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지난 3월초 서울 초등학생 4~6학년생 38만명을 대상으로 기초학력진단평가를 실시한 결과 수와 연산, 도형, 측정 등 기초수학 분야를 어려워하고 많이 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역별 성취수준 미달 학생 가운데 기초수학이 부족한 학생은 8158명으로, 읽기(5129명)나 쓰기(4504명)보다 월등히 많았다.

실생활과 연결해야 흥미

많은 아이들이 수학을 싫어하고 어려워한다. 이번 조사결과에서 드러났듯이 다른 영역보다 성취수준이 크게 떨어지는 아이들도 많다. 하지만 수학은 모든 학문의 기초다. 논리력과 창의력을 키우는 근간이다. 때문에 수학의 중요성은 결코 포기할 수 없다.

수학을 싫어하고 성적이 떨어지는 아이들을 학부모가 어떻게 지도해야 할까.

수학교육 전문가들은 학생들이 수학에 흥미를 보일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한다. 공식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현실에 적용하는 원리를 깨우치지 못한 채 암기 위주의 주입식 교육만 받다보니 수학에 대한 흥미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수학교육 교과모임인 수학사랑 대표 최수일 교사(서울 용산고교)는 “정확히 공식을 이해시키기보다 공식을 외우는 데 치중하는 교육이 수학을 싫어하는 과목으로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 공식이 어떻게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되는지를 배운다면 수학에 대한 흥미는 훨씬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이들한테 수학에 대한 흥미를 높여주기 위해 피에로 복장을 입고 강의를 해 ‘삐에로 교수’로도 불리는 서울교대 배종수 교수는 “아이들에게 왜 이것을 배워야 하는지를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인수분해를 배운다면 왜 인수분해가 필요한지, 인수분해가 우리 실생활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를 가르쳐 줘야 학생도 의욕이 생긴다. 그것을 가르쳐 주기 위해서는 교사들부터 수학의 기본개념에 대해서 정확히 터득해야 한다.” 자녀의 수학교육 지도를 고민하는 학부모가 귀담아 들어야 할 배 교수의 얘기다.

이런 점에서 아이들한테 ‘왜’라는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게 하고 그 궁금증을 해결해 주는 것이 수학에서 빠뜨릴 수 없는 학습법이기도 하다. 곧 수학을 실생활과 연결함으로써 아이들의 흥미와 참여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수학에 대한 흥미를 높이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우선 각종 학습도구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시중에는 각종 수학교구가 나와 있어 체험을 하며 수학원리를 깨우치도록 도와준다. 교구를 이용하는 것은 눈으로 보고, 직접 만지며 수학의 원리를 이해할 수 있어 수학을 싫어하는 아이들한테도 좋은 학습방법이다.

수학을 재미있게 풀어놓은 책들도 도움이 된다. 수학 교과서를 보충해주는 수학사 이야기 책이나 수학의 개념이나 원리를 동화식으로 설명해 놓은 단행본 책들은 아이들한테 수학이 아무 쓸모 없는 학문이 아니라 실생활과 관련된 유용한 학문이라는 것을 알려줄 수 있다.

물론 학교에서 이런 활동을 해주기를 바라기는 현실이 허락하지 않는다. 10여개 과목을 모두 맡아서 가르치고 있는 초등학교 교사들이 이런 전문적인 영역까지 관심을 쏟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경기 성남 대하초등학교 허영석 교사는 “방학마다 실시하는 교사 연수에 수학 연수는 없는 것처럼 성적에 대한 높은 관심에 비교하면 수학 교수법에 대한 지원은 거의 없는 실정”이라며 “교사들의 전문성을 높여주는 지원이 아쉽다”고 말했다.

각종 교구 이용하면 효과

그래서 학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 당장의 성적에 연연하지 말고 아이들이 수학에 대한 이해를 높여가도록 도와줘야 한다. 수학사랑 최수일 대표는 “숫자 계산을 빨리 하고 식을 빨리 세우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며 “학부모들이 아이로 하여금 실생활 속의 수학을 느끼게 해 수학의 기본원리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도록 조언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겨레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