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재해석에 무게둔 살림 \'절대사상\'ㆍ그린비 \'리라이팅\'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 첨단 정보시대에 꽃피는 \'절대 사상\'살림출판사의 \'e-시대의 절대사상\' 시리즈는 고전이 탄생할 수 있었던 시대 배경과 작가의 환경, 고전의 핵심을 그 분야 전문가가 재구성해 펴내는 총서다. 마치 한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처럼 평이하게 서술한 점이 돋보인다.

\'21세기형 고전\'을 표방하는 시리즈 제목의 \'e-시대\'는 \'첨단 정보통신의 시대\'를 의미한다. 여기서 고전은 단순히 세월의 풍파를 견딘 책이 아니라, 첨단의 시대에도 빛을 잃지 않는 \'절대 사상\'의 위치로 격상된다.

책 겉면에 제목을 표기하는 법이 우선 눈에 띈다. 각 권의 제목으로는 해당 원전의 제목을 그대로 쓰되, 부제로 국내학자가 재해석을 달았다. 그리고 저자 이름에는 책을 집필한 국내 학자가 먼저, 대상 고전의 원저자가 뒤에 나온다.

예를 들어 사르트르의 저서 \'존재와 무\'를 소개한 책의 제목은 \'존재와 무\', 부제는 \'자유를 향한 실존적 탐색\'이다. 책표지의 저자 표기는 \'변광배 / 사르트르\'.

\'절대사상\'인 원전과 재해석인 이 시리즈의 정체성이 적절히 타협한 결과다.

\"\'절대사상\' 시리즈는 고전에 대한 \'지나친 경외심\'과 \'아무도 읽지 않는게 고전\'이라는 자조를 모두 떨쳐내고 현 시대에 맞는 현대적 감각의 고전을 목표로 한다.\" 기획위원인 서강대 강영안 교수와 이화여대 정재서 교수의 말이다.

살림의 총서는 막상 고전을 읽으려해도 방대한 분량과 암호문같이 난해한 용어들 앞에서 쭈뼛거리는 독자에게 가교 역할을 자처한다.

저자 개인이 해당 원전을 읽으며 느꼈던 문제의식과 감상들이 양념처럼 버무려져있어 딱딱한 고전을 한결 부드럽게 하고, 권당 200-300여 쪽의 두툼하지 않은 분량도 장점이다.

\"원전의 다이제스트일 뿐\"라는 지적도 있지만, 원전에 충실하게 접근해 친절한 가이드 역할을 자처하는 모습은 그런 비판을 덮을만 하다.

지난해 2월 \'상군서-난세의 부국강병론\'(장현근)이 나온 이래 1년 여의 짧은 기간 동안 20권을 출간할 만큼 속도감있는 기획을 자랑한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너무 성급하게 내놓는 것 아니냐\" \"잘 쓴 책과 그렇지 못한 책의 수준차가 심하다\"는 등의 비판이 있기도 하다.

▲ \"고전을 다시 쓴다\"출판사 그린비가 \'지식 꼬뮌\'을 자처하는 연구공간 \'수유+너머\'와 함께 기획한 시리즈 \'리라이팅 클래식\'은 \'다시 쓰는 고전\'이라는 야심찬 제목을 달았다.

살림의 \'e-시대의 절대사상\'과 마찬가지로 고전을 현대적 관점으로 재해석하는 경우지만, 살림의 총서가 고전을 간추린 문고본에 가까운데 비해 그린비 \'리라이팅 클래식\'은 고전을 소재로 한 \'본격 저작\'의 성격이 짙다.

2003년 \'니체의 위험한 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고병권 지음) 등 3권이 동시에 나온 이래 최근 \'순수이성비판, 이성을 법정에 세우다\'(진은영 지음)까지 모두 5권이 나왔다.

저자의 사유로 고전을 재해석하는 것 뿐 아니라 저자 만의 문체로 서술하고, 기존 학술서의 형식을 파괴해 자유롭게 써내린 점이 특기할 만하다. 말 그대로 \'리라이팅\'(rewriting)인 셈.

고전 평론가 고미숙의 이름을 널리 알린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은 톡톡 튀는 현대적 감각의 문체로 실학의 거두 연암

박지원 을 되살려내는가 하면, \'이성은 신화다, 계몽의 변증법\'에서 저자 권용선은 1인칭 시점을 차용, 난해하기로 유명한 프랑크푸르트학파 철학자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를 한 자리에 앉혀놓고 가상의 대화를 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고전을 재해석해 다시 쓰는 일이 보통의 실력을 요하는 것이 아니라서 출판사 측은 필자 발굴의 어려움을 호소한다.

\'리라이팅\'이라는 야심에 걸맞은 깊은 내공을 갖춘 학자들을 찾기 어려운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 그래서인지 시리즈의 첫번째 책이 2003년 나온 지 3년이 지났는데 5권 밖에 내지 못했다.

그린비 측은 앞으로 플라톤의 \'국가\', 스피노자의 \'에티카\' 등을 재해석한 책을 낼 예정이다.

시리즈 제목으로 처음에 제안됐던 것은 \'리라이팅\'이 아닌 \'리딩클래식\'이었다고. 그러나 다소 밋밋하다는 지적에 따라 수 차례 회의 끝에 \'리라이팅 클래식\'이라는 도발적인 이름으로 바꿔달았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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