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컴 Coffee Shop
할 말은 해야 살겠지요..
원어민 담당교사로 산 지난 몇 달이 참 꿈만 같네요.
갓 4년제 대학 졸업한 미국 아가씨를 마님 모시듯 어르고 달래며 살았습니다.
그저 영어를 무지 잘 한다는 것 외에는 딱히 왜 비싼 돈 주고 모셔왔어야 하는지 잘 모르겠더군요.
다행히 나이차가 10살 정도 나서 저를 친언니 따르듯 잘 따랐고
평등한 듯 보이지만 그 어디보다 인종차별이 심한 미국에서 까맣고 뚱뚱한 흑인으로 살면서 느낀 외로움..
일찍 부모님이 이혼하신 것 등등... 그녀의 삶에 대한 애틋한 마음에
살림살이 사는 일부터 병원, 은행, 케이블 TV, 인터넷 신청해주고
전기세, 수도세 등 각종 세금 은행에 내고 자동이체하고 또 매달 숫자보며 설명해주고 그렇게 살았습니다.
매일 점심시간마다 학교 급식메뉴 앞에서 그 날의 급식 재료에 대한 브리핑이 가장 중요한 일과였죠.
아 참, 강남, 이태원, 홍대, 명동 각지의 맛집과 술집, 클럽 검색도 빠뜨릴 수 없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좀 눈치껏 알아서 하려나 마냥 기다렸습니다.
참 바보같이 그렇게 기다리기만 했네요.
그런데 겨울방학 중 영어캠프 준비를 하면서 드디어 사건이 터졌습니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이 아가씨...
영어캠프는 코티칭이 아니라 혼자 해야한다고 프로그램 좀 짜라고 했더니 알았다고 문제없다고 하더이다.
3일 쯤 지나서 내일까지 되겠느냐고 물었더니
책상을 쾅쾅치면서 자기에게 너무 힘든 일이라고 그 큰 눈을 희번덕거립디다.
저보다 덩치가 두 배나 큰 우리 레게머리 원어민이 그 때 정말 무서웠습니다.
기가 막혀서 뭐라 말도 못하고 그냥 고개를 돌려버렸습니다.
그리고 나름대로 소심한 감정 표현으로 말도 안 붙이고 눈도 안 마주쳤죠.
그래도 모르더군요. 뭐가 잘못된 것인지...
제가 그 날 급식메뉴를 설명하지 않으니... 그제서야 그 큼직한 슬픈 눈으로 묻더이다.
무슨 문제가 있냐고... 자기에게 화난 것 같다고...
나에게 네가 먼저 화낸 것 같아서 내가 당황했다고 하니 자기는 화낸 적 없다고 화 풀라고 하더이다.
그간에 쌓인 것이 한 말이라 한 마디 말에 풀릴리 만무하지만 그러자 했습니다.
매일 한 교실에서 아이들 앞에서 웃으며 수업을 해야하니 별 수가 없었지요.
어찌어찌 넘어가나 싶었는데 이틀 뒤에
자기 핸드폰 요금 많이 나왔다고 뭔가 이상하다며 저에게 따지듯 물어서
교과실에서 하루 종일 핸드폰 붙들고 친구랑 통화를 하니 요금이 15만원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지만
그 징징거림을 해결해주지 않으면 제가 못 견디겠기에
최적의 요금제를 위해 함께 고민하다가 같이 요금제를 변경하러 갔습니다.
핸드폰상점에서 저를 마음껏 통역으로 부려 먹으며 본인이 원하는 요금제를 한참 고르고 나서
자동이체 방법을 변경하려는데 이 아가씨가 원하는 방법이 외국인에게는 안 되는 방법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냥 하던대로 하거나 매달 와서 직접 결제해야 할 것 같다고 하니
또 목소리가 높아지며 눈이 커지고 알아들을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쏘아 붙이더니
아주 천천히 "I think you don't understand but that's ok." 하고 입을 닫더군요.
도저히 이번에는 넘길 수 없다는 생각에 내가 못 알아들은 것이 아니라 네가 못 알아들은 것이라고
저도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너희 나라에서 되던 방법이 여기서도 똑같이 통할 거라 생각지 말라고
여기는 한국이니 한국의 방법대로 따라야 하지 않겠냐고...
그렇게 말을 마치고 둘이 다 고개를 돌려버렸습니다.
그렇게 제가 드디어 화가 나 버렸습니다.
참고 참고 참고 또 참고 참았는데 터져버렸습니다.
만리타향에 혼자 사는 어린 미국 아가씨에 대한 불쌍한 마음만으로 저를 희생하기에는 너무 지쳐 버렸습니다.
그...래...서...
제가 그녀를 불러 만났습니다.
말을... 했..습..니..다
조곤조곤 하나도 안 빼고
내가 너무 치사한 것 아닌가 불쑥 불쑥 치솟는 감정 꾹꾹 누르고 다 이야기했습니다.
해야 할 행동과 해서는 안 될 행동, 그리고 저에 대한 태도 등등
하나도 빠짐 없이 모두다 말..을..했..습..니..다
알겠다 하더군요.
미안하다고 자기는 몰랐다고 하더군요.
그랬냐고.. 그랬을 거라고 그러니 이제부터라도 수업, 영어업무 뿐 아니라 너에 대한 모든 업무를 맡고 있는
내 입장을 더 이해해줬으면 좋겠다고 부탁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월요일...
아침부터 그 아가씨가 안 하던 짓을 합니다.
제가 영어로 프린트 해 준 지도서를 봅니다.
처음입니다. 정말 처음이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앞으로도 할 말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지요.
할 말은 해야 살겠지요.
갓 4년제 대학 졸업한 미국 아가씨를 마님 모시듯 어르고 달래며 살았습니다.
그저 영어를 무지 잘 한다는 것 외에는 딱히 왜 비싼 돈 주고 모셔왔어야 하는지 잘 모르겠더군요.
다행히 나이차가 10살 정도 나서 저를 친언니 따르듯 잘 따랐고
평등한 듯 보이지만 그 어디보다 인종차별이 심한 미국에서 까맣고 뚱뚱한 흑인으로 살면서 느낀 외로움..
일찍 부모님이 이혼하신 것 등등... 그녀의 삶에 대한 애틋한 마음에
살림살이 사는 일부터 병원, 은행, 케이블 TV, 인터넷 신청해주고
전기세, 수도세 등 각종 세금 은행에 내고 자동이체하고 또 매달 숫자보며 설명해주고 그렇게 살았습니다.
매일 점심시간마다 학교 급식메뉴 앞에서 그 날의 급식 재료에 대한 브리핑이 가장 중요한 일과였죠.
아 참, 강남, 이태원, 홍대, 명동 각지의 맛집과 술집, 클럽 검색도 빠뜨릴 수 없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좀 눈치껏 알아서 하려나 마냥 기다렸습니다.
참 바보같이 그렇게 기다리기만 했네요.
그런데 겨울방학 중 영어캠프 준비를 하면서 드디어 사건이 터졌습니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이 아가씨...
영어캠프는 코티칭이 아니라 혼자 해야한다고 프로그램 좀 짜라고 했더니 알았다고 문제없다고 하더이다.
3일 쯤 지나서 내일까지 되겠느냐고 물었더니
책상을 쾅쾅치면서 자기에게 너무 힘든 일이라고 그 큰 눈을 희번덕거립디다.
저보다 덩치가 두 배나 큰 우리 레게머리 원어민이 그 때 정말 무서웠습니다.
기가 막혀서 뭐라 말도 못하고 그냥 고개를 돌려버렸습니다.
그리고 나름대로 소심한 감정 표현으로 말도 안 붙이고 눈도 안 마주쳤죠.
그래도 모르더군요. 뭐가 잘못된 것인지...
제가 그 날 급식메뉴를 설명하지 않으니... 그제서야 그 큼직한 슬픈 눈으로 묻더이다.
무슨 문제가 있냐고... 자기에게 화난 것 같다고...
나에게 네가 먼저 화낸 것 같아서 내가 당황했다고 하니 자기는 화낸 적 없다고 화 풀라고 하더이다.
그간에 쌓인 것이 한 말이라 한 마디 말에 풀릴리 만무하지만 그러자 했습니다.
매일 한 교실에서 아이들 앞에서 웃으며 수업을 해야하니 별 수가 없었지요.
어찌어찌 넘어가나 싶었는데 이틀 뒤에
자기 핸드폰 요금 많이 나왔다고 뭔가 이상하다며 저에게 따지듯 물어서
교과실에서 하루 종일 핸드폰 붙들고 친구랑 통화를 하니 요금이 15만원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지만
그 징징거림을 해결해주지 않으면 제가 못 견디겠기에
최적의 요금제를 위해 함께 고민하다가 같이 요금제를 변경하러 갔습니다.
핸드폰상점에서 저를 마음껏 통역으로 부려 먹으며 본인이 원하는 요금제를 한참 고르고 나서
자동이체 방법을 변경하려는데 이 아가씨가 원하는 방법이 외국인에게는 안 되는 방법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냥 하던대로 하거나 매달 와서 직접 결제해야 할 것 같다고 하니
또 목소리가 높아지며 눈이 커지고 알아들을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쏘아 붙이더니
아주 천천히 "I think you don't understand but that's ok." 하고 입을 닫더군요.
도저히 이번에는 넘길 수 없다는 생각에 내가 못 알아들은 것이 아니라 네가 못 알아들은 것이라고
저도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너희 나라에서 되던 방법이 여기서도 똑같이 통할 거라 생각지 말라고
여기는 한국이니 한국의 방법대로 따라야 하지 않겠냐고...
그렇게 말을 마치고 둘이 다 고개를 돌려버렸습니다.
그렇게 제가 드디어 화가 나 버렸습니다.
참고 참고 참고 또 참고 참았는데 터져버렸습니다.
만리타향에 혼자 사는 어린 미국 아가씨에 대한 불쌍한 마음만으로 저를 희생하기에는 너무 지쳐 버렸습니다.
그...래...서...
제가 그녀를 불러 만났습니다.
말을... 했..습..니..다
조곤조곤 하나도 안 빼고
내가 너무 치사한 것 아닌가 불쑥 불쑥 치솟는 감정 꾹꾹 누르고 다 이야기했습니다.
해야 할 행동과 해서는 안 될 행동, 그리고 저에 대한 태도 등등
하나도 빠짐 없이 모두다 말..을..했..습..니..다
알겠다 하더군요.
미안하다고 자기는 몰랐다고 하더군요.
그랬냐고.. 그랬을 거라고 그러니 이제부터라도 수업, 영어업무 뿐 아니라 너에 대한 모든 업무를 맡고 있는
내 입장을 더 이해해줬으면 좋겠다고 부탁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월요일...
아침부터 그 아가씨가 안 하던 짓을 합니다.
제가 영어로 프린트 해 준 지도서를 봅니다.
처음입니다. 정말 처음이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앞으로도 할 말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지요.
할 말은 해야 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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