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김창영 개인전

(서울=연합뉴스) 조채희 기자 = 김창영의 그림은 모래가 소재고 재료다. 특수접착제로 모래를 화면 위에 평평하게 붙인 후 모래사장에 찍힌 발자국과 파도가 휩쓸고 지나간 모습을 유화 물감으로 정교하게 그린다.

 

강남구 청담동 박영덕 화랑(☎02-544-8481)에서 14∼24일 전시되는 김창영(49)의 \'모래장난(Sand Play)\'이나 \'발자국(Footprint)\' 연작은 신기할 정도로 진짜같은 하이퍼리얼리즘(극사실주의) 회화의 진수를 느낄 수 있다.

 

1990년대 후반부터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극사실주의 회화는 요즘 미술시장에서 부쩍 인기가 높다.

 

국내에서는 한지 등의 바탕 위에 영롱한 물방울을 눈속임기법(trompe-l\'oeil)으로 그려내는 김창열 화백이 원조격이고 해외에서는 극사실주의 초상화를 그리는 미국의 척 클로스가 대표주자.

 

모래그림을 그리는 김창영 이외에도 쌓인 벽돌을 평면으로 표현하는 김강용(56)의 작품도 지난달 31일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2만1천600달러에 팔리는 등 국내외 경매에 단골로 출품되고 있다.

 

신문지나 책위에 놓인 돌을 그리는 고영훈(54)도 한창 주가가 높아지고 있다. 2월23일 서울옥션의 100회 경매에서 40호짜리 그림이 추정가를 훨씬 뛰어넘는 8천800만원에 팔렸고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도 3만6천달러에 거래됐다.

 

21일부터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리는 고영훈의 8년만의 개인전(5월14일까지 ☎02-720-1020)에서는 돌이 사라지고 꽃과 도자기가 새로운 오브제로 등장한다.

 

이밖에 소나무를 그리는 주태석,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밭을 그리는 안병석 등이 극사실주의 작가군이다.

 

김창열 화백의 물방울 그림

품이 많이 드는 작품보다는 개념 미술이나 미디어아트를 선호하는 젊은 작가들중에서는 극사실주의 회화 작가를 찾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담배나 사탕을 극사실주의적인 기법으로 그리는 젊은 작가 안성하(29)는 크리스티나 소더비 경매에 단골로 출품되고 있으며 가격도 2∼3배는 뛰었다.

 

지난해 11월 아트포럼 뉴게이트의 젊은 작가 발굴전에 참여했던 이지송(31)은 크림케이크를 먹고 있는 청년, 사무실에 앉아있는 여성 등의 일상을 극사실주의적으로 그려내 호평받은데 이어 5월28일 크리스티 홍콩의 아시아현대미술 경매에 처음으로 출품한다.

 

2004년 두아트 개인전에 이어 소격동 선캔템포러리에서 지난 1월 마련했던 \'사진과 회화사이\'에서 젊은 여성의 입술과 흘러내린 눈물 방울을 섬세하게 그려냈던 김성진(30)도 5월 크리스티 경매에 데뷔한다.

 

대치동 송은갤러리(☎02-527-6282)에서 20일까지 초대전을 열고 있는 이준구(32)는 명품 핸드백과 구두를 실물처럼 그려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핸드백 표면에는 벌레가 스멀스멀 기어가고 종기가 곪아터지고 있는 모습을 끼워넣었다.

 

최고수준의 테크닉을 요구하는 극사실주의 회화의 붐이 어느 정도 지속될지 예측할 수는 없지만 국내외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는 것이 미술계의 전반적인 평가다.

 

김강용씨의 벽돌 작품

박영덕 갤러리의 김희승 큐레이터는 \"외국의 극사실주의 회화는 사진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국내 작가들은 순수 회화기법만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90년대 중반부터 해외 아트페어 등서 한국 작가들의 극사실주의적인 작품에 매력을 느끼는 수집가들이 많고 판매도 잘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chae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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