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11시 일본 삿뽀로 시내에 위치한 고사이 초등학교 실내체육관에는 4학년3반 체육 수업이 한창이었다. 30여명의 남여 학생들이 바지 뒤춤에 빨강·노랑·연두색 끈을 달고 1300㎡ 규모의 실내체육관을 신나게 뛰어다니고 있었다. 이들은 4팀으로 나뉘어져 다른 팀원의 허리춤 끈을 빼앗아 정해진 곳에 놓아 일정 시간동안 많은 끈을 확보한 팀이 이기는 운동을 하고 있었다. 그 뒤 3명씩 한조가 돼 공이나 막대·긴줄 등 여러 도구를 이용해 순발력과 팀웍을 기르는 운동을 했다. 45분동안 5가지 종류의 운동을 하는 틈틈히 담임교사인 노리키 타나와는 팀별로 각각의 운동에서 느낀 점을 말하는 시간도 마련했다. 이들의 체육시간은 ‘수업’이라기보다 일종의 ’놀이’ 시간같아 보였다. 교사 노리키는 “체육시간의 기본 목표는 운동에 관심없는 아이들도 움직이는 것이 즐겁다는 것을 알게 하고 또 웃게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명쾌하게 말했다. 학생들은 “그냥 친구들끼리 뛰어노는 게 재미있냐 체육 수업시간이 재미있냐”는 질문에 망설임없이 “당연히 체육시간이 더 재미있다”고 대답했다.

교장 모리야 신이치는 “체육시간을 통해 운동에 재미를 붙인 학생들이 공부도 잘 할 뿐 아니라, 운동은 기본적으로 2명 이상이 함께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친구들과의 우정도 쌓고 상대를 배려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며 “체육이 인성교육에 큰 바탕이 되기 때문에 우리 학교의 많은 교사들이 지역의 ‘체육연구모임’에 소속돼 체육 교수법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체육시설로 실내 체육관과 실외 운동장, 수영장을 갖추고 있었다. 모리야는 “법률에 명시된 ‘학교설립 기준’에 따라 일선 학교들은 운동장과 실내체육관은 의무적으로 갖추어야 하며 수영장 확보는 의무는 아니지만 대부분의 학교가 학내에 수영장을 마련하고 있든지 인근 지역스포츠센터와 연계돼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교 체육시설의 경우, 실외 운동장이 야구장·축구장·육상트랙으로 구성돼 있는 점이 눈에 띄었다. 11일 방문한 미도리가 오카 고등학교 운동장 안 축구장에서는 남학생들이 축구시합을 벌이고 있었고, 잔디가 깔려있는 운동장에서는 여학생들이 체조를 하고 있었다. 야구장·축구장·육상트랙과 잔디밭으로 구성돼 운동장의 크기는 한국 학교 운동장 크기의 약 3배 정도였다. 또 실내체육관과 별도로 검도·유도방도 마련돼 있다. 이 학교 교감 마에다 유타카는 “대부분의 고등학교 운동장은 야구장·축구장·육상트랙으로 구성돼 있는 게 기본이며 학교마다 그 학교 전통에 따라 특정 종목의 체육시설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학교에는 야구나 축구 등 9개 운동종목과 관련된 취미활동반을 운영중인데, 80% 가량 학생이 이들 취미반에 가입돼 있었다. 마에다는 “취미활동반 가입 여부는 자율인데, 학생들이 기본적으로 하나씩 좋아하는 운동 종목이 있어서 대부분이 가입해 자유롭게 활동한다”고 말했다.

일본 학교들은 체육시설이 뛰어나고 학생들의 운동 취미반 활동은 활발하지만, 운동에 두각을 드러내는 학생, 이른바 ‘체육특기자’를 위한 운동반 운영 등의 제도는 전무했다.

체육관·수영장등 시설 뛰어나고
운동 취미반 활동 활발
생활체육 중시…선수 양성은 안해

7일 오후 방문한 일본 오타루 사쿠라가 야구장에서는 오타루 시내 14개 중학교 야구팀 가운데 최고를 뽑는 경기의 결승전이 열리고 있었다. 이날 결승전에는 12개 팀을 이긴 제니바코 중학교와 보요다이 중학교가 결승전을 치르고 있었다. 이는 매년 8월25일 전국 최고의 중학교 야구팀을 뽑는 ‘일본중학교체육연맹대회’를 위한 지역내 예선전이었다. 이날 시 결승전에 진출한 보요다이 중학교 야구반은 능력보다는 야구를 좋아하는 학생을 우선으로 가입시키는 일종의 취미활동반이었다. 이 학교 교장 오우가미 주유키 교장은 “야구반은 이 대회를 앞두고 틈틈히 야구선수 출신의 지역 자원봉사자로부터 훈련을 받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우가미는 “야구에 취미를 가진 이들의 시합이기 때문에 수업을 빼먹고 연습을 하거나 대회를 위한 ‘합숙훈련’은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소수의 체육엘리트 양성보다 모든 학생에게 체육 취미를 붙여주는 것을 중시하는 학교 분위기는 일본 중·고·대학교에 ‘체육특기자 선발 전형’이 따로 없는 것과도 연결된다.

연수단이 방문한 홋카이도 안 4개 초·중·고등학교 관계자들은 “프로 운동선수를 꿈꾸는 학생들은 학내 취미활동으로는 부족하지 않냐”는 질문에 “그런 학생들은 지역 단위의 전문 운동교실 등을 이용한다”면서 “일선 학교 차원에서 전문선수 양성을 위해 노력하지는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삿포로시교육위원회가 일선 초등학교에 배포하는 ‘교육과정편성 지침’을 보면, 초등학교 체육교육은 ‘자발적이고 자주적인 운동실천 능력과 태도를 길러 평생 스포츠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개인차를 고려해 지도하는 것’을 중요한 목표·지침으로 삼고 있다. 이른바 ‘엘리트 체육’보다 평생 체육의 관점에서 ‘생활체육’을 중시하고 있는 것이다.

삿포로/강김아리 기자 ari@hani.co.kr (한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