이 제작돼, 초급 및 고급 수준 학생의 학습욕을 충족시켜 주지 못했고, 방송 내용이 수능시험 출제경향을 직접적으로 반영하지 못해 학생들한테서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그는 “그러나 앞으로 수능방송 시청률은 80~85%로, 인터넷 학습 이용률은 40%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렇게 되면 연간 4500억~5500억원의 사교육비가 절감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부터 학생들은 양적·질적으로 향상된 수능방송과 인터넷 강의 등을 접할 수 있다. 지난해까지 연간 1200여편 정도 제작되던 수능 프로그램은 올해 3500여편으로 세배 가까이 늘어난다. 그리고 이른바 ‘유명 학원강사’가 방송에 출연해 최고 수준의 프로그램을 무료로 제공할 뿐만 아니라, 논술·면접 대비 프로그램이나 7차 교육과정에 따른 소수 선택과목 강의 등 ‘맞춤식’ 강의도 제공한다.

학생들은 또 자율학습을 하다가 모르는 문제가 생기면 사이버상에 조직된 ‘사이버학급’에 들어가 교과별 학습 도우미한테서 전문적 답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학생들은 교과·단원별 사이버 자기학력진단 및 전국단위 사이버 학력진단 평가에 참여해 자신의 학습 성취도를 평가할 수도 있다.

올해 고3이 되는 고선주(18)양은 “학원 다니던 학생들이 당장 교육방송을 듣지는 않겠지만, 교육방송 프로그램의 수준이 높아진 것이 확인되면 많은 학생들이 자연히 수능방송을 보며 입시공부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영덕 대성학원 평가실장은 “수능 위주의 입시제도 적용을 받는 중3~고3 학생들은 학교 수업과 자신의 수준에 맞는 인터넷 강의를 병행한다면 입시공부에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중2 이하 학생들은 입시에서 내신 비중이 높기 때문에 이번 조처의 혜택을 받을지는 미지수”라고 다소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김영인 기자 yiy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