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 번역\' 책세상 고전의세계ㆍ한길 그레이트북스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 \"얇다고 우습게 보지말라\"앞서 살펴본 살림과 그린비의 두 시리즈가 고전의 \'재해석\'이었다면 책세상의 문고본 \'고전의세계\'는 본격적인 고전 번역선이다.

이 시리즈는 \'얇지만 깊은 책\'을 추구한다. 권당 200여 쪽의 얇은 분량으로 \'고전\'하면 흔히 연상되는 딱딱하고 두툼한 \'벽돌\'의 이미지를 뒤엎는다. 문고라는 형식으로 고전의 무게를 한껏 덜어낸 것.

4천-6천원의 부담없는 가격까지 갖췄지만 내용은 가볍지 않다. \'고전의세계\'라는 시리즈 제목처럼 \"그래도 고전은 고전\"이기 때문이다.

핵심 부분의 발췌 번역, 소책자와 논문ㆍ선언문, 서한과 팸플릿까지 본격 저작이 아닌 글들도 포함시킨 점이 이채롭다.

이 중에는 \'공산당 선언\'처럼 널리 읽힌 것도 있지만, 헤겔의 교수 취임연설문도 있고,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의 서문 만을 따로 번역한 것도 있다.

시리즈 6번 \'조국이 위험에 처하다\'는 1888년 프랑스 사회주의노동자정당연맹의 일간지에 실렸던 노동자의 글들을 모은 것으로,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치열하게 활동했던 당시 프랑스 노동자들의 육성이 생생히 담겨있다.

또한 드레퓌스 사건의 재심을 이끌어낸 에밀 졸라의 유명한 글 \'나는 고발한다\'(J\'accuse)도 이 시리즈로 국내에 처음 빛을 봤다.

얄팍한 문고본이라지만 고전으로서 갖출 것은 다 갖췄다. 책 맨 뒤의 해제, 주석과 함께 \'더 읽어야할 자료들\'은 고전의 세계를 더 깊이 탐험할 수 있도록 돕는다.

\'순수이성비판 서문\'의 경우 본문보다 해제와 각주, 참고 문헌의 쪽 수가 훨씬 많을 정도. 이는 해제가 단순 내용 요약을 넘어서 독자가 원저자의 사상을 깊이 이해하도록 \'길잡이\' 역할을 해야한다는 편집진의 철학에서 기인한다.

따라서 본문의 분량이 적을 경우에는 해제를 늘려 책을 원고지 600매 선의 정해진 분량에 맞추도록 했다.

2002년 1월 에르네스트 르낭의 \'민족이란 무엇인가\'가 첫 권으로 나온 이래 현재 제54권 존 스튜어트 밀의 \'여성의 종속\'까지 출간됐다.

\'고전의세계\' 시리즈 외에도 책세상은 지난해 21권 짜리 니체 전집을 완간하고, 다른 출판사들이 몇 차례 거절한 전력이 있는 \'해방전후사의 재인식\' 원고를 흔쾌히 출간해 베스트셀러로 만드는 등 인문사회 분야에서 탁월한 기획력을 보였다.

불문학자

김화영 교수(고려대)가 번역한 알베르 카뮈 전집으로 이름을 날렸던 책세상은 니체 전집 완간 후 \'니체, 디오니소스적 긍정의 철학\', \'니체, 생명과 치유의 철학\' 등 니체 연구서를 잇달아 출간하며 인문ㆍ고전 출판사로서의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 \"고전은 위대하다\"로로로, 크세주, 히스토리아 등 다양한 인문서 시리즈를 보유한 한길사는 고전번역 총서로 \'그레이트북스\'와 \'학술명저번역총서\'의 두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두 시리즈 모두 관련 전공자가 원전을 충실히 번역하는 정통 고전 번역을 지향하지만 성격은 조금 다르다.

그레이트북스가 이미 널리 알려진 \'검증된\' 동서양 고전이 주로 선정되는데 비해, 명저번역총서는 제목도 들어보기 힘들었던 \'구석진\' 명저를 찾아 시리즈를 채워 나가는 것.

1996년부터 꾸준히 기획해오고 있는 한길 그레이트북스는 \'위대한 책들\'이라는 시리즈 제목 그대로 인류 지성사에 큰 획을 그은 대작을 번역하는 정통 고전 총서.

고전 번역 총서로는 독서계에서 가장 유명한 이 시리즈는 80년대 이후 사회과학에 치중됐던 학문 풍토에 \'문화적 토대를 구축하겠다\'는 의도로 기획됐다.

화이트헤드의 \'관념의 모험\'을 시작으로 라다 크리슈난의 \'인도철학사\' 시리즈, \'야생의 사고\' \'슬픈 열대\' \'신화학\' 등 레비 스트로스의 인류학 시리즈, 에릭 홉스봄의 \'혁명의 시대\' \'자본의 시대\' \'제국의 시대\' 등 수준 높은 인문학의 고전들을 집중적으로 소개, 한국사회의 지적인 목마름을 해소하는데 큰 역할을 해왔다.

한 사상가의 이론을 주제로 80-90년대에 박사 학위를 취득한 30-40대 한글세대 학자에게 번역을 맡기고, 고급 양장본으로 외양을 꾸민다. 2-3만원 대의 고가에도 불구하고 한길그레이트북스는 인문학 연구자들이나 애서가들 사이에서 가장 소장하고 싶은 고전 시리즈로 꼽히고 있다.

한길사는 창립 30주년인 올해 안에 시리즈 100권을 채울 계획을 잡았지만, 3월 현재 73권까지 출간됐으며, 100권 달성은 내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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