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뇨증 어린이들 사회성 부족하다

야뇨증 어린이 '마음의 병'도 치료해야

야뇨증이 있는 어린이는 보통 어린이에 비해 정서적으로 매우 불안정하고 사회성 형성에 심각한 제약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야뇨증 자체에 대한 치료뿐만 아니라 사회성 발달 치료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88% 산만·96% 반항적
부정적이고 불안한 성향
약물치료땐 야뇨증 호전
심리적 문제가 지속되면
소아정신과 치료병행을

한국 야뇨증 연구회(회장 서울대병원 소아정신과 조수철 교수)는 9살 미만 어린이 375명(야뇨증 어린이 282명, 보통 어린이 93명)을 대상으로 야뇨증 어린이의 심리사회적 특성을 국내 최초로 연구한 결과 야뇨증 어린이의 88%는 주의가 산만하고, 96%는 반항적인 성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야뇨증 어린이는 또 보통 어린이에 비해 위축, 미성숙, 주의 집중, 비행, 공격성, 정서불안 등이 높으며, 40.8%는 낮 동안에도 오줌을 지리고 43.8%는 친척집이나 캠프에 갔을 때도 오줌을 싸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수철 교수는 “대다수의 부모들이 자녀가 야뇨증을 앓을 있을 때 단순히 통과 의례 정도로만 여기고 있어 병을 키우고 있다”며 “야뇨증 어린이의 경우 사회심리적인 장애를 겪을 수 있기 때문에 조기에 치료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이와 함께 부모들을 대상으로 야뇨증의 원인 및 치료방법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이 매우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야뇨증 어린이와 보통 어린이의 문제 행동 및 사회적 능력을 측정하는 조사 결과이다. 점수가 높을수록 심리사회적 문제가 있음을 뜻한다.

이번 조사 결과를 구체적으로 살펴 보면, 야뇨증 어린이들은 정상 아동들에 비해 자기 개념이 더 부정적이고 우울하며, 상태 불안 및 특성 불안 성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야뇨증 아동 282명 가운데 181명(64.2%)은 자기 자신에 대해 매우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우울증 및 불안 증상을 안고 있는 야뇨증 아동도 각각 165명(58.5%), 234명(82.9%)에 달했다. 반면 야뇨증 어린이들이 학업 성취나 또래 관계에서는 큰 어려움을 겪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야뇨증 어린이들의 수면 장애 정도를 알아보는 연구에서는, 야뇨증이 있는 그룹 중 57%가 아침에 자녀를 깨우기 힘들다고 응답했고, 이에 비해 보통 아이의 부모는 13%만 이에 해당된다고 대답했다.

가족력을 알아보는 조사에서는 야뇨증 어린이의 49.6%가 형제나 자매, 아버지, 어머니, 친척 등이 야뇨증을 앓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난 반면, 보통 어린이는 단지 6%만이 가족력이 있어 야뇨증은 가족력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료 경험을 묻는 질문에는 병원에서 약물치료를 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부모가 약 41.3%였으며, 약 10% 정도는 약국에서 약물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반면, 정신과적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야뇨증 어린이의 부모는 4.8%에 그쳤다.

야뇨증의 약물치료 전후 효과를 비교한 연구에서는 대다수의 야뇨증 부모들이 치료 이후 자녀의 주의산만, 반항 정도, 품행 문제 등이 크게 개선됐다고 답했다. 특히, 약물치료 전 79%가 1주일에 3번 이상 밤에 오줌을 쌌으나, 치료 후에는 6.2%로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 교수는 “친척집이나 캠프에 갔을 때 오줌을 싸는 증상도 치료 전 43.8%에서 치료 후 4.8%로 감소했으며, 치료 뒤 야뇨증상을 보이지 않은 경우도 29.2%로 나타나 야뇨증 치료를 위한 약물 치료가 매우 효과적임이 입증됐다”고 말했다.

반면에 약물치료 뒤 야뇨 증상이 좋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어린이들을 조사한 특성 불안, 우울증, 자기-개념 척도에서는 큰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조 교수는 “야뇨증 어린이들이 야뇨 증상과 관련해 자존심이 저하되고 열등감, 우울, 불안 수준이 높아진 것이 즉각적으로 변화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며 “야뇨증 증상이 호전되더라도 지속적인 행동, 심리적 문제가 있거나 심각한 정신 심리적 문제가 있을 경우에는 소아정신과적인 치료를 병행하는게 좋다”고 말했다.

한겨레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 어린이 야뇨증, 이럴 때는 꼭 전문가를 찾아야

- 5~6 살 이후에도 야뇨증이 지속된다.

- 5살 이전이라도 낮에도 옷에 소변을 지리거나 자주 소변을 본다.

- 5살 이전이라도 대변을 지리거나 변비가 심하다.

- 5살 이전이라도 야뇨증으로 인해 환아 및 가족이 곤란을 겪고 있다.

- 소변을 가리다가 어느 시점에서 가리지 못하게 됐다.

- 야뇨증 때문에 아이를 야단치거나 그럴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