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7월 24일자 맛있는 공부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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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부터 독서·논술 교육 열풍이 거세다. 그러나 수험생이 아니라면 자발적인 독서와 다양한 체험, 간단한 일기 쓰기 정도만 꾸준히 해나가도 충분하다. 특히 일기는 아이에게나 부모에게나 참 쉬우면서도 기초가 확실한 논술 공부가 된다. ‘일기=숙제’라는 부담은 털자. 매일 보고 듣고 읽고 느끼고 만지고 즐긴 것을 마음껏 펼칠 공책과 연필만 있으면 된다.

쓰고 싶을 때, 쓰고 싶은 대로

초등학교 2학년 김나연(서울 신북초)양은 말 잘 하고 글 잘 쓰고 똘똘하기로 소문났다. 일기 쓰기만 봐도 그렇다. 6살 때부터 일주일에 서너 번 쓰는 일기, 연필을 잡았다 하면 공책 한 두 페이지는 금방이다. 학교나 학원에서 겪은 일, 가족과 있었던 일 중에서 기억에 남는 부분을 골라 자세한 사실과 다양한 느낌을 죽 풀어 쓴다. 동화책 속의 주인공에게 편지를 쓰기도 하고, 자신의 모습과 미래계획을 담은 마인드맵을 그리기도 한다. 자유롭게 그림을 그려 넣기도 한다.

어머니 김미영(39)씨는 최대한 자유롭게 일기를 쓸 수 있도록 배려했다고 한다. “매일 쓰게 하면 부담 가질까봐 며칠에 한 번이든, 밤이든 낮이든 쓰고 싶을 때 쓰게 했다”며 “엄마 입장에선 더 욕심 부릴 수 있지만 일일이 잘잘못을 지적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독서를 많이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고 나연이가 일기를 쓰며 질문을 할 때는 다양한 생각과 형식을 시도하도록 머리를 맞대준다고 한다.



대화와 낙서로 글감을 제공한다

2학년 최승혁(서울 성신초)군은 일기 쓰기 전 30분 가량 엄마 이현정(34)씨와 하루 동안 있었던 일에 대해 수다를 떤다. 재미있었던 일, 속상했던 일, 친구나 선생님 이야기 등 소재는 무궁무진하다. 수다를 떨면서 자유롭게 메모나 낙서를 한다. 이것을 문장으로 다듬으면 일기가 된다는 것이다.

승혁이는 혼자 ‘브레인스토밍(brainstorming)’을 하기도 한다. 독서, 영화감상, 체험학습 등에 대해 떠오르는 단어를 거침없이 적어 내려간 뒤, 그 중 꼭 필요하거나 마음에 드는 단어를 골라 문장을 구성한다. 사고의 깊이와 상상력, 표현력이 눈에 띄게 자란다는 게 어머니 이씨의 말이다.

이씨는 “하다못해 가까운 곳에 등산이라도 다녀오면 아이가 확실히 생각이 많아지고 글도 생생해지더라”고 말한다. 그는 “요즘 아이들은 학업이 너무 과중하다 보니 일상이 지루하고, 글 쓰는 일도 괴로워하는 것 같다”며 “새로운 것을 접하고 느끼는 기회를 많이 마련해줘야 한다”고 한다.

(정시행기자 (블로그)polygon.chosun.com)

초등학생 일기 10계명

1. 날씨를 구체적으로 표현한다. 예)내 기분처럼 흐림

2. 구체적인 제목을 붙인다. 예)수학학원에서 A반이 된 일

3. 다양한 방법으로 첫머리를 쓴다.

4. 억지로 교훈을 쓰거나 거짓 감정을 쓰지 않는다.

5. 오늘 가장 길게 이야기를 나눈 사람과의 대화를 적어본다.

6. 하루의 시간과 장소를 쪼개어 생각하면 글감이 보인다.

7. 일정기간 관심거리를 집중공략 해본다. 예)일주일간 공룡에 대해 쓰기

8. 하루 중 쓰고 싶은 아무 때 쓴다.

9. 규격화된 ‘일기장’보다 일반 공책을 고른다.

10. 맞춤법이나 작문 공부를 시키지 않는다.

〈도움말:한우리독서문화운동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