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초등학생 10명 중 2명은 다른 사람이 아이디(ID)를 훔쳐 이용하는 바람에 곤란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게임 관련 속임수를 당하거나 인터넷 게시판에서 욕설을 듣는 등의 ‘사이버 폭력’이 갈수록 심해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사실은 교육부와 청소년폭력예방재단, 고려대 사회학과 김준호 교수가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전국 12개 초등학교 4∼6학년생 1303명을 비롯해 초·중·고교생 3977명과 선생님 270명, 학부모 241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최근 발표한 ‘2001 학교폭력 실태 조사’에서 밝혀졌다.

조사에 따르면 초등학교 남학생중 22.3%, 여학생중 17.7%가 ‘아이디 도용(盜用) 피해’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초등학교 남학생중 12.7%, 여학생중 4.4%가 게임 아이템을 포함해 인터넷과 관련해 실제로 돈을 잃는 등의 속임수를 당한 ‘인터넷 게임 관련 사기 피해’를 당했으며 ‘인터넷 게시판 모욕·욕설 피해율’은 초등학교 남학생중 7.5%, 여학생중 8.8%로 조사됐다.

김준호 교수는 “예전의 학교폭력이 학교내에서 일어났다면, 요즘엔 휴대전화가 널리 보급돼 어린이들이 24시간 학교폭력의 위험에 드러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또 초등학교 남학생중 15.8%, 여학생중 8.0%가 ‘구타·신체적 폭력 피해’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언어(言語)폭력·협박 피해율’은 남학생중 14.9%, 여학생중 8.5%였으며 돈이나 물건을 빼앗긴 ‘금품(金品)갈취 피해율’도 남학생중 13.8%, 여학생중 5.1%로 드러났다.

17개로 나눈 학교폭력 항목 중 초등학교 남학생은 ‘인터넷 게임 관련 협박·폭행’ 등 4개 항목에서, 초등학교 여학생은 ‘게시판 언어폭력’ 등 3개 항목에서 피해율이 가장 높았다. 그러나 학교폭력 중 심각한 신체폭력을 당한 피해자 중 절반에 가까운 학생들이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는다’고 답했는데 여기에는 ‘보복에 대한 두려움’이 가장 크게 작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소년동아 박길자 기자>pg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