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김라일락

-나혜경-

이른 봄 서쪽 마당에 심을 키 작은 미스김라일락

하필 세월호가 진도앞바다에 침몰했을 즈음 자잘자라 꽃을 피운다.

출근할 대마다 퇴근할 대마다 속죄하듯

심해 깊숙이 얼굴을 묻고 녀석드의 향기를 흠흠 맡는다.

숨을 쉬고 있는지 확인하는 거다.

구조 좀, 깔깔끌, 애들아 살아서 만나자, 깔깔깔, 엄마 아빠 사랑해, 깔깔끌

슬프거나 말거나 세상일 따위 아랑곳없이

수면 위로 진하게 분내를 조잘조잘 밀어 올리는 목소리

천지가 꽃철인데 울컥 울컥 앞마당까지 만조다.

제자리에 있으라 제.자.리

찾은 고통과 찾은 고통에 같혀 나도 제자리, 한 발 나가아지 못하겠다.

이틀 전 선배가 선물한 시집 미스김라일락에서...

로얄티받고 파는 몇 안되는 나무가 미스김라일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