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선 공부못해” 50%가 ‘티처보이’

사교육 참여 70%선…학원·과외중독 심각
교사시험·사시·토익등 성인도 과외병 확산

공교육이 초라해지면서 우리 나라 학생들의 사교육 참여도는 학교급별로 56~83%로 올라섰다. 세계에 유례가 없는 현상이다. 그렇다보니 다른 나라 교육계에는 없는 독특한 트렌드 용어가 최근 한국에서 만들어졌다. 이른바 ‘티처보이’다. 학원·과외에 중독돼 이젠 혼자서 공부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한 학생을 마마보이에 빗대 만든 신조어다.

실제 김양분 교육개발원 연구원의 설문조사를 보면, 이미 우리 나라 초·중·고교생이 절반 이상이 ‘자기 주도적 학습 능력’을 상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혼자서 스스로 공부할 수 있다”는 응답은 38.2%인 반면, “혼자서 도저히 공부할 수 없다”(8%)와 “혼자 공부하기에는 불안하다”(45.6%)를 합치면 53%나 되는 것이다. 학부모들의 51.8%도 “자녀가 학원에 가 있거나 과외를 받아야 마음이 편하다”고 응답할 정도였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에서도 그대로 나온다. 우리 나라 학생들의 ‘읽기’와 ‘수학’ 능력은 각각 6위와 2위로 회원국 가운데 상위권이었지만, 자기 주도적 학습능력을 나타내는 ‘읽기·수학 흥미도’와 ‘읽기·수학 자아개념도’에서는 각각 19위와 20위로 나타났다. 학원·과외에 의존하니 혼자 공부할 수 없게 되고, 점수 올리는 반복학습만 하다보니 주체적 학습능력, 학습 흥미, 지식 활용 등에서는 0점짜리 학생으로 길러진 것이다.

초·중·고생만 과외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다. 인터넷 과외 사이트에 가면 교사 임용시험 과외, 사법고시 과외, 토익 과외 등의 분야에서 수험생과 과외교사를 연결시켜주는 코너가 따로 있을 정도다.

외국인학교인 ‘코리아 인터내셔널 스쿨’의 최종구 이사는 “티처보이가 넘쳐나다보니 우리 나라의 학력은 진짜 학력이 아니라 진학중심의 학력, 곧 학교에 다닐 때는 과외교사가 넣어준 무엇인가를 머릿속에 잔뜩 넣고 있지만 사실은 쓸모없는 ‘왜곡된 고학력’의 사회”라고 진단했다.

한겨레 황순구 기자 hsg1595@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