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 해 전문상담연수를 받고 나서 올해 담임으로서, 혹은 학과 담당으로서 교실에서 학생들을 만나 생활하는 것이 훨씬 편해졌다. 주변에서는 연수를 통해서 학생들을 상담하고 다루는 좋은 기술을 배워온 것으로 생각하고 질문을 하기도 하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직접 학생들을 만나서 이럴 때는 이렇게, 저런 경우에는 요렇게 하라는 식으로 세부적인 상담방법을 배운 것은 전혀 없는 듯 싶다. 또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아이들의 모든 행동마다 대처 기법을 배운다한들 얼마가지 못하리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과연 내게 어떤 변화가 온 것인가를 생각해 보았다.

첫째 이유는 한마디로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상담에 임하기 위해서는 '나'에 대한 이해가 필수라는 생각이다. 현재의 자신의 성격이나 행동양식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성격검사(mbti, HTP, 애니어그램 등)를 받아본다든가 개인의 이력을 적어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교사 자신도 완전한 존재가 아니다. 성장과정이나 성격에서 갖게 된 자신만의 스펙트럼으로 학생을 바라보면 일부학생들의 모습은 전혀 다른, 혹은 이해할 수 없는 대상으로 여겨질 뿐이다. 그런 경우에 학생들의 마음이 열려 상담이 효과를 거두기는 어려울뿐더러 교사 스스로도 학생 때문에 마음이 괴로울 수 있다. 교사 스스로 자신을 아는 것, 자신만의 스펙트럼을 아는 것, 이것은 상담에서 제일 먼저 이루어져야 하는 중요한 첫 단추라고 생각된다.

둘째는 학생을 존중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다.
'학생들이니까 이렇게 따라와야 하고 그렇지 않은 너는 문제가 있다' 혹은 '학생들은 미성숙이니까 내가 말하는 대로 따라와야 하고 다른 이유는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학생들을 대하면 학생들의 마음을 만날 수 없다. 학생들은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다. 우리의 어린 시절을 생각해 보면 아주 어렸던 그 때도 우리는 뭔가 생각하고 갈등하고 판단했었다. 학생들도 그때의 우리다. 우리의 그 때이다. 독립된 인격을 가지고 있고 존중받기를 원한다. 누구든지 존중받지 않으면 그 상황이 싫어진다. 마음을 열고 싶지 않다. 닫힌 마음을 앞에 두고 소귀에 경을 읽는 것과 같은 상황을 원하는 사람은 없으리라. 학생을 만날 때에도 옆의 동료교사를 대하듯 그렇게 조심스러워야 한다.

셋째, 학생들의 행동 하나 하나가 자신에 대해 말하는 것이고 상담자가 이해할 수 있는 정보를 주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어떤 문제 행동을 하더라도 학생들이 외부적인 행동을 하기까지 뭔가 복잡한 이유가 있다. 때로 원인은 과거의 유아기 상처까지 거슬러 갈 수도 있지만 가족 갈등, 집안 분위기, 부모와의 성격갈등, 오해처럼 교사가 들어주고 짚어주고 공감해주는 것만으로도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겉으로 드러난 행동만 가지고 나쁘다고 나무라는 것에서 그치지 말고 차근차근 그 근본이유를 찾아내야 한다. 이것이 상담이고 이를 통해 학생들은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되고 변화하게 된다.

점차 상담의 비중이 높아지고 앞으로 전 교사들이 상담연수를 받게 된다고 한다. 매일 학생을 만나고 여러 가지 형태로 학생들과 대화를 해야하는 교사에게 있어 위에서 열거한 마음자세는 개인적으로도 즐겁고 건강하게 살기 위한 삶의 지혜이다. 상담에 대한 생각을 몇 자 적다보니 내게는 모두 놀라운 변화를 준 것들이지만 이미 알고 계시고 실천하고 계시는 선생님들도 계셔서 부끄러운 마음으로 이만 글을 접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