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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교육

[대안교육] 대안교육센터의 구상

함영기 | 2005.04.13 14:49 | 조회 1786 | 공감 0 | 비공감 0
 

 대안교육센터의 구상


                         김찬호 (서울시대안교육센터 부센터장)


 1. 학교 바깥의 자리    


“애니메이션을 하고 싶었어요. 자퇴하면 그 쪽으로 전념하겠다고 마음먹고 학교를 때려치웠지요. 그런데 만만치가 않더라구요. 학원은 많은데 수강료도 비싸구요. 딱 나한테 맞는 걸 가르쳐주는 것 같지도 않아요. 혼자서 끄적거려 보지만 맨날 그 수준이고, 그래서 지금은 정말로 내가 이 쪽으로 소질이 있는지도 잘 모르겠어요.”


 “심심해 죽겠어요. 피씨 방에서 죽치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친구들 하구 어울리고 싶은데, 만날 수 있는 데가 있어야지요. 학교를 그만두고 나니까 그런 게 문제더라구요.”


 “집에 하루 종일 처박혀 있으니까 엄마하고 계속 부딪혀요. 학교 다닐 때보다 더 심해졌어요. (....) 외출요? 돈이 있어야지요.”


   “학교만 그만두면 열심히 살겠다고 약속을 받고 자퇴를 시켰지요. 그런데 몇 개월 못가더라구요. 생활이 불규칙해지고 별로 하는 일도 없이 빈둥빈둥 하루를 보내는 날들이 많아지잖아요. 이대로 가면 어떻게 되나 걱정이 태산입니다.” (학부모)


  “대학 가는 거, 바라지도 않습니다. 그냥 아무거나 마음 붙이고 꾸준하고 착실하게 공부할 수만 있으면 좋겠거든요. 그렇게 생활을 잡아주면서 공부도 가르쳐주는 학교가 혹시 있나요?” (학부모)


이것은 대안교육센터의 상담 창구에서 만난 탈학교 십대와 그 부모들의 말이다. 이렇듯 많은 아이들이 아무런 준비 없이 학교를 떠난다. 정말로 뭔가를 꼭 해보고 싶어서라기 보다는 당장 지금의 학교 생활이 너무 싫고 힘들어서 자퇴한다. 말하자면 학교 바깥으로 그냥 튕겨져 나가는 것이다. 그 수는 계속 늘어나 서울시만 해도 일년에 2만 명을 넘는다. 이제 탈학교 현상은 더 이상 개인적인 ‘적응’ / ‘부적응’의 수준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로 바라볼 때가 되었다. 그런데도 한국사회는 그들을 여전히 불온시한다. 부모들도 자녀가 학교를 그만두겠다고 하면 안절부절 하지 못한다.


 그런데 그 불안에는 근거가 없는 것이 아니다. 학교를 벗어난 십대들이 ‘정상적’으로 성장해갈 수 있는 사회적 토대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가정에서 감당하자니 풀어야 할 문제가 너무 엄청나고 부모는 여건 (시간, 경제력, 프로그램 등)이 준비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결국 여전히 학교라는 ‘보호 관리소’가 그나마 가장 무난하게 여겨지게 되고 그 바깥에서 대안을 찾기가 너무 어려운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렇듯 십대에게 학교만이 사회적으로 인정되는 소속 공간으로 계속 남아 있는 것은 학교가 변화하기 어려운 한 가지 이유가 되기도 한다.)


 학교를 떠난 십대들에게는 사회적으로 적절한 입지가 주어지지 않는다. 학생증 대신 내놓을 신분증이 없어 각종 할인 혜택에서 제외되고 미국 비자 같은 것도 얻지 못한다. 또한 용돈이라도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해보지만, 노동권을 보장받지 못해 임금을 착취당할 뿐 아니라 각종 부당한 대우로 마음의 상처를 입기가 일쑤다. 시민으로서 그리고 직업인으로서 떳떳하게 자리매김 되지 못한 채 애매한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있는 것이 바로 학교 밖 청소년들이다. 이는 존재 그 자체의 불안으로 체감되고 그것은 크게 두 가지 유형의 행동 양식으로 표출된다.


 하나는 개인적으로 원자화되고 고립되어버리는 것이다. 사회적 관계로부터 단절된 채 자신의 사적인 세계에 밀폐되어 지내는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 일본에서 급속하게 늘어나는 ‘도지꼬모리족’은 그 전형이다.) 다른 하나는 맹목적이고 폭력적인 집단주의에 휩쓸리는 것이다. 비슷한 처지에 있는 친구들끼리 강한 응집력과 친밀감을 형성하면서 하나의 완결된 소우주를 만들고 거기에서 정체성과 에너지를 얻는 모습은 폭주족에서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다. 물론 이것은 탈학교 청소년뿐만 아니라 학교에 다니는 십대들도 비슷하게 놓여 있는 상황이요 그에 대한 반응이기도 하다. 그리고 십대뿐만 아니라 20대 심지어 30대에 들어서도 그러한 질곡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다만 학교 밖 십대는 그러한 황폐한 시대 정황과 공허한 일상을 가장 첨예하고 집약적으로 겪고 있다고 볼 수 있다. 


2. 학교 밖 십대들이 원하는 것 : 자기 형성의 공간  


 학교를 그만둔 청소년을 가리켜 ‘학업 중도 탈락자’라고 부르기도 한다. 말을 풀어보면 정상 궤도에서 벗어났고 낙오했다는 뜻이 담겨 있다. 그리고 그런 ‘탈선자’들에게는 특별한 지도와 교정이 필요하다고 흔히 여겨진다. 그러나 그러한 계몽주의적 처방은 그 아이들이 학교를 떠나도록 만든 바로 그 요인이다. 따라서 그러한 훈육의 관점에서 접근하면 할수록 그것은 막중한 억압으로 다가가기 때문에 아이들의 마음은 더욱 흩어질 것이고 사태는 점점 악화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그 아이들에게는 무엇이 필요한가.


 그 첫 번 째는 ‘준거 집단’이다. 몸과 마음이 머물 수 있는 안정된 만남의 장(場)이 있어야 한다. 일정한 소속감을 가지고 지속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소집단 속에서 그들의 삶은 사회적인 지지와 승인을 얻을 수 있다. 물론 그 안에서의 관계가 항상 원만하지 않아도 된다. 갈등 속에 빠져 고민하고 인간 관계에 실패할 수도 있다. 그러나 바로 그런 가운데서 자아를 새롭게 만나면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혼자 내버려져 있지 않다는 느낌이고, 그 안정감을 바탕으로 생겨나는 자신감이다. 


 다른 하나는 ‘새로운 방식의 학습’이다. “학교를 그만 둔 것이지, 공부를 포기한 것은 아니예요.”라는 어느 탈학교 십대의 말에서 잘 드러나듯이 적지 않은 아이들이 계속 뭔가를 배우고 싶어한다. 물론 상당수의 아이들은 심각한 무기력증에 빠져서 아무 것에도 의욕을 갖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일방적인 교육과 무의미한 텍스트에 너무 오랫동안 길들여져서 그렇게 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배움에 대한 열망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욕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교를 떠난 십대들에게 그러한 학습의 즐거움을 일깨울 수 있는 환경이 주어져야 한다. 기존의 학습과는 전혀 다른 방식의 지적인 자극이 제공되어야 한다. 


 ‘준거 집단’과 ‘새로운 학습’을 통해 아이들은 세상과 인생을 배우면서 자기를 업그레이드시켜갈 수 있다. 주어진 현실을 해석하면서 자기의 미래를 기획하는 문화적 주체가 될 수 있다. 주체적인 학습을 지속하면서 어른으로 성장해갈 수 있는 경로를 스스로 개척하는 것이다. 탈학교 십대들에게 가장 어려운 과제인 짜임새 있는 생활과 자기 관리라는 것도 외적인 규율에 의해서가 아니라 삶에 대한 활력을 회복하면서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 학교 밖 청소년들은 그러한 자기 형성의 공간을 원한다. 그 공간에서는 무엇보다도 체험이 중요하다. 바깥에서 부과하는 가르침이 아니라 각자의 깊은 욕구를 스스로 읽어내면서 거기에서 학습의 방향을 탐색해 가는 것이다. 따라서 저마다의 느낌에 충실하게 귀기울일 수 있고, 스스로 배움의 동기 부여를 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와 기다림이 필요하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자기 형성의 공간이란 결코 자족적인 것이 아니다. 그리고 뚜렷한 경계를 가진 것도 아니다. 그것은 고정되어 있는 구조가 아니라 끊임없이 확장되면서 다양한 세계와 체험을 포섭하고 편집하는 역동적인 과정이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예를 들어 지금 십대들의 아르바이트는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일 뿐, 직업으로 이어지는 통로가 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또한 많은 청소년들이 백댄서로서의 꿈을 키우면서 나름대로 활동을 벌이지만, 일시적인 발산에 그칠 뿐 실제로 그 쪽으로 진출하는 비율은 지극히 낮은 실정이다. 이렇듯 어떤 필요나 욕망의 단편적인 충족으로 그치는 체험들이 삶의 긴 여정 속에서 유기적으로 통합될 수 있는 틀이 있어야 한다. 보다 넓은 사회적인 지평 속에서 자아의 위상을 발견할 수 있는 관계, 체험을 통해 시민적 소양과 직업적 능력을 키워갈 수 있는 학습, 바로 그것이 탈학교 십대 자기 형성 공간의 핵심이다. 


 3. 도시형 대안 학교의 방향 : 벽이 없는 네트웍 학교와 자기 주도 학습


 탈학교 청소년들은 거의 다 도시 지역에 거주한다. 그런데 지금 한국에서 세워져 있는 대안 학교는 거의 다 농촌 지역에 위치해 있다. 거기에는 싼 땅값을 찾아서 학교 부지를 마련한 까닭도 있고 또한 도시 문명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에서 교육의 철학을 마련한 것도 관련이 있다. 그런데 그런 대안 학교가 주를 이루다 보니 그런지 몰라도 왠지 대안학교는 반드시 농촌이나 산촌에 있어야 어울릴 것 같은 통념이 생긴 듯하다. 다시 말해 도시는 인간성이 황폐화되어 교육에 적합하지 않은 장소로 흔히 여겨지는 것이다. 그래서 학교 이외의 도시 공간의 많은 부분은 ‘유해’ 환경으로 가득 차 있다는 전제 하에 청소년들의 출입을 금지하고 보호해야 한다는 발상이 도시 청소년 정책의 한 기조를 이룬다. 


 그러나 관점을 달리해서 보면 도시 안에는 다양한 체험의 기회와 풍부한 학습의 텍스트가 담겨 있다. 분화된 사회 영역들과 이질적인 사람들이 어울려 빚어내는 문화는 도시를 살아가는 재미다. 그러한 매력은 청소년에게도 바깥 세계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면서 배움의 마당으로 나아가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도시형 대안 학교는 바로 그러한 조건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향에서 기획되고 운영되어야 한다. 따라서 그 학교에는 안과 밖을 가르는 울타리가 필요 없게 된다. 


 21세기의 학교는 눈에 보이는 물리적 공간이 아니어도 된다. 학교는 공부하는 사람들의 관계망이며, 거기에서 이뤄지는 지적인 운동 그 자체이어야 한다. 정보 회로가 사방팔방으로 뚫려 있어 모두가 모두에게 통하는 네트웍 시대에 학교는 더 이상 어느 특정한 공간에 얽매이지 않는다. 정보 사회에서 정보와 지식이 생성되고 유통되는 현장은 어디든 학교가 된다. 대학, 문화센터, 주민체육시설, 박물관, 도서관 등은 물론 시민단체, 관청, 교회, 기업, 병원, 보육원, 방송국 그리고 더 나아가 동네의 빵집이나 미용실까지도 배움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일하고 배우고 살아 숨쉬는 그러한 현장이야말로 세상을 체험적으로 익혀 가는 교실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질문을 던질 줄 아는 ‘학습자’ 개인의 자세이며 그를 둘러싼 환경이다. 무수하고 다양하게 널려 있는 사회의 학습 자원들을 적절하고 효율적으로 엮어낼 수 있는 능력, 곧 학습자 스스로 ‘고기를 낚는 법’을 알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자기 관리와 자기 기획 능력이 핵심이다. 자신의 분명한 관심과 주제를 가지고 정보를 수집하여 편집하고 거기에서 생성된 지식을 다시 자기 삶 속에 끌어들일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얻어진 앎은 삶의 굳건한 힘으로서, 끊임없이 자기를 업그레이드하면서 인생 항로를 스스로 개척하는 나침반이 될 수 있다. 더 이상 평생고용을 기대하기 힘든 불안정 고용의 시대, 불확실성의 시대, 유목민 시대의 학습은 학습 주체가 빠져서는 불가능하다.


 동기화된 아이들이 개인별로 그리고 팀웍 활동 속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배우는 것이 네트워크 학교이다. 학생과 학생뿐만 아니라 교사와 학생 사이에 가로놓여 있던 벽도 허물어지면서 소통이 활성화되고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는 공동체, 바로 그것이 도시에서 새롭게 만들어져야 하는 학교의 모습이다. 호기심을 억압하고 관계를 가로막는 기존의 지식에서 벗어나 서로의 생각과 느낌을 북돋으며 더불어 자라나는 생명 체험, 바로 그것이 도시형 대안 학교에서 만들어 가는 학습의 기본이 되어야 한다.


 거기에서 자라나는 십대들은 네트웍 시대의 주역으로 살아가는데 필요한 유연성을 체득해 가야 한다. 자퇴가 억압을 견디지 못해 뛰쳐나온 반작용이었다 해도, 그 높은 장벽을 넘은 체험은 사회의 여러 경계를 가로지르면서 자기의 정체성을 디자인하는 힘으로 진화할 수 있다. 그를 위해서는 익숙한 환경을 낯설게 바라보면서 변화하는 상황을 주체적으로 읽어내는 인식 능력, 어떤 주어진 목표나 테마를 중심으로 타자와 관계를 맺고 소통할 수 있는 사회성, 그리고 그 네트웍 속에서 지식을 공유하고 유통시킬 수 있는 정보 마인드 등을 키워가야 한다.   


4. 대안교육센터의 역할


 위에서 그린 구상은 지금 학교를 떠난 청소년들의 처지를 생각해보면 너무 요원한 이야기로 들릴지 모른다. 기초 학력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아이들이 태반이고, 하루하루 생활을 추스리기도 힘겨운 아이들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네트웍이니, 자기 주도 학습이니 하는 개념은 공허한 구호로 다가오기 쉽다. 그러나 위에서 제시한 학습의 방향은 기존의 학교가 요구하는 학업 능력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물론 삶의 의욕과 기본적인 학습 동기 그 자체가 심각하게 거세되어 버린 아이에게 금방 그러한 원리가 적용되기는 어렵다. 그러나 기존의 학교 체제에 적응하지 못했기에, 그리고 그것을 과감하게 거부하고 나왔기에 오히려 대안적인 학습 시스템과 친화력을 갖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급증하는 탈학교 청소년들의 생활과 배움에 그러한 변환이 일어날 수 있는 조건을 만들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과제들을 해결해야 한다. 서울시 대안교육센터는 바로 그를 위해 세워졌다. 그렇다면 그 과제들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다음의 네 가지 차원으로 나눠서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 대안교육의 현장이 다양하게 성장해야 한다. 지금 이미 서울시에는 탈학교 청소년들을 위한 몇몇 대안 학교들이 개설되어 있는데, 아직 걸음마 단계에 있다. 대부분 체제, 공간, 교사, 프로그램, 재정 모든 면에서 열악한 수준이다. 외적인 조건에서는 서울시 수련시설들은 그나마 사정이 비교적 낫기는 하지만, 내용적인 면에서는 모두 암중 모색하고 있다. 대안교육센터에서는 그러한 현장들이 업그레이드될 수 있도록 다각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2001년 8개 현장들을 네트웍하여 인큐베이팅하면서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그래서 다른 지역에서 그 모델이 복제되고 확대 재생산될 수 있도록 경험을 정보화하고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다.


 둘째, 그러한 실험이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사회적인 지지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우선 탈학교 청소년과 대안교육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탈학교 청소년을 다루는 언론 보도에서 가끔 가명을 쓰고 심지어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본인을 위한 배려이겠지만, 그 배경에는 앞서 언급한 ‘탈학교 = 탈선’이라는 고정 관념이 자리 잡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대안 학교라고 하면 문제아들을 수용하는 특수 학교 정도로 생각하는 시선도 대안 교육을 적극적으로 구상하고 실천하는데 걸림돌이 된다. 이제 탈학교의 현실을 직시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자기 삶을 개척하려는 십대들에게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대안교육센터는 그렇듯 인식을 전환하고 대안교육의 필요성을 알리는 작업에 나서고 있다.


 셋째, 그러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지지를 이끌어내면서 사회적인 자원들을 발굴하여 연계해야 한다. 그 자원이란 크게 (1) 학습 자원 (프로그램, 공간 등) (2) 인적 자원 (전문가, 자원 활동가) (3) 재원 등의 범주로 나눠서 생각해볼 수 있다. 탈학교 청소년을 위한 대안 교육은 그 규모가 엄청나게 방대하다. 그러나 거기에 필요한 자원을 국가나 지자체의 재정으로만 충당하려 한다면 사업은 불가능해진다. 대안은 사회적인 자원을 최대한 끌어내고 연계하는 길밖에 없다. 사적인 상승 의지로만 달아오르는 교육열을 공공 영역의 에너지로 어떻게 승화시킬 것인가가 관건이 될 것이다. 대안교육센터는 그러한 질적 전환을 도모하는 촉매제가 되어야 한 것이다.


 넷째, 이상의 일들이 안정적인 궤도 위에서 지속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 행정의 지원이다. 지금 탈학교 십대들을 위한 대안교육에서 겪는 어려움 가운데 하나는 제도적인 보증을 받지 못하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학교 밖 청소년의 신분 보장에서부터 대안 학교에서 이수한 교육 내용에 대한 학력 인증 (원하는 학생의 경우) 같은 것이 핵심이다. 기존의 행정 체계에서 이런 문제를 푸는 것은 결코 간단하지 않다. 전혀 새로운 범주와 시스템을 짜내야 할 뿐 아니라, 여러 관청이나 부서들이 칸막이를 넘어 협조해야 하기 때문이다. 급변하는 사회와 거기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행정 논리를 뛰어넘어야 한다. 따라서 그것은 행정 자체의 힘만으로는 어렵고 민간의 에너지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대안교육센터는 그러한 민간 파트너십을 상호 훈련하면서 새로운 정책 개발을 위한 다양한 접점과 고리를 탐색하고 있다.


5. 대안교육센터의 사업


 그러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대안교육센터가 수행해왔고 앞으로 더욱 발전시키려고 구상하는 사업들은 다음과 같다.


5-1. 연구 개발


(1) 탈학교 청소년 종합 데이터베이스 구축

 점점 늘어나는 탈학교 청소년들이 어떤 처지에 있고, 어떤 욕구를 지니고 있는지 등에 대해 실태를 파악하고 유형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 데이터베이스는 대안학교의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운영하는데 참고가 될 것이고, 청소년 정책을 개발하는데 기초 자료가 될 것이다. 또한 거기에 토대해 탈학교 청소년을 위한 정보를 체계화하여, 구체적으로 상담을 하고 학업 및 진로에 대해 조언을 하는데 필요한 가이드라인 (예를 들어 유형별 희망 진로에 따른 정보 제공)을 만들 것이다. 


(2) 대안 학교의 모델 개발 및 확산

 탈학교 청소년을 위한 대안 학교는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지고 운영되어야 하는가에 대해 다양한 모델이 나와야 한다. 이를 위해 센터에서는 민간 4곳, 서울시 청소년시설 4곳을 시범 현장으로 삼아 집중적으로 지원하면서 모니터링하고 있다. 그리고 센터 자체적으로 ‘네트웍 실험 교실’이라는 것을 운영하면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이러한 경험들을 정리하고 분석하여 일정한 시스템을 마련함으로써 학교의 모델들을 다양하게 업그레이드하고 확산시키는데 기여할 것이다. 

                 

(3) 핵심적인 커리큘럼 및 길잡이 교사 매뉴얼의 개발 

 대안 학교의 성패가 걸려 있는 것 가운데 하나가 커리큘럼이다. 기존의 제도 교육과 차별화되는 내용과 형식으로 학습이 이뤄지지 않으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한 커리큘럼은 한편으로 십대들의 요구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의 요구를 입체적으로 수용하면서 개발되어야 한다. 또한 그러한 텍스트를 바탕으로 아이들의 특성에 맞춰 맞춤 지도를 할 수 있는 길잡이 교사의 역할도 핵심적인 과제다. 그를 위한 지침을 매뉴얼화하는 작업도 커리큘럼과 병행하여 이뤄질 것이다.

                

(4) 대안 교육에 대한 담론 생산

 탈학교 청소년을 위한 대안 교육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아직 지극히 일천하고 그 논의의 수준도 매우 초보적이다. 대안교육센터에서는 위에 언급한 연구 및 개발 성과를 널리 공유하고 확산하는데 힘쓸 것이다. 심포지엄을 개최하거나 다른 심포지엄에 참여해 논의를 발전시키고, 각종 언론 매체에 기고나 인터뷰 형식으로 제언을 하며 대중 강연을 통해 사회적 관심과 지지를 확보할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작업은 출판물로 정리되어 대안 교육에 대한 담론의 체계화에 기여할 것이다.


5-2. 네트웍 및 시스템 구축

            

(1) 사회 학습 자원의 발굴 및 연계

 앞서 언급했듯이 도시형 대안 학교의 핵심은 도시 내에 흩어져 있는 교육의 현장과 학습의 자원들을 충분하게 활용하는 시스템의 활성화에 있다. 대안교육센터에서는 그 네트웍을 짜서 운영해왔다. 교육 현장으로는 지금 4개의 시립 시설과 4개의 민간 현장이 정식으로 엮여 있지만, 앞으로 더 확대하여 지방의 기존 대안학교, 서울의 공립형 대안 학교 등과도 연계하여 프로그램을 운영하려 한다. 그리고 학습 자원 쪽으로도 지금은 대학, 문화센터, 기업, 동물원 등이 네트웍되어 있는데, 앞으로 새로운 현장들로 판을 확대해나갈 것이다. 그러한 여러 현장들이 교실로 연결되고 청소년들이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면서 학습한다고 할 때, 그것을 어떤 학적 시스템 속에서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가 매우 핵심적인 연구 과제이다.

  

(2) 지방 및 해외 교류 네트웍

 탈학교의 증가는 전세계가 고민하는 문제다. 따라서 그 해결을 모색하는 작업도 지구적인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아시아의 여러 나라들이 네트웍을 맺어 정보와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몇몇 사업을 공동으로 전개하는 것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 그러한 연결망을 토대로 청소년들의 차원에서도 교류의 공간이 형성될 수 있다. 그래서 여행을 통해 지구촌을 체험하면서 글로벌 시민 의식을 익히고, 각자의 관심과 재능을 따라 직업과 연계된 학습을 수행할 수 있다. 그러한 교류는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의 여러 지방에 있는 대안 학교 및 대안 교육 모임과도 이뤄질 것이다. 청소년들이 여행과 교류를 통해 자기를 형성해 갈 수 있는 ‘유목민’ 시대에 대안교육센터에서는 그러한 네트웍을 활성화할 것이다.

    

(3) 제도화 작업

 지금 탈학교 청소년을 위한 제도적 뒷받침의 핵심인 신분 보장과 학력 인증 제도는 기존의 행정 절차만으로는 풀기 어렵기 때문에 그 해결 방안을 다각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그것 말고도 기존의 공립형 대안학교 재학생이 오후 수업을 대안교육센터의 학습 자원을 이용해 대신한다고 할 때, 그것을 수업으로 인정해줄 수 있는 제도 같은 것도 사례 중심으로 풀어가고 있다. 그리고 조금 장기적인 과제로 대안학교의 교사 자격증 문제도 연수 제도와 함께 연구하고 있다. 


(4) 온라인 시스템

 위에서 말한 네트웍과 시스템은 온라인 시스템이 없으면 제대로 운영되기 어렵다. 그 시스템 속에는 서울시의 학습 자원이 정보화되고, 여러 지역에 흩어져 있는 학교 밖 청소년 및 교육 현장의 커뮤니티가 만들어진다. 그것을 토대로 하여 지리적인 제약을 넘어서 온라인 학습이 어느 정도 이뤄질 수 있다. 그리고 학력 인증 프로그램을 이수하는 학생의 학적 관리 및 교무 행정도 그 안에서 이뤄진다. 이러한 온라인 시스템은 결국 대안 교육의 혜택을 보다 많은 청소년들이 누릴 수 있도록 하는데 궁극적인 목적이 있다.


6. 기대 효과 및 비전


 대안교육센터의 구상과 사업은 무엇을 지향하는가? 위에서 이야기한 내용들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면서 의미를 부여해보고자 한다.

 첫째, 학교 바깥 청소년들의 사회적인 자아를 형성할 수 있는 공간의 확보이다. 학교를 떠났다고 체제 바깥에 방치되는 것이 아니라, 시민으로서 나름대로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면서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을 형성해갈 수 있는 자리를 열어주는 것이다. 이것은 실제로는 청소년들이 별로 이용하지 않는 기존의 청소년 수련 시설들을 참다운 청소년들의 공간으로 되돌리는 작업을 수반한다.

 둘째, 공교육과의 관련성이다. 대안학교의 활성화는 기존의 학교의 기반을 흔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보완한다고 보아야 한다. 청소년들의 요구도 그러하거니와 사회의 변화를 생각해볼 때 교과 내용은 점점 다양해져야 한다. 그러나 기존의 공교육은 그 모든 수요를 충족시키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이제 학교 바깥에 다양한 학습의 장을 확대함으로써 공교육에 과중하게 지워진 짐을 덜어주어야 한다. 교육 정책과 청소년 정책이 유기적으로 연계되면서 청소년들의 생활이 풍요로워질 수 있도록 프로그램들이 계발되어야 한다.

 셋째, 평생 학습의 기반 조성이다. 주5일제 수업과 주 5일제 근무가 보편화되면 학교 및 직장의 바깥에 있는 지역 사회가 적극적인 인간 활동의 장이 될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거기에 제대로 된 사회 문화적 토대가 마련되어 있지 않으면 휴일은 무료한 시간이 되거나 소비적인 쪽으로 치우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도시 안에서 시민들의 참여가 이뤄질 수 있는 공공 영역이 마련되어야 하는데, 대안적인 학습의 장을 활성화하는 것은 매우 효과적인 전략이 될 것이다. 그를 통해 시민들이 학습을 통해 지적인 성장을 도모하는 것뿐만 아니라, 교사로 자원 활동을 통해 교육의 장을 넓히는데 기여할 수 있다. 이제 교육은 학교가 가정 그리고 지역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하는 과제라고 볼 때 그러한 참여는 매우 절실하다. 그리고 평생 학습 시대에 필요한 지역의 자원도 그를 통해 발굴되고 계발될 수 있다.

 넷째, 도시 문화의 활력을 불어넣는다. 지금처럼 기능적인 삭막함과 선정적인 자극만이 넘치는 대도시는 청소년들의 성장을 돕는 환경이 되기 어렵다. 그렇게 황량한 도시 속에 학습 공간을 다양하게 열어 가는 과정에서 만남과 커뮤니케이션 공간은 넓어질 것이다. 경찰관 아저씨와 청소년이 지역의 치안 행정에 대해 토론하고, 빵집 아저씨가 요리 교사로 변신하는 자리, 그것이 우리가 꿈꾸는 대안학교다. 거기에서 탈학교 십대는 문제가 아니라 자원으로 탈바꿈한다. 그들의 에너지는 도시의 문화를 창조하는 내적 동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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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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