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회마을의 겨울 풍경. 빼어난 자연 경관과 잘 어우러져 있는 이 마을에 하얀 눈까지 내려서 우리 고유의 정취가 물씬 풍긴다. 대표적인 양반 마을로 많은 문화 유산을 가지고 있는 하회마을은 1999년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이 다녀가면서 세계적으로도 널리 알려졌다. /사진 제공=황헌만(사진 작가)

경북 안동시 풍천면에 있는 하회마을은 남ㆍ서ㆍ북쪽 삼 면이 물에 잇닿아 있습니다. 멀리 태백산에서 남으로 흘러온 낙동강이 마을을 휘감아 돌면서 흘러간다고 해서 ‘하회’라 이름을 갖게 되었어요. ‘물돌이 마을’이지요.

마을 동쪽에는, 멀리 북쪽서 산줄기 하나가 뻗어오다가 앞에 큰 강을 만나 서쪽으로 돌아 멈춰 솟은 화산이 있습니다.

화산 산줄기가 서쪽으로 흘러내려 펑퍼짐한 언덕을 이룬 곳에 집들이 들어서고, 그 주위로 물이 빙 돌아 흐르는 곳이 곧 하회마을이에요.

●물이 감싸고 돌아 막다른 외길뿐

마을 앞 서북쪽 건너편에는 바위 벼랑인 부용대가 병풍처럼 펼쳐져 있습니다. 이 곳에 올라 낙동강이 태극(‘S’ 자) 모양으로 마을을 끼고 굽이쳐 흐르는 모습을 한눈에 내려다보고, 다시 강 건너 마을의 길과 집들이 어우러진 모습을 살펴야 하회마을을 제대로 봤다고 할 수 있답니다. 그래야 연꽃이 물에 떠 있는 형상(연화부수)의 이 곳 지형을 느낄 수 있거든요.

물이 감싸고 도는 탓에 하회로 난 길은 외길뿐이고, 그 끝에 마을이 있습니다. 하회마을이 옛 문화 유산을 오늘까지 많이 지니고 있는 것도, 바깥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게 한 이 막다른 길 덕분이라 해도 지나친 말을 아닙니다.

하회마을은 전체가 문화재(중요 민속 자료 제122호)로 지정되었습니다. 그리고 국보ㆍ보물ㆍ중요 민속 자료로 지정된 여러 유형·무형 문화 유산들을 많이 갖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이 양진당(입암고택)ㆍ충효당ㆍ북촌댁ㆍ남촌댁ㆍ하동고택ㆍ작천고택(류시주가옥)ㆍ주일재 등 오래된 한옥들, 원지정사ㆍ빈연정사ㆍ옥연정사ㆍ겸암정사 등 학문도 하고 휴식을 취하기 위한 정사 건물들이지요. 또 우리 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하회탈과 하회별신굿 탈놀이, 임진왜란 연구의 귀중한 자료인 ‘징비록’ 등도 있습니다.

이렇듯 많고 값진 문화 유산을 보존하고, 대표적인 양반 마을로서 옛 선비들의 생활을 고스란히 보여 주기 때문에 하회마을이 유명합니다. 여기에다 자연 경관이 빼어나고, 그런 자연을 잘 이용하여 지은 병산서원이 있으니, 더욱 돋보이는 것이지요.

●서애 류성룡 선생 기린 \'충효당\'

눈 쌓인 길, 돌담, 그리고 눈꽃이 활짝 핀 나무들이 함께 만들어 낸 하회마을의 골목 풍경에서 정겨움이 느껴진다.

고려 말인 13세기에 전서공 류종혜 공이 이 곳에 자리잡은 것이 오늘날 하회마을의 기틀이라 할 수 있어요. 그 뒤 전서공의 6대손인 겸암 류운용(1539~1601년) 선생과 서애 류성룡(1542~1607년) 선생 때에 와서 번창했고요.

형제인 두 분은 다 학문이 높았는데, 특히 서애 선생은 임진왜란 때 일본으로부터 나라를 구하는 데 큰 공을 세웠지요. ‘징비록’은 서애 선생이 임진왜란이 끝나고 관직에서 물러나 옥연정사에서 우리 역사상 가장 위급했던 국난을 이겨 낸 내용을, 후세에 거울로 삼도록 기록한 것입니다.

현재 하회마을에 있는 많은 문화 유산은 바로 이 두 분들과 관계가 있습니다. 부용대 서쪽의 겸암정사와 마을에 있는 빈연정사는 겸암 선생이 지은 건물이고, 양진당은 겸암 선생이 살았던 풍산 류씨 종택이지요.

양진당은 류종혜 공이 처음 자리를 잡은 곳입니다. 건물은 남향으로, ‘口’ 자형 안채, ‘一’ 자형 사랑채, 그리고 동쪽으로 나 있는 ‘一’ 자형의 행랑채로 구성되었습니다.

부용대 동쪽의 옥연정사와 마을에 있는 원지정사는 서애 선생이 지었지요.

충효당은 서애 선생을 기리기 위해 후손과 제자들이 지은 집이고요. 지금도 서애 선생의 종손이 살고 있습니다. 그 동쪽에는 서애 선생의 귀중한 저서와 유품들을 전시하는 영모각이 있습니다.

●강 건너 병풍처럼 펼쳐진 \'병산\'

하회마을에는 지형을 따라 남북 방향의 큰 길이 마을 가운데로 났고, 이를 경계로 하여 위쪽을 북촌, 아래쪽을 남촌이라고 합니다. 북촌의 양진당과 북촌댁, 남촌의 충효당과 남촌댁은 이 곳의 대표적인 양반 가옥입니다.

이 큰 길을 끼고 마을 중심부에는 류씨들이 산 기와집들이 많고, 그 주변에는 하인들의 초가집들이 자리잡았습니다.

병산서원은 하회마을과는 화산을 사이에 두고 있습니다. 병산서원은 산의 동쪽에 있고, 하회마을은 그 반대쪽에 있지요. 서원 앞으로 낙동강이 흐르고 강 건너에는 병풍처럼 펼쳐진 게 병산입니다.

이 강과 병산을 마주 보는 산자락에 병산서원이 자리잡았습니다. 서원의 누각 만대루에 서면 한쪽으로 병산과 낙동강을 낀 자연이 펼쳐지는 풍광을 다 끌어 안을 수 있고, 다른 한쪽으로는 서원을 한눈에 살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