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대안교육의 의미

우선, \'대안교육\'이라는 용어의 유래를 살펴보자. 이것은 자생적이라기보다 영어의 \'alternative education\'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우리 사회에서 이 말이 본격적으로 쓰이게 된 것은 1990년대 중반이지만, 미국에서는 이미 1960년대 중반에서 1970년대에 걸쳐 기존의 학교에 비해 학생들의 요구에 좀더 부응하기 위한 다양한 실험학교들이 등장하였고, 이를 가리켜 \'자유학교\' 또는 \'대안학교\'라는 이름으로 불렀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의 경우는 1990년대 이전에도 이미 기존의 학교교육이 지닌 한계에 대하여 논의하고, 이를 벗어나려는 다양한 실천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대안교육\'이라는 말이 통용되기 시작하였다. 쿠퍼(Cooper)는 교육백과사전에서 이런 배경을 염두에 두고 \'대안학교\'의 의미를 \"표준적인 \'공립학교들\'이 제공하는 \'전통적인 것\'과는 다른 경험을 추구하는 아동과 학부모들을 위하여 특별한 교수법과 프로그램, 활동, 여건 등을 제공할 수 있도록 고안된 학교\"로 정의하고 있다.

 즉, 대안교육은 기존의 학교교육과는 다른 형태와 내용을 가진 교육이되, 그 다름의 내용은 제도나 교사보다는 학습자 개개인의 요구와 특성이 중시되는 교육이라는 점과 근대 문명이 소흘히 했던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의 협동과 조화를 지향한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대안교육은 궁극적으로 대안적인 사회의 실현을 추구한다고 할 수 있다.

나. 대안교육의 등장 배경

원론적으로 말하자면, 대안교육은 20세기에 들어 보편화된 근대 교육이 애초에 기대했던 것과는 다른 근본적인 문제들을 안고 있음을 인식하게 되면서 대두되었다고 할 수 있다. 대안교육의 대두는 근대 문명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으로서 포스트모더니즘이 대두된 것과 마찬가지의 맥락을 갖는다.

우선 1960-70년대에 대안 학교의 설립이 붐을 이루었던 미국의 경우를 보자. 그 배경은 두 가지로 설명된다. 하나는 당시 미국 사회에 대한 비판적 분위기이며, 다른 하나는 과거 미국의 진보주의 교육의 유산이 반향된 1960년대 영국의 초등 교육 개혁의 영향이다. 베트남 전쟁이 한창이던 1960년대 후반 1970년대 초반의 미국 사회는 도덕적 정체성에 대한 회의와 젊은이들의 허무주의가 확산됨에 따라 내부적으로 비판적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었고, 다른 한편에서는 수정주의적 교육사가들의 학교제도의 신화에 대한 신랄한 비판도 제기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존 학교교육의 의미와 역할에 대한 회의가 교육 안팎에서 대두되었다. 그 무렵 영국에서는 \'\'플라우덴 보고서\'를 정점으로 아이들의 다양한 요구에 부응하는 쪽으로 학교 개혁을 시도하고 있었는데, 이것이 대안을 모색하던 미국의 교육자들에게 많은 시사를 주었다. 1960년에 미국에서 처음으로 출간된 니일의 <섬머힐> 영향 또한 지대하였다.

우리 사회에서 대안교육이 등장하게 된 배경 역시 이상의 내용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은 한편으로 종래 학교교육의 한계에 대한 비판을 바탕으로 하며, 또 생태주의적 세계관 역시 중요한 바탕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 사회의 특성이나 변화 과정과 관련하여 대안교육이 등장하는 양상은 다소 독특하다고 하겠다.

학교교육에 대한 크고 작은 비판은 늘 있었지만, 특히 획일성과 비인간화 등 학교 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의식은 1970년대 중반 이후 몇 권의 비판적인 교육 수상 집이 출간되면서 비로소 싹트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 이 무렵 탈학교론 이나 인본주의적인 학교교육 비판서 들이 번역 출간되었으며, 1980년대에 들어서는 마르크스주의적 성향의 급진적 비판들도 소개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비판들은 아직 대안적인 학교의 모색보다는 기존 학교교육의 개혁과 아울러 이를 위한 사회 개혁에 관심을 집중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1990년대 초를 넘으면서 이러한 양상에 커다란 변화가 나타난다. 정치 지형의 변화에 따라 급진적 사회운동이 퇴조하면서 한국 사회의 급격한 변화와 제도교육의 구조적인 개혁에 대한 전망도 흐려지게 되었다. 해마다 100여명 이상의 학생들이 입시와 성적 등의 문제로 자살을 택하고 수만 명의 학생들이 가출과 중도탈락을 하게 되는 등 학교교육의 문제는 더욱 심각해져 가고 있었다. 생활 수준의 향상과 외국 문화의 유입으로 청소년의 의식과 문화가 빠르게 변화함에도 불구하고 학교교육은 구태의연한 방식을 답습하는 데서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었던 것이다.

1990년대의 대안교육은 이러한 상황에서 등장하게 된다. 이 무렵 학교 밖 또는 주변에서 학교교육 문제의 심각성을 느낀 다양한 소규모집단들이 무언가 작지만 교실에서 질식한 청소년들에게 위안이 될 만한 프로그램들을 제공하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던 것이다. 1986년부터 시작된 \"또 하나의 문화\" 캠프는 이 방면에서 선구적인 역할을 하였다. 대개는 방학이나 주말을 이용한 체험 활동이나 캠프로 시작된 이들의 활동은 학생들과 학부모의 호응을 얻으면서 확산되었고, 점차 매스컴을 통해 일반에게도 알려졌다. 1995년 초에는 이들간에 최초의 연대 모임이 이루어졌으며, 이후 대안교육은 사회의 지속적인 주요 관심사가 되었다. 특기할 만한 것은 이 과정에서 이미 1950년대에 설립된 거창고등학교나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 1970년대에 설립된 영산성지고등학교가 비록 형태는 기존의 학교와 같지만 이념과 방식에서 대안교육을 실천하는 곳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들 학교는 대안교육 운동의 초창기에 커다란 힘을 준 것으로 평가된다.

다. 1990년대 이전의 대안적 교육 실천 - 민중교육운동 (야학)

우리 나라에서 야학은 구한말에 처음 등장하여 일제 시대에는 독립운동의 일익을 담당하기도 할만큼 그 유래가 깊다. 일제의 탄압으로 대부분 자위를 감춘 뒤 광복 후에 다시 나타나게 된 것은 1950년대 말 빈곤 청소년을 위한 천막학교 형태였으며, 1960년대 초 4촵19 혁명의 좌절을 겪은 대학생들의 제2브나로드 운동이 5촵16 군사 정변의 재건국민운동과 만나면서 크게 확산되었다.

좀더 본격적인 야학 운동은 1970년대에 들어 전개되었다. 경제 개발의 진전으로 이농 인구가 급증함에 따라 학교교육에서 소외된 도시 빈민층이 증가하는 한편, 1960년대 말부터 노동 운동이 점차 활발해짐에 따라 근로 청소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1960년대 말에는 도시 빈민지역이나 소공장 밀집 지역에서 천막학교나 교회 부설학교 등의 야학이 등장하기 시작하였다. 대개 야학의 운영자나 교사는 대학생들이었다. 특히 1970년의 전 태일 분신 사건과 2년 후의 유신체제 등장은 대학생들의 야학 참여를 확대하는 계기가 되었다.

야학 운동은 1980년대 초까지 활발하게 전개되었으나, 노동운동과 의 연계를 차단하기 위한 당국의 탄압, 중,고등학교의 취학이 보편화됨에 따라 야학 학생의 자원이 감소하고 주요 교사 자원인 대학생들의 관심도 급진적 사회운동에 집중됨에 따라 규모나 역할 측면에서 크게 쇠퇴하였다.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1970-80년대의 민중교육은 주로 사회적으로 소외된 집단을 대상으로 그들 스스로의 의식적인 자각과 이를 통한 사회 변화의 주체 형성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었다. 이는 실생활과 거리가 먼 지식과 기존 사회의 주류 가치 습득을 위주로 하는 학교교육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민중교육은 전반적으로 사회운동의 한 계기로 이해되고 실천되었기 때문에 1990년대에 들어 사회운동의 퇴조와 맥을 같이 하였다.

라. 1990년대 이후의 대안교육 운동

 1980년대에는 급진적 사회 변화를 위한 운동이 거세어짐에 따라 민중교육 부문은 물론 학교교육 안에서도 기존 교육에 대한 대안적 이념과 형식을 모색하려는 움직임이 더욱 심도 있게 전개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들은 1990년대 초를 넘기면서 큰 변화를 겪는다. 부분적인 민주화의 진전으로 한국사회의 급진적 변화에 대한 기대가 이완되는 한편, 대신에 정보화나 세계화 또는 포스트모더니즘과 같은 새로운 사조들이 등장하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는 교육부문에도 반영되어 급진적 변화를 추구하던 학교 안팎의 교육적 실천들이 약화되는 대신 새로운 경향의 다양한 교육적 실천들이 소규모 단위로 모색되었다. 이들은 사회 변화라는 큰 주제보다는 입시나 교과 성적 위주의 학교교육에서 고통받는 학생들에게 좀더 자유롭고 다양한 교육적 경험을 제공한다는 데 큰 관심을 두었으며, 주말이나 방학을 이용한 소모임 또는 캠프 형태로 진행되었다.

이처럼 비슷한 시기에 많은 교육 소 모임들이 집중적으로 출현한 것은 입시 중압감으로 인한 청소년의 자살과 비행이 급증함에도 불구하고 그 해결의 전망이 보이지 않는 교육 현실에 대한 절박감 때문이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달리 말하자면 기존의 학교교육에 대한 기대가 사라지고 새로운 교육에 대한 갈망이 표출되었던 것이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메마른 지식과 경쟁을 지양하고 자율적이되 남과 더불어 살며 감성이 풍부한 인간을 지향하는 한편, 자연 속에서의 노작과 체험을 중시하였다.

마. 대안교육의 특성

- 자유를 통한 개인의 자율성과 창의성

- 다른 이와 더불어 살 수 있는 공동체성, 다양성

- 환경문제 해결의 근본이 되는 지속가능한 가치관

- 한 개체에는 많은 변수들이 함께 영향을 미친다는 가치체계론적 사고(생태학적 사고)

바. 대안학교의 종류와 형태

대안학교를 기존의 교육구조 틀 안에서 벗어나 새로운 교육 이념과 체계를 가진 독자적이고 창의적인 학교라고 정의한다면 그 지향하는 바에 따라 크게 여섯 가지 형태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는, 자유학교형 대안학교이다. 영국의 섬머힐이 대표적 학교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런 유형의 학교는 교사 위주의 통제와 교육에서 벗어나 아이들에게 많은 자유와 선택의 기회를 주고자 한다. 이와 같은 자유학교는 미국과 독일의 경우 70년대 무렵을 중심으로 많이 생겨났다. 우리의 경우 자유정신을 많이 도입하려고는 하지만 아직 이와 같은 완전한 형태의 자유학교형은 없다.

둘째는, 생태마을형 대안학교이다. ꡑ82년영국에 설립된 하트랜드 학교가 그 대표적 유형인데 마을 중심의 작은 학교로 지식 교육뿐만 아니라 마을 주민이 교사로 참여하는 의식주 교과를 기본적인 교육 내용으로 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 온전하지는 않지만 윤구병 선생의 변산 공동체학교가 이 유형에 조금은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셋째는, 학교 부적응생을 대상으로 하는 대안학교이다. 일본의 생활 학교나 미국의 다양한 자유학교가 이 유형에 들어가는데 우리의 경우 원불교가 중심이 된 영산 성지고, 합천 원경고, 경주 화랑고, 가톨릭에서 운영하는 청주 양업고가 있다. 이들 학교는 종교적 가르침에 입각하여 더 이상은 제도권 학교에 남아 있을 수 없을 정도의 심각한 부적응생들을 대상으로 하여 많은 교육적 결실을 맺거나 맺을 것으로 예상된다(영산 성지고 이외에는 전부 개교 2년째임).

넷째는, 종교적 신념이나 영성같은 고유이념 추구형 대안학교이다. 인지학이라는 독특한 교육 이념과 철학을 가진 독일 발도로프학교가 그 대표적 유형이며, 우리 나라의 경우 40년 전통의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가 여기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기독정신과 농업 중시의 교육 이념으로 ꡐ위대한 평민ꡑ을 키워 온 풀무학교는 지역에 뿌리박고 있다는 점에서 여타 대안학교와는 많은 차별성을 보이고 있다.

다섯째는, 정규학교 형태가 아니라 방과후 학교나 방학 등을 이용한 계절학교형 학교이다. 주로 생태주의적 관점이나 환경 보호와 감성 훈련 등을 중시하는 특수학교로써 기존의 학교에서는 제반 여건상 시도하기 어려운 다양한 실험의 장을 제공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여섯째는, 지금 격월간지 민들레가 중심이 되고 있는 탈학교(가정학교) 움직임이다. 이들의 주장대로라면 학교의 울타리 자체를 부정하기 때문에 대안학교의 유형이 아니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들도 기존 제도권 학교의 형식과 구조를 부정할 뿐이지 배움의 필요성이나 자발적인 공동체 학습 과정을 부정하지 않는다고 보기에 대안학교의 가장 급진적 유형으로 보아도 무방할 것 같다.

사. 대안교육의 전망과 과제

시각에 따라 대안교육은 일시적인 유행으로 볼 수도 있고 종래 학교교육의 근본적인 변화를 암시하는 징후로 볼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일리 있는 근거 제시가 가능하겠지만, 여기서는 대안교육이 가지고 있는 핵심적인 특징에 비추어 향후 전망을 해보고자 한다.

앞에서도 살펴 본 바와 같이, 대안교육의 공통적인 특징은 인간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철저한 학습자 중심의 교육과 인간교육을 지향한다는 점이다. 기존의 학교교육 역시 이러한 요소를 어느 정도는 지니고 있지만, 획일화된 제도 속에서는 실현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단지 이상으로의 의미에 그친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대안학교들은 이러한 이념을 구현하기 위해 학교의 규모를 최소화하고 그 운영도 최대한 학생들 위주로 하고자 한다. 정부의 공인은 학교의 운영과 유지를 위해 긴요하지만, 때로는 본래의 이념을 지키기 위해 일부러 제도 밖에 머물기도 한다.

이러한 학교들이 존속 또는 확대될 수 있을지 확신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보편성보다는 개체성의 의미가 강조되는 포스트모더니즘의 경향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이고 보면, 구체적인 형식이야 어떻게 되든, 현재의 대안학교들이 지향하는 점들은 앞으로 더욱 교육적인 중요성을 획득하게 된 것이다. 이미 많은 한계를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정보기술의 발전이 학습자 중심의 대안교육을 확산시키는 데 의미 있는 기여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대안교육의 또 다른 핵심적 특징은 생태주의 이념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역시 전지구적 환경 위기가 가시화 됨에 따라 기존의 학교교육에서도 중요한 주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대안교육은 이를 단지 인식하는 데 목적을 두는 것이 아니라 교육의 과정 자체가 생태주의를 체험하고 실현하도록 하고 있다. 많은 대안학교들이 전원 지향적이고 기계의 편리함보다는 노동을 통한 직접 생산을 교육의 중요한 과정으로 삼는 것은 이 때문이다. 앞으로 생태 위기가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바, 이러한 교육에 대한 관심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대안교육은 기존의 학교교육에 대하여 여러 가지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한다. 그리고 그 대부분은 기존의 교육에서도 이상으로나마 강조되어 왔던 것들이다. 이 점에서 대안교육은 종래와 다른 어떤 교육이 아니라 교육의 이상 그 자체, 또는 교육의 본질에 가까이 가려는 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전망은 기존의 공교육 제도 성격이 근본적으로 변화되지 않는 한 대안교육이 일시적인 유행에 그치기보다는 더욱 확산될 것임을 시사한다.

그렇다고 대안교육이 그 자체로서 발전하여 기존의 학교교육을 대체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실험적 성격의 소수 대안학교들이 현실적으로 기존 교육체제가 감당하고 있는 역할을 대신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대안교육의 본질적인 과제를 이끌어낼 수 있다. 그것은 기존의 학교교육에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줌으로써 변화를 유도하고 촉진하는 일이다. 이 점에서 교육 연구자나 교육당국은 학교 개혁의 선행 지수로서 대안교육에 대한 관심을 좀더 적극적으로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http://texcj.host24.woton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