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강신복․이충원 교수는 지난 1997년 공포된 제7차 체육교육과정 즉, 국가수준의 교육과정이 일선학교에 어떻게 전파(보급)되고 확산되는지 그 적용 과정을 심층적으로 분석 ․연구 하였다. 그 결과 제 7차 체육교육과정의 중학교 적용과정은 다음 네 단계로 나누어 졌다고 밝히고 있다. 그것의 첫 단계는 감지 및 단순 수용단계로, 교육과정이 재정된 사실 정도만 인식하고 있을 뿐 다른 구체적인 내용은 잘 알지도 못했으며, 수동적으로 공문을 접수하는 단계 였고, 두 번째 단계는 시동 및 민감 단계로서, 교육과정 시행에 대해 서서히 준비하고 있었으며, 체육교과에 어떠한 영향이 미칠 것인지를 모색하는 시기였다고 한다. 세 번째 단계는 활동 및 적응 단계로서, 교육과정에 따라 연간 교수-학습계획을 수립하는 시기였고, 마지막 단계는 일상 및 무관 단계로서, 학교 전반적으로는 계획․수립한 교육과정대로 점차 일상화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 하지만, 체육교과에서는 예전과 크게 변화된 모습 없이 교수-학습방법을 답습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한다.

교육과정은 바뀌었으나 현장에서는 예전과 크게 달라진 모습이 없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이 연구 결과는 한마디로 말해 ‘교과 교육과정 뭐 크게 달라진 점 있습니까?’라는 말로 일선교사들의 행동양상을 대변하고 있는 느낌이다. 실제로 일선 현장의 체육교사 대부분이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지는 않을까? 다음 체육교사의 말을 들어보자.

“저는 교육 경력이 14년째입니다.
5차 교육과정과 6차 교육과정을 가르쳤었고, 지금 7차 교육과정을 가르치고는 있지만 사실 체육교육과정 개정이 왜 필요한 건지조차도 모르겠습니다.
체육교육과정은 개정되었는지 몰라도 체육을 가르치는 행태는 하나도 바뀐 게 없질 않습니까? 오히려 교육과정이 바뀔 때마다 발전적이고 진보하는 모습보다는 들러리 내지는 체육교과만 깎아 먹히는 느낌입니다. 이번 7차 교육과정도 그래요, 주당 3시간이었던 중3체육수업은 왜 2시간으로 준겁니까?
특별히 좋아진게 있다면 교과서가 커진 정도? 그나마 교과서를 거들떠보지도 않거나 체육수업에 잘 활용하지 않는 건 예전과 하나도 다를 바 없고 교육과정이 개정되면서 모든 교과가 수행평가를 30%이상 반영해야 한다고 야단들 이지만 체육교과는 실기평가가 수행평가라고 우기며 어디 꿈쩍이라도 합니까? 적어도 제가 경험한 14년 동안의 체육교육과정 은 거기서 거기라는 느낌입니다. “

“제가 생각하기에는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과 단위학교수준의 교육과정에서의 괴리는 다음 두 가지 이유가 있어서라고 봅니다. 첫째는 교육과정 자체가 우리학교현장에서 그동안 있었던 많은 문제점들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하지 않고 몇몇 소수의 전문가에 의해서 우리와는 판이하게 다른 외국사례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는 것과 둘째는 학교현장에서 과연 우리체육교사들이 이번 교육과정을 훌륭히 해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배려가 없이 만들면 그대로실행되리라는 안일한 태도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사실 학교에서는 체육교육과정을 실행하는데 많은 난관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난관이 무엇인지,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방향과 방법에는 별다른 주의를 기울이지 못하고 단순히 교육과정고시, 그리고 해설서, 평가척도 정도 ‘툭’던저주고 ‘한번 해봐라’는 식의 태도가 문제라고 지적하고 싶습니다.
이젠 교육과정 개정 때마다 불만 늘어놓기도 싫다며 관심도 안 갖는 교사도 생겨날 정도입니다. 교육과정이 성공하려면 그 시작이 현장에서부터 출발해야 하며, 개정된 것을 발표하는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보다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연수와 지원이 이루어 져야 합니다. “

물론 이 두 교사의 말이 모든 체육교사의 말을 대변 하거나 교육과정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했다고 보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 두 교사의 목소리에 관련 당국은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지난 50년 동안 체육교육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하여 체육교육과정을 여러 차례 개정하여 왔지만, 결국 교육과정에서 제시하고 있는 이상적인 모습과 현실에서는 항상 괴리가 존재하지 않았던가? 교육과정의 개정을 통해서 형식적 교육과정과 실천적 교육과정을 가능하난 일치 시키려는 노력을 관련 당국이 적극적으로 하였다면 아마도 위와 같은 불만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된다.
결국 교육과정의 성공적 운영은 현장교사들에게 달려 있다. 현장교사들 손에서 3차 교육과정이 가르쳐 지면 3차 교육과정의 학생들이, 7차 교육과정을 가르치면 7차 교육과정의 학생들이 길러지는 것이다. 다시 말해 체육교사들이 교육과정을 어떻게 이해하고 해석하여 실제 체육수업에 적용하느냐에 따라 의도된 체육교육의 결과가 성취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하여 관련 당국은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것이며, 가능하난 현장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며 현장에서 내는 그들의 절규에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