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 지원 번역ㆍ청소년 위한 고전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 학술재단이 지원하는 고전 번역고전 번역이 \'품은 많이 들고 돈은 안되는\' 사업이다 보니 지속적으로 총서를 펴내는 일은 출판사에 상당한 부담이다. 따라서 자금이 뒷받침되는 학술재단이 번역자를 공모, 지원금을 주고 출판사가 편집과 출간을 대행하는 시스템이 존재한다.

이런 형태의 총서들은 경제적 여건에서 좀더 자유롭기에 한결 더 전문적ㆍ학술적인 성격을 띤다는 점이 특징이다. 대표적인 것이 한국학술진흥재단과 대우재단이 펼치는 고전번역 사업.

그레이트북스 외에 한길사의 또 다른 고전 시리즈인 \'학술명저번역총서 서양편\'은 기초학문 부흥이라는 목적으로 한길사가 한국학술진흥재단과 함께 펴내고 있다.

베이컨의 \'신기관\'을 시작으로, 마키아벨리의 \'로마사 논고,\' 오비디우스의 \'로마의 축제일\', 다윈의 \'인간의 유래\'까지 총 30권이 나와있다. 그레이트북스 보다 좀더 \'아카데믹\'한 성격으로 대상 독자층의 폭이 비교적 좁고, 데이비드 앨버트의 \'양자역학과 경험\', 스티븐 스티글러의 \'통계학의 역사\' 등 자연과학의 명저도 포함된 점이 특이하다.

대우재단이 번역을 지원하는 대우고전총서는 학술 서적을 전문적으로 출판하는 아카넷이 편집과 출간을 맡고 있는 시리즈로 고ㆍ중세와 근대의 서양 철학 위주로 목록이 짜인다.

2001년 앙리 베르크손의 \'의식에 직접 주어진 것들에 대한 시론\'으로 시작한 이 총서는 칸트의 \'실천이성비판\' 등 널리 알려진 것도 있지만, 최근 출간된 막스 셸러의 \'동감의 본질과 형태들\' 처럼 국내에 거의 소개되지 않은 책도 많다.

탈레스ㆍ피타고라스ㆍ헤라클레이토스 등의 단편을 모은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의 단편선집\'과 같은 기획도 있고, 베르크손의 \'창조적 진화\' \'물질과 기억\' 등 한 철학자의 저서를 꾸준히 번역해 내놓는 \'힘의 집중\'도 눈에 띈다.

이 시리즈로 미국 최초의 심리학 전담교수였던 윌리엄 제임스의 1890년 작 \'심리학의 원리\' 3권이 한꺼번에 나오기도 했다. 학계에서 심리학의 최고 고전 중 하나로 꼽히는 이 책은 고 정양은 박사에 의해 뒤늦게 번역돼 나왔다.

아카넷의 정연재 편집장은 \"우리는 충실한 원전 번역 뿐 아니라 번역자가 독자의 이해를 돕는 부가정보도 충실히 수록, 우리 사회에 취약한 고전 인프라 구축에 애쓰고 있다\"고 자부했다.

▲ \"우리도 칸트 읽어요\" 청소년판 고전성인들을 위한 고전만 있는 게 아니다. 출판사 \'이룸\'의 자회사인 \'자음과모음\'은 최근 사상가 100명의 철학세계를 다루는 \'철학자가 들려주는 철학이야기 시리즈\'를 기획해 20권을 내놨다.

원전 번역은 아니지만 전공 학자들이 칸트, 아렌트, 뒤르켕 등 20명의 철학자의 사상을 초등학생들이 부담없이 접할 수 있도록 꾸몄다.

자살 문제를 사회와의 연관성 속에서 파악한 프랑스의 사회학자 에밀 뒤르켕의 \'아노미\' 개념을 구조작업을 벌이다 순직한 소방대원과 그 가족의 일화를 통해 설명하는 식.

이룸은 처음에 \'누구나 철학총서\'라는 제목으로 동서양 철학자 100명의 사상을 국내학자가 재해석하는 야심찬 기획을 했었다.

그러나 필진 섭외의 어려움과 다른 출판사들이 비슷한 기획을 많이 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 4권 \'들뢰즈\' 편을 끝으로 방향을 선회해 독자층을 어린이로 한정했다.

그리하여 나온 결과물이 바로 \'철학자가 들려주는 철학이야기\' 시리즈.

사계절출판사 역시 2004년부터 비슷한 기획인 주니어클래식 라인을 선보이고 있다. 대상 독자 층은 중고교생으로 \'청소년을 위한 고전강독 시리즈\'를 표방한다.

지금까지 \'종의 기원\'(다윈), \'소크라테스의 변명\'(플라톤), \'논어\'(공자)을 오늘날의 감성으로 새롭게 풀이한 책 세 권이 나와 있다. 가장 최근 출간된 \'논어, 사람의 길을 열다\'(배병삼 지음)는 성인들이 읽어도 손색없을 만큼 충실하게 논어를 소개했다는 평가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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