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너에게 무슨 말을 걸었니?”

24일 오전 경기 부천시 원미구 상동의 가정집. 어머니 이연수(42)씨는 맏이 최정인(상일중 1)양을 빤히 내려다보면서 이렇게 묻는다. 최양은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독서·논술 교사이기도 한 어머니에게 이 말을 자주 들어야 했다. 그저 줄거리만 따라갈 게 아니라 이 물음을 계속 자신에게 던지면서 읽으라는 것.

이씨는 “독서에 흥미를 붙인 아이라면 모두 줄거리는 고만고만하게 말할 수 있으나 책의 주제는 누구나 쉽게 찾아내기 어렵다”며 체계적인 책읽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네 살 때 한글을 깨친 뒤 밥 먹을 때까지 책을 끼고 살았던 최양이 1998년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이씨는 최양의 공부를 도울 방법이 어디 없을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책에 둘러싸여 사는 아이 때문에 인천교대 독서지도 과정을 수료하게 됐고, 이듬해부터 손수 가르쳤다. 이후 책읽기와 관련된 강좌라면 죄다 들었다. 이제는 논술지도 과정을 수료하고, 가톨릭대 독서교육과 대학원에 다니고 있다. 또 집 가까이에서 독서·논술 전문기업 클애들교육 가맹점을 운영하면서 직업적으로 초·중등 학생을 지도하고 있다.

이씨는 늘 체계적인 독서에 앞서 아이들이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 생각하도록 돕는다. 그는 “책을 다 읽은 아이에게 선생님 입장이 돼 그 책에 대한 문제를 내고 답을 구해보라고 한다. 그러면 아이들은 책을 다시 읽으면서 스스로 뭔가를 열심히 생각해 내더라”고 말한다.

큰딸에게 체계적인 독서습관을 들이게 하려고 이씨가 먼저 한 일은 다양한 종류의 책을 읽도록 돕는 일이었다.

다른 책도 읽어보라고 억지로 강요하는 방법 대신 말없이 아이 책장에 여러 종류의 책을 꽂아만 놨다. 아이는 자연스레 따라왔다. 평소 좋아하는 종류의 책을 먼저 읽은 뒤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다른 것에도 손을 댔던 것.

“그랬더니 책을 이해하는 능력 즉 독해력이 나아지고, 풍부한 어휘를 사용할 줄 알게 되더라. 글을 보면 아이가 생각이 얼마나 깊고 넓어졌는지 바로 확인할 수 있다”며 이씨는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이씨는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에겐 흥미 위주의 책을 권하고, 성장을 측정하는 지수 가운데 하나인 도덕지능지수가 가장 빠르게 높아지는 고학년이 되면 역사서와 같이 가치관 형성에 도움을 주는 작품을 선택하라고 추천한다. 중학생부터는 철학적인 물음이 더욱 자주 드러나는 깊이 있는 책을 선택해야 학과 공부에도 깊이를 더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이씨는 “공부를 위한 독서는 지금 배우는 수준보다 한발짝 앞선 단계를 지향하면 좋다”며 “여름방학 때는 다음 학기 교과서 지문에 나오는 책들을 정독하면서 예습하라”고 주문한다.

그는 “초보자에게 주인공이나 작가에게 편지쓰기를 권하거나 유행가 노랫말을 책 내용으로 바꿔 부르게 한다면 색다른 체험이 될 것”이라고 주문한다. 책읽기에 능숙한 아이에게는 ▲저자와의 가상 인터뷰, 가상 신문기사 쓰기 ▲여행지도, 가계도, 연표 그리기 ▲유적, 유물, 단체 탐방 ▲명언, 사건 조사 ▲토론을 통해 비판적인 글이나 담화문 쓰기 ▲미니사전, 독서일기 만들기 등 색다르면서도 책마다 다르게 할 수 있는 독후 활동이 많다.

부천=황계식 기자 cult@segye.com  2005.7.25 (월) 01:16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