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학기에는 수행평가로 역사의식을 측정하고자
아이히만의 사례를 제시하고 스스로를 성찰하는 계기로 삼을 것을 요청하는
문제를 출제해봤습니다.

아이히만은 평범한 사람이었다는 nie 자료를 제시하고

1. 평범한 사람 아이히만이 인류 최악의 전범으로 전락한 이유에 대해 서술하시오.
2. 우리가 일상 속에서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아이히만’과 같은 사례를 찾아보시오.
3. ‘진학’, ‘취업’, ‘승진’을 할 때 꼭 고려해야 할 사항을 윗글과 관련지어 서술하시오.

문항 3개를 내고, pass-fail 형태로 하여 공정성 시비는 최소화했습니다.

채점을 해보다보니 정말 섬짓한게 많고
나름대로 교육적 의미가 있는 듯 싶어 공유하고자 올려봅니다.

특히 섬짓한 것은 2번 문항...
우리 아이들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아도 알 건 다 안다는 느낌을 받았고
그래서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또 부끄러웠습니다...

"평범한 친일파"에서부터
분식회계를 시키는 사장 밑에서 시키는 대로 하는 직원
촛불 시위 진압을 아무생각 없이 성실히 하는 전경

댓글 알바를 하는 사람들
아무 생각없이 시키는 대로 살고 있는 입시에 찌들어 있는 우리 스스로 등등

다양한 답들이 많았지만
그중 가장 많았던 몇개의 답안들 중 하나는 다음과 같은 유형의 답안었습니다.

"'평범한 아이히만'의 사례는 '평범한 학교'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학교 내부 관료제에서 가장 높은 지도자는 교장-교감이고, 그 밑으로 부장-평교사가 있다. 교감은 교장으로, 부장-평교사는 교감으로 승진하기 위해 교장의 우호적인 평가가 필요하다. 이때문에 교장에게 높은 점수를 얻기 위해 그의 지시를 충실히 이행한다. 설령 그것이 학교를 구성하는 대다수의 학생들에게 이롭기보다는 해로운, 효율보다는 비효율적인 사항이라 할지라도. 교장의 우호적인 평가와 그것으로 인한 빠른 승진을 위해 열심히, 성실히 실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