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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일기(문학이 있는 북촌 여행)

*제인* | 2008.05.08 22:09 | 조회 1588 | 공감 0 | 비공감 0

 한택수 시인의 시집  '괴로움 뒤에 오는 기쁨'에 실린 연작시 북촌일기입니다.

시인은 북촌을 배경으로 한 시를 많이 썼는데 시집에는 10편의 시가 실렸네요~

 

  

   북촌 일기 1



   아침부터 흐리다.

   엷게 흐린 날씨이면서 더웁다.


   사뿐히 접어올린

   비둘기 날개 같은 지붕들을 보면서

   왕조(王朝)의 길을 걸어본다.


   나는 북촌(北村)*에 잠시 머물어야 하리라.

   그레트헨이 나를

   여성에게로 이끌 때까지,

   말의 자취를 나는 밟아가야 하리라.


   이윽고 밤이다. 더 더웁다.

   벌써 한여름인가 싶지만

   장마를 앞둔 산고(産苦)라는 생각도 든다.


   강과 바다의 작은 물줄기 같은 날들이 내겐 있었다.

   그 시냇물의 어린 주인이던 시절,

   나는 그러나 악(惡)을 알 수는 없었다.

   세계는 비와 구름과 낮과 밤의

   낙원일 뿐이었다.


   나는 그러나 나태(懶怠)의 나날을 보내었고

   더 많은 날들을 비와 구름처럼 보내야만 했다.

   북촌길을 걸으면서, 하늘을 떠받치고 있는 지붕들을 보면서

   저 먼 삶을 다시 꿈꾼다.



   *청계천과 종로의 윗동네. 가회동, 재동, 계동, 원서동 등을 일컫는 말.





   북촌 일기 2



   별궁 돌담길을 비가 내린다.

   내 마음 어딘가에 돌담처럼 남아 있는 꿈이

   비에 젖는다.


   비는 돌담 처마를 미끄러지듯 역사 속으로 스며들고,

   나는 돌담길을 천천히 걷는다.


   내 마음 어딘가에 비는 내리고,

   또 여름은 간다.


   처마 밑 치맛단이 물방울에 튄다.

   안채에 있을 법한 옷고름은 보이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꿈이

   빗방울처럼 떨어져 흐른다.


   괴로움 뒤에 오는 기쁨을

   나도 노래하고 싶다.

   비는 흐르고,

   내 마음도 어디론가 흐른다.


   물방울 속에 스러진 그리움,

   어린 날들.





   북촌 일기 3



   비가 온다. 수많은 동아줄이 주룩 주루룩 하늘에서 내린다. 빗줄기를 잡아당기면,

   저 먼 하늘에서 시의 종(鐘)이 울린다.


   빗줄기들이 내 마음에 내려와 흐른다. 고인다. 나를 색칠한다.


   수탉이 홀연히 덤벼들고, 새 두 마리가 건너편 나무에 앉는다. 연인도 등장한다.

   나는 아직도 꿈꾸는 아들. 꽃가지가 화병 가득하다. 찬란한 빛깔을 풍긴다.

   그러나 삶은 꿈이 아니라고, 한낮의 잠깐 동안의 소망을 젖히며 비는 살아 있음을 일깨운다.


   도서관의 오후가 기운다.

   며칠째 북촌 마을에 비가 내린다.


   비가 온다. 내 마음에도 비가 와 운다.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 비는 멎고, 매미들이 하늘을 운다.


 


   북촌 일기 4



   길은 굽어져서 바쁘지 않다.

   굽어진 길은 언덕 위에서 멈추고,

   날개를 단 지붕들은 햇볕을 받는다.

   햇볕 알갱이들이 길 위에 깔린다.

   비둘기들이 물방울 소리를 낸다.


   꺼내 읽지 않은 삶의 책을 읽어주려는 듯

   비둘기가 내 곁에 다가온다.

   나를 싫어하지 않는다.

   나는 그 얼굴을 한참 들여다 본다.

   과거와 현재가 너와 나의 눈동자 속에 있다.

   더 멀리 아직도 꿈틀대는 네 꿈이 보인다.


   나는 다시 굽어진 길을 돌아온다.

   그 얼굴이 가슴에 남는다.


   푸른 비둘기들이 언덕길을 노닐고,

   북촌 마을이 아침 햇볕을 받는다.





   북촌 일기 5



   가회동 성당은 길 건너에 있다.


   은근한 햇볕이 유리창마다 비쳐든다.

   하늘빛이 낮게 더 낮게 내린다.

   물고기가 노닐고, 햇빛과 햇빛 사이로 새가 날은다.


   내 마음이 차츰 빛에 가려진다.

   삼청동 너머에서 숲의 음악이 들려오고,

   어느날의 구름은 술잔에 녹는다.

   내 마음이 다시 빛에 가려진다.


   성당길을 오르는 사람들,

   나직한 기도.





   북촌 일기 6



   언덕 위에 서면, 나의 고향은, 멀리 바다가 보였다.

   바다는 저 먼 그리움을 넘실거렸다.

   측백나무 그늘이 내 얼굴을 가리었다.


   북촌 언덕에 서면 언제나처럼 서 있는 숲이 나를 물들인다.

   나는 여기 이렇게, 꽃잎이나 달로 떠 있지 않고

   짙푸른 빛에 물젖어 있는 사람,

   봄과 가을, 새들의 날고 앉음과 삶의 진실 같은 것들이

   푸른 빛으로 아른거린다.


   꽃잎이나 해와 별처럼 나는 떠 있지 않고

   여기 이렇게 그날처럼 물젖어 있다는 것,

   그것은 나다.


   북촌 언덕에 서면 나뭇잎 뒤에 서성이는 내가 보인다.


 


   북촌 일기 7




   가회동 성당은 산언덕이다.

   나를 안아주던 보리밭 이랑,

   깜부기를 따먹으며 동네로 내려가곤 했다.


   생각하는 모든 것들이

   잠시 내 자신을 돌아보듯이

   한두 마디의 작은 말들에

   흔들리던 보리이삭들.


   나는 성당 밖에 있다.

   아침 바람이 와 머문다.

   아마 아직도 나의 마을에 살고 있는 듯

   나는 언덕길을 미끄러지며 내려온다.


   자기 자신에 대해 아는 것이 많지 않은 사람은

   자주 언덕길을 내려갈 것 같다.



 

   북촌 일기 8



   북촌 사람들은 너와 같다.

   그리고 나와 같다.


   안다는 것은 앓는다는 것이기도 하지만,

   너무 가까이 있는 너를

   나는 알 수 없다.


   아지랑이 이는 논둑길이거나

   여름밤의 이슬 같은 것,

   나는 한때 너에게 그와같이 그려졌지만

   내 스스로를 또 안다고도 하지 못한다.


   햇볕과 바람의 질서 안에서

   멀고 가까운 너를 본다.

   뿌리처럼 감추어진 네 마음을 그리면서.


 


   북촌 일기 9



   원서공원에선 지붕들의 지평선이 보인다.

   간간이 새들이 날아오르고, 잎사귀들이 눈을 부빈다.

   지평선 너머로 삶과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아마 나는 삶과 바다, 그런 말들에 익숙해져 있는가 보다.


   삶과 바다, 숲과 시냇물... 나는 그것들을 본다.

   저 먼 날 첨벙거리던 어린 시내가 보인다.

   내가 다 간직하지 못한 옛날이 새벽빛에 가려져 흐른다.


   생각할 시간을 가늠하며

   가을이 먼 발치로 물러나고 있다.

   나는 그러나 좀더 여기 있고 싶다.


   낙엽을 밟으며 간다.

   내 자신에게로 나는, 나뭇잎을 주워들며,

   지평선 같이 펼쳐진 이야기를 읽으며.


 


   북촌 일기 10



   오색(五色)으로 우짖는 딱따구리처럼 시를 빚을 수 있다면,

   삼청동 숲 속 고요함의 외침처럼 내 자신을 드러낼 수 있다면,

   새의 지저귐과 시와 내가 하나의 풍경으로 서 있을 수 있다면,

   한 모금의 샘물에 새 아침이 느리게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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