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들은 흔히 묻는다. “우리 아이가 미술을 잘 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요” 부모들은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가 남보다 ‘빨리’, ‘잘’ 그리게 할까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상을 많이 타오길 바란다. 아이한테 미술에 조금이라도 소질을 발견한다싶으면, ‘화가를 시킬까’, ‘디자이너를 시킬까’ 저울질하고 ‘어떤 미술학원에 보내면 좋을까’를 생각한다.

바로 이 점이 미술로 아이들을 불행하게 하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는 것을 대부분의 부모들은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것 같다. 아이에게 미술을 ‘잘’하게 ‘가르치려는’ 것이 오히려 아이들을 미술에서 멀어지게 한다. 이는 미술과 아이의 미술을 이해하지 못해서 생긴 결과인 것같다.

아이들에게 미술은 무엇일까 학부모들은 흔히 아이가 그린 그림을 보는 순간 ‘잘’그렸나, ‘못’그렸나로 나누려 한다. 그러나 아이들 그림을 ‘잘’그린 그림과 ‘못’그린 그림으로 나눌 수 있을까 아이 그림은 스스로 본 세상의 표현일 뿐이다. 따라서 아이가 그린 그림을 보고 ‘잘’과 ‘못’으로 나누려 할 게 아니라, 이 아이가 세상을 어떻게 보고 있나, 어떻게 표현하고 있나를 살펴봐야 한다.

아직도 미술을 ‘그리기’만으로, 또한 액자 속에 들어있는 번듯한 ‘작품’만으로 오해하는 부모들이 많다. 현대의 미술은 재료, 대상, 방법, 주제 표현에 있어서 과거와 달리 범위가 넓어졌다. 단지 미술 시간에 미술도구로 하는 것이 아닌 우리 주변의 시각문화 전체가 대상이 된지 오래다. 또한 미술에서 작품 생산보다 더 중요한 점이 시각 이미지를 읽어내고, 해석하는 능력이다. 아이들의 미술도 단지 미술 시간에 미술 도구로, 그것도 ‘그리기’만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모든 생활 속에서 문화교육으로 이뤄져야 한다.

아이들한테 미술을 ‘가르친다’고 오직 ‘잘’만을 강요하면 안된다. 그러다보면 표현 속에 아이의 본래 모습은 없고, 기법과 기능만이 남게 된다. 미술에서 기법과 기능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삶이다. 미술을 ‘잘 표현’하게 가르치는 대신에 먼저 할 것이 세상과 진솔한 삶의 태도다. 관람하는 대상이 아니라, 땅을 딛고 있는 주체로서 보고 느끼는 세상의 모습을 그대로, 자신만의 표현방법을 마음놓고 드러내게 해야 한다. 서툴면 또 어떤가 그리고 다른 사람의 표현 방법과 모습을 이해하고 인정하는 태도도 미술에서 가르쳐야 할 일이다.

글 이부영/ 서울 고일초등학교 교사 (한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