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당호의 모습.

양평을 지난 남한강은 양서면에 이르러, 금강산에서 발원한 북한강과 마주칩니다. 이 물이 합해져 팔당호를 이루며, 그 물길이 경기도 광주에까지 이어집니다. 특히 광주에는 조선 왕실의 도자기를 구웠던 분원리 가마터와 우리 나라 초기 실학자들이 천주교를 공부하기도 했던 천진암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왕실 자기를 구웠던 \'분원리 가마터\'

양평군 양서면에서 강을 건너면 광주시 남종면입니다. 남종면 분원리는 조선 왕실에 마지막까지 도자기를 납품했던 사옹원 소속 가마터가 있던 곳이지요.

지금은 분원초등학교가 들어섰지만 화단과 주변의 흙을 파면 곳곳에서 깨진 사금파리 조각이 나옵니다. 이 곳에서는 1884년 사옹원이 민영화되기까지 130여 년 동안 왕실 백자를 생산했으며, 20세기 초까지도 요업이 성행했었습니다. 당시 이 곳 분원에는 200여 개의 가마터에서 조선 백자를 구워 냈으며, 그 때문에 도자기의 고장으로 오랫동안 그 명성을 날렸지요.

이렇듯 분원리가 대표적인 요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가마에 불을 지필 땔감이 풍부했고, 질 좋은 백토(광주 수을토)가 생산됐기 때문입니다.

천진암 성지. 18세기 남인 계열의 젊은 실학자들이 강학회를 열었다.

남한강을 뱃길로 한 편리한 교통도 한몫했고요.

조선 시대의 분원리 가마에서 생산한 자기는 유백색의 맑은 빛깔이 남달랐습니다. 하지만 이 가마는 구한말에 사기 공장이 생기면서 더 이상 가마에 불을 지필 수 없게 됐습니다. 이후 도요지로서의 기능이 점점 쇠퇴하기 시작해 현재 가마터로서의 흔적만 남았어요.

한편, 광주시는 최근 ‘조선관요박물관’을 세워 분원리에서 생산됐던 도자기를 전시하고 있습니다.

●초기 실학자들이 천주교 공부했던 \'천진암\'

천주교가 들어온 조선 시대는 유교를 국교로 삼고 있었지요.

당시 중국에서는 프랑스 신부가 들어와 포교를 했지만, 우리 나라에서는 양반과 상놈ㆍ남녀의 차별이 없다는 천주교의 교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조선 시대 생산됐던 전통 자기들을 전시하고 있는 광주 조선관요박물관.

이 때 천주교를 처음 소개한 이들이 남인 계열의 젊은 실학자였어요.

주로 서울과 가까운 경기도의 남한강 지역에 살았던 이들은 성서를 읽고 그 내용에 흠뻑 빠집니다. 이들은 호기심을 갖고 성서를 연구했으며, 소문을 들은 사람들이 앵자봉(퇴촌면 우산리) 기슭의 천진암으로 모여듭니다.

천주, 즉 하느님 안에서는 남녀노소의 차별이 없다는 당시의 성서 내용은 유교의 형식에 얽매여 살았던 조선 시대 실학자들에게 희망의 빛이었지요.

얼마 뒤 1779년(정조 3년)에는 남인계인 정약전ㆍ정약종ㆍ정약용 등 3 형제와 이승훈ㆍ이벽ㆍ권철신 등이 이 곳 천진암에서 강학회를 가지게 됩니다.

광주 분원리 가마터. 가마터 관리를 맡았던 이들의 송덕비가 가마터로 추정되는 곳에 세워져 있다.

그러던 중 이벽은 중국 베이징에서 가져온 과학 서적과 ‘천주실의’ 등을 소개함으로써, 천주교에 대한 관심이 학문적 지식에서 신앙으로 바뀌어집니다. 당시 스물세 살이던 이승훈이 베이징에서 영세를 받고 돌아온 것도 이 모임이 이룬 적잖은 결실이었고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정약종ㆍ이승훈 등은 1801년 순교하게 됩니다. 그 뒤 정약용은 전남 강진으로 유배를 갔다가 18 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왔으며, 약용의 형 정약전은 흑산도로 유배를 떠났다가 그 곳에서 ‘자산어보’를 남기고 생을 마감합니다.

이후 천진암은 폐쇄됐으며 장소를 제공했던 스님들도 참형을 당하게 됩니다. 한국천주교에서는 천주교가 들어온 지 200 주년을 맞아 천진암을 한국천주교 발상지로 정하고 성역화 사업을 펼쳐 오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한국천주교회 초기 인물 9 명의 묘가 이 곳으로 옮겨져 왔으며, 기념비와 강학당ㆍ갈멜 수도원도 세워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