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소주기율표를 무조건 외우던 세대에게 화학은 암기 과목이었다. 복잡한 기호와 수식으로 무엇인가 설명하는 듯해도 쉽게 이해되지 않아 무작정 외우기 일쑤였던 것이다. 요즘도 그 ‘후예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화학? 골치 아프다고요.” 이렇게 푸념하는 청소년에게 권해 주면 좋은 화학 교양서가 바로 〈아톰으로 이루어진 세상〉이다.

이 책은 화학의 세계를 시종일관 톡톡 튀는 문체로 경쾌하게 풀어낸다. 첫 문장부터, “탄소 원자는 콧구멍 후비는 것을 멈추고 핸드폰을 껐다”는 식이다. 다른 화학책과는 달리 흥미롭게 읽히는 것은 저자가 원자를 의인화하는 이야기 방식에서 우선 비롯한다.

원소주기율표를 창안한 천재 화학자 드미트리 멘델레예프(1907년 작고)와 세계적 생물학자이자 작가인 레이철 카슨(1907년 출생)을 교사로 등장시켜 원자들을 모아 놓고 원자의 세계에 대해 가르치게 설정한 발상 또한 재미있다. 원소주기율표는 학급 구성원의 특성을 기준 삼아 만든 좌석배치도와 같다. 급기야 원자들은 두 선생님을 제쳐 놓고 스스로 발표하는 프로젝트식 수업을 하게 되고, 일상생활에 녹아든 화학의 세계가 해학적인 문체와 함께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무조건 외워야 했던 원자들의 특성 또한 인간의 성격에 비유돼 제시되니 무척 재미있다. 다른 화합물과 반응을 하지 않는 네온은 고고한 성격의 독신주의자 ‘네온 백작’으로, 안정적인 성질을 지니며 언제나 귀하게 대우받는 금은 ‘저요 저요 범생이’ 모범생으로, 공격적인 플루오르 즉 불소는 ‘문제아’로 제시하며 요란법석을 떠는 풍경은 게임과 캐릭터에 익숙한 요즘 청소년들에게 화학을 한결 친근하게 여기도록 한다.

우주 탄생 이후 3000만년 만에 처음으로 펼쳐지는 기상천외한 수업은 화학의 여러 분야를 아우른다. 책 전체를 통해 무려 250개에 달하는 화학 개념이 자연스럽게 소개된다.

과학의 달인 4월. 이 책을 읽으며 원자의 특성과 반응에서부터 우주의 탄생과 생명체의 신비, 인간 문명에 이르기까지 두루 연관되는 화학의 세계에 푹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