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화성의 서쪽 문인 화서문의 모양은 참 독특하다. 큰 성을 지키기 위해 성문 밖에 반원에 가까운 모양의 성벽을 이중으로 둘렀기 때문이다.(그림 1) 마치 항아리를 반으로 쪼개 세워 놓은 모습이다. 출입구 윗부분도 반원 모양이다. 왜 반원 모양으로 만들었을까? 자꾸 무지개 모양(반원 모양)이 생각난다.

관찰하고 추측하기

1. 화성의 연무대에 이르면 기와를 여러 개 배열한 모양이 하나의 벽을 이루고 있다.(그림 2) 가까이 다가가서 자세히 관찰해 보라. 반원 모양에 가까운 기와가 서로 뒤집혀 연결되어 있다. 단순한 모양의 반복이 아름다운 무늬를 만들어 내고 있다.(그림 3) 아름다운 것은 단순한 것의 반복에서 시작되는 걸까?

2. 화성의 목조건물에는 대부분 단청이 입혀져 있다. 오각별 모양을 비롯한 다양한 무늬들이 좌우 대칭을 이루며 반복적으로 그려졌다.(그림 4) 그런데 기둥 부분에 그려진 일곱 개의 점이 눈길을 끈다. 가운데 하나의 흰 점을 여섯 개의 흰 점이 둘러싸고 있다.(그림 5) 정육각형이 생각난다. 대나무를 둥근 원기둥 모양으로 서로 얽어 정육각형 모양을 반복적으로 만들면 죽부인이 된다.(그림 6) 물의 결정이 정육각형이라는 사실과 죽부인의 시원함을 연관지어 보면 기둥의 정육각형 모양의 점들은 화재 예방을 나타내는 상징은 아닐까?

조금 더 생각하기

1. 평면 위에 원을 하나 그려 보자. 이 원 주변에 같은 크기의 원을 여러 개 그리면 겹치지 않고 몇 개까지 그릴 수 있을까? 원 주변에 여섯 개의 원을 그릴 수 있다. 이번엔 일곱 개의 원에 각각 중심을 표시해 보자. 이 중심들을 지나도록 다시 여섯 개의 원을 그릴 수 있다. 처음에 그린 원 안에 잎이 여섯 개인 꽃 모양의 무늬가 그려짐을 알 수 있다.(그림 7) 이번엔 공간에서 생각해 보자. 공 모양의 구슬 한 개를 완전히 둘러싸려면 몇 개의 구슬이 필요할까? 12개의 구슬이 필요하다. 머리카락을 묶는 방울 끈에서 이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그림 8)

2. 옛날 사람들은 정육각형의 특성을 알고 있었을까? 조선시대 중인 수학자인 이상혁(1810~)이 저술한 <산술관견(算術管見)>이라는 책을 보면 정육각형에 대한 언급이 있다. 한 변의 길이가 12척인 정육각형의 넓이, 내접원(정육각형 안에서 접하는 원)과 외접원(정육각형 밖에서 접하는 원)의 지름을 구해 놓았다. 넓이는 소수점 아래 다섯째 자리까지 구해 올림 해서 계산했으나 ‘실제 값은 374.1230척보다 작다’고 썼다. 내접원의 지름은 버림 해서 계산했으나 ‘실제 값은 20.7846척보다 크다’고 했으며, 외접원의 지름은 24척이라고 써 놓았다.(그림 9) 조선시대에 십만 분의 일까지 정밀하게 계산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