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상희기자 = "예전에 첫 수업을 할 때 늦으면 안된다는 생각에 30분 먼저 도착했는데 아는 선배가 `교수가 학생보다 일찍 들어가면 없어 보인다'고 말해 30분동안 차 안에서 기다린 일이 있습니다."
`엽기 미술강사'로 알려진 정효찬(31)씨의 한양대 첫 강의는 처음부터 솔직하고 파격적인 발언으로 시작해 참석 학생들이 시종 웃음을 터뜨렸다.

7일 오후 1시 이 학교 공학관 대형강의실에서 진행된 강의에서는 수강생 70여명이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강사의 수업을 지켜봤다.

지난해 경북대 기말고사에 출제한 문항들이 문제가 돼 사표를 내고 올 1학기부터 한양대에서 강의를 맡은 정씨는 "한양대 수업과에서 강의제목으로 `유쾌한 이노베이션'이 어떻겠느냐고 하길래 속으로는 `이노베이션이 무슨 뜻이지?'라고 물으면서 `산뜻하고 좋은 제목'이라고 답했다"고 말하는 등 솔직한 모습으로 강의를 진행했다.

인터넷을 통해 미리 배포한 강의계획대로 5주간의 기본강의와 10주간의 조별 발표, 시험과 문제풀이로 이어질 수업에 대해 정씨는 "10주간의 발표는 음악의 카덴차(악곡이나 악장의 마침 직전에 삽입하는 즉흥적인 독주)처럼 여러분을 위해 비워두겠다"며 학생들의 창의적인 참여를 당부했다.

"시험 문항이 이미 (언론을 통해) 공개돼 고민"이라는 정씨는 "강사의 독단적인 평가는 편견에 치우칠 수 있다"며 수강생들 중에서 12명의 평가단을 구성하되 평가가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평가단은 학기 내내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다른 학생들은 평가단을 찾아내는 `마피아 게임'을 제안하기도 했다.

학교측이 학생들의 창의력을 신장시키려는 취지로 개설한 이번 강의에 대해 정씨는 "제가 창의력 있는 사람이었으면 연봉 300만원의 강사가 아니라 좀 더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이 되지 않았겠느냐"고 웃었다.

그는 이어 "하지만 학점을 두고 친구가 경쟁자가 되고, 또 돈이 중요한 만큼 이겨야 산다는 부담감을 강의실에서는 벗어버리자"고 부탁했다.

이날 수업을 들은 이 학교 생명과학과 4학년 이미희(23.여)씨는 "기존 교수님들의 수업과 달리 권위적이지 않고 자유로워서 좋았다"며 "수업을 듣는 동안은 취업문제와 같은 부담에서 벗어나 고정관념을 버리고 새로운 방식으로 사고하는 법을 배울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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