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분 고분해진 기영이

                                                                                       대구보명학교 석기영(가명) 엄마

이 글은 이수창 현 덕회학교 교장 선생님이 조언에 따라 실천하고 그 결과를 있는 그대로 적은 글입니다.
따라서 본인으로서는 이 방법이 어떻게 왜 자폐아의 일부 특성을 완화시켰는지 알 수 없고 도영이와 같은 증상을 가진 모든 자폐아에게 똑같은 결과를 가져 올 수 있는 것인지도 저로서는 확실히 모릅니다.
다만 기영이의 자폐증상과 음식섭취 조절을 통한 결과를 알림으로써 자폐아를 가진 부모님들 중 한 분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하면서 이 글을 씁니다.

* 기영이의 자폐증상

기영이는 자기의 의사를 \"물 주세요\", \"사과 주세요\", \"빵 주세요\", 등 음시과 관련된 것과 \"고향 가자\", \"등산 가자\" 등가고 싶은 곳 몇 곳을 말 할 정도의 표현만 가능하고 말을 이해하는 것도 \"밥 먹어라\", \"이리 오너라\", \"신발 신어라\" 등 간단한 말만 알아듣는 상태이며 숫자에 대한 개념과 시간 개념은 전혀 없는 수준으로 자폐의 정도가 다른 애들과 비교해서 심한 상태에 속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돌보는 사람을 힘들게 만드는 기영이의 자폐증상은 한 곳에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고 늘 왔다 갔다 움직이며 자기가 가고 싶은 곳은 마음 내키는 대로 가버리므로 그래서 집에서는 늘 현관문을 열고 밖을 나가지 못하도록 감시해야 하며 부엌, 세면장, 방을 끝없이 왔다 갔다하며, 수도꼭지를 틀거나 물건을 만지고 집어 던지거나, 풀쩍풀쩍 뛰기도 하며 끊임없이 움직입니다. 학교에서도 똑같은 행동으로 선생님의 애를 꽤나 먹였습니다.
음식도 자기가 좋아하는 음식만을 고집하며 새로운 음식이나 자기가 싫어하는 음식은 절대로 먹지 않으려고 합니다. 도영이가 좋아하는 음식은 라면, 카스테라, 초코파이, 콘칩 등 밀가루 음식과 육류, 생선을 좋아하며 사과, 포도, 복숭아, 단감, 귤, 감자, 고구마, 수박을 주로 먹습니다. 야채는 먹으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믹서기에 갈아서 억지로 떠 먹입니다.
무엇보다 힘들게 만드는 특성은 자주 짜증을 내고 고함을 지르고 울면서 물건을 집어던지거나 문이나 벽을 발로 차는 행동입니다. 이런 행동으로 인하여 집의 벽들이 곳곳에 구멍이 나고 부서지고 했습니다
어떨 때는 정말 같이 죽고 싶은 심정이 들곤 하였습니다. 수시로 이런 증상을 나타내며, 가만히 있다가도 갑자기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여 사람이 많은 백화점이나 공공장소 등은 같이 가질 못합니다.
자기 나름대로는 이유가 있겠지만 돌보는 사람으로서는 이유를 알 수 없을 때가 대부분입니다. 배가 고프거나, 잠이 오거나, 더워 땀이 날 때 등 몇 가지 경우에만 이유를 짐작할 뿐입니다. 그래서 등산도 같이 하질 못했습니다. 산을 오르다가도 조금만 짜증낸다 싶으면 얼른돌아 내려와야 하기 때문입니다. 집에 있을 때도 오직 짜증내지 않도록 하는 데 온 신경을 기울였습니다. 물장난을 심하게 하더라도 화내지 않도록 비위를 맞추기 위해 중단시키지 못했습니다. 학교에서도 통학버스를 타면서도 이런 행동을 자주하여 선생님과 기사 분의 애를 많이 먹인다고 듣곤 하였습니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학교조차도 다니지 못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을 조이곤 하였습니다.


* 음식물 조절과 행동상의 변화

워낙 힘든 아이라 교장 선생님께서도 기영이의 힘든 특성을 잘 알고 계셨으며 2003년 3월경 교장선생님께서 저를 불러 기영이와 관련 다음과 같은 조언을 해 주셨습니다.
\" 설탕, 밀가루가 들어있는 음식과 우유가 들어가 있는 음식을 먹이지 말고 지켜보라\"고 하셨습니다.
우유는 주지 않으면 찾지 않기 때문에 먹이지 않는 것이 가능하지만 워낙 빵과 라면을 좋아하고 사주지 않으면 빵 가게 근처나 슈퍼 근처만 가면 용하게 알고는 잡고 있는 손을 뿌리치고 쫓아가서 빵이나 라면을 집어 들고 나오기 때문에 철저하게 끊기는 힘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일부러는 사주지 않았기 때문에 먹는 빈도는 줄어들었습니다. 그렇게 한달 정도 지나니까 눈에 띄게 조용해졌습니다. 우선 짜증을 내고 울며 난폭해지는 것이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집에서는 거의 매일 한번씩 30분 정도는 난리가 났으나 일주일에 3-4회로 줄어들었으며 차츰 줄어들어 지금(2003년 9월)은 짜증내며 울고 난폭해지는 경우는 한 달에 2-3번 있을까 말까하며 있더라도 그렇게 심하게 오래 끌지는 않습니다.
요즘은 등산도 같이하며 땀이 비오듯해도 짜증내는 일은 거의 없어졌습니다. 그전 같으면 땀이 나기 시작하면 짜증을 내며 울기 때문에 등산을 같이 할 수가 없었습니다. 식이요법을 실시한 후 전보다 말을 잘 따르게 되어 통제하기도 훨씬 쉬워졌습니다. 워낙 심했기 때문에 이 정도로 잡힌 것이 꿈만 같으며 이수창 교장 선생님께 감사를 드리고 있습니다.
지금도 일주일에 한번 정도는 막을 수가 없이 어쩔 수 없이 금지 음식을 먹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만 앞으로는 더욱 줄여 나갈 수 있으리라 믿으며 조금이라도 좋은 쪽으로의 변화가 계속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 글을 맺으며 기영이와 같은 증상을 가진 자폐아라면 밀가루, 우유, 설탕을 끊어 보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조금이나마 증상이 완화되고 저와 같은 자폐아를 가진 가족들의 아픔이 가벼워 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해봅니다.


<참고사항>
많은 자폐인은 음식 알레르기가 있다. 자폐 아동의 음식에서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음식을 제거하면 그들의 행동이 많이 좋아질 수 있다.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몇 가지 음식으로는 우유, 밀, 옥수수, 토마토, 초콜릿, 설탕, 버섯 등이다. 음식 알레르기가 행동에 끼치는 영향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전문가를 찾아보는 것이 좋다.

☆ 인용책자 : 템플 그랜딘 지음, 박경희 옮김. 「어느 자폐인 이야기」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