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장익준 기자] 사무실 책상 배치를 바꾸면서 작은 문제가 생겼다.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각자 화면이 만천하에 드러나게 된 것이다. 처음엔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이거 생각보다 눈치 보이고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특히 평소 게임을 즐기던 윤모 연구원은 본부장에게 제대로 걸려 보호관찰(?)에 들어갔다. 윤모 연구원은 게임도 다 연구를 위해서 일로 한 것이라며 스타크래프트로 논술 능력을 키울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스타크래프트로 논술을 한다? 처음엔 재미있다 싶었는데 곱씹어보니 나름 일리 있다.

지금까지 논술이나 국어능력 관련 공부들이 어려서 즐긴 \'갤러그\'나 \'제비우스\'처럼 어디서 나오는가 미리 외워두었다가 대처하면 고득점을 얻는 방식이었다면 통합형이니 PSAT로 대표되는 요즘 평가들은 같은 맵, 같은 조건에서 시작해도 그때그때 다른 승패가 나오는 것이 배틀넷 사정과 비슷하지 않을까?
논술로 고민하시는 여러분을 위해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게임을 한다는(?) 재단법인 한국언어문화연구원 윤주안 연구원의 주장을 소개해 올린다.

통합형 논술, 언어추론 문제 스타크래프트 처럼 대비하라
1. 꾸준히 즐기고 다양하게 살펴라
시험을 앞두고 갑자기 몰아치는 공부는 효과가 없다. 매일 즐기는 사이 알게 모르게 실력이 느는 게임처럼 논술도 일정한 시간을 정해놓고 매일 꾸준히 ‘즐겨야’ 한다. 꾸준히 하기 위해서는 공부다, 일이다 생각하지 말고 게임하듯 재미를 찾고 즐기는 자세가 필요하고 하다못해 신문이라도 매일 보겠다는 습관을 들이자. 게임을 하다보면 관련 공략집도 찾게 되고 프로 게이머 경기도 찾아보며 연구하게 되는 것처럼 신문 구독, 꾸준한 독서, 인터넷 검색 등 여러 각도에서 살펴보며 시야를 넓힌다.

2. 내게 맞는 종족을 골라라
사람마다 취향이 있고 특기가 있고 수준이 있고 버릇이 있다. 내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종족을 골라 꾸준히 연마하는 것처럼 논술도 하나의 정답이 아니라 여러 가지 길이 있고 그 중에서 내가 잘 할 수 있는 쪽을 파는 것은 당연하다. 각 종족에 따른 빌드 오더(건물을 지어 나가는 순서)가 있고 상대적으로 강한 유닛이 있기 마련인데 자기가 선택한 종족에 맞는 논술 기법을 찾아 연마하는 것이 필요하다. 과학을 중심으로 사회 문제를 보는 관점을 주특기로 키우는 학생이 정작 글은 장황하게 주장만 내세우는 방식을 택하는 것은 맞지 않는 것처럼 자기에 맞는 전략 전술을 구사하는 것이 필요하다.

3. 프로를 따라 하되 나만의 전술을 개발한다
프로 게이머들이 개발한 전술은 훌륭한 보기가 될 수 있지만 이걸 그대로 흉내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모범 답안을 외워 단어 몇 개만 바꾸는 붕어빵식 답변으론 냉정한 논술 리그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신문 기사를 보고 흉내내는 식으로 글쓰기 단련을 권하는 것처럼 프로 게이머들을 본으로 삼아 공부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그것 역시 나만의 전술을 개발하기 위한 과정으로 삼아야 한다. 시대를 풍미하는 프로 게이머들이 자기만의 독특한 전술로 그 자리에 올랐듯이 나만의 전술에 도전할 때 논술 실력도 늘게 마련이다.

4. 맵을 외우지 않고 맵핵은 쓰지 않는다
맵은 논술에서 주어지는 지문이라 할 수 있다. 지금까지 논술은 얼마 되지 않는 지문에서 문제가 나와 지문과 그것에 따른 모범답안을 외우는 식으로 이뤄졌지만 통합 교과형 논술에서는 어림없다. 지문을 외우기보다는 어떤 지문이 주어져도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 맵을 외우려 하지 말고 어떤 맵이 주어져도 효과적인 정찰로 맵을 파악하는 능력을 갖추는 쪽이 낫다. 논술에서 맵핵(맵 전체를 훔쳐보는 해킹 프로그램)을 쓴다는 것은 고민하지 않고 답지를 흘낏 참조하고는 다 알았다고 하는 태도다. 프로게이머가 맵핵을 쓰지 않는 것처럼 실전에선 통하지 않는다.

5. 컨트롤은 확실히 다져야 할 기본기다
논술에서 시간과의 싸움도 중요한 변수다. 많은 수험생들이 알고 있었는데 시간이 없어서 다 못썼다고 하소연한다. 평소 주어진 시간 안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단련해야 한다. 프로게이머들은 정찰하고 생산하고 유닛을 보내는 속도가 일반인에 비해 무척 빠른데 이것은 컨트롤 속도 차이에서 온다. 통합 교과형 논술에서 컨트롤 능력이라면 여러 과목을 엮는데 기초가 되는 국어능력이다. 읽고, 듣고, 쓰고, 말하고, 생각하는 언어사고력을 항상 염두에 두고 단련한다. 작은 컨트롤 실수로 게임을 망치는 경우가 있는데 오자, 틀린 문법, 맞지 않는 어휘가 여기에 해당한다.

6. 배틀넷을 통해 겨루며 커나간다
배틀넷을 통한 다양한 실전 경험으로 실력이 커나간다. 알만한 친구들하고만 게임하면 이내 반복에 갇혀 버리고 다양한 상대를 만나 쓴 맛도 봐가면서 자기 약점을 찾아내는 게 중요하다. 주어진 틀에서 잘 한다 소리 듣는 데 만족하지 말고 늘 하나 더 높은 수준에 도전하자. 모르면 물어 보고 첨삭지도를 받고 신문 투고나 경시 대회 참가를 통해 돌아가는 분위기도 느껴보자. 최근 주목받고 있는 국어능력인증시험(KET)도 권할 만 하다. 각 분야별로 자기 수준을 점검할 수 있고 일정 수준 이상 인증을 받으면 일부 자립형 사립학교와 대학에 입시 전형 자료로 제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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