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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컴지기 칼럼

[신간안내] 교사, 학습공동체에서 미래교육을 상상하다(함영기 지음)
교육의 주체가 그들의 언어로 미래교육을 상상하는 이야기


공허한 레토릭, 아이들이 백지 상태라는.

교컴지기 | 2013.12.31 09:35 | 조회 6486 | 공감 0 | 비공감 0
교사들이 듣게 되는 여러 수사들 중에 '교육이란 순결한 백지 위에 그리는 그림', '어떤 그림을 그릴 지는 교사의 역량'이라는 것이 있다. 여기서 백지는 아동의 처음 상태를 말한다.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어린이들을 두고 환영사를 하는 교장의 말에 이런 류의 교육에 대한 정의가 많다. 물론 이 말은 한편으로 '교사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교육은 백지 위에 그리는 그림이고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교사라는 이 개념은 의외로 단순하지 않다. 적어도 두 가지 면에서 그러하다. 하나는 교육의 결과를 교사의 노력 여부로 등치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과연 그럴까? 아니 그리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일까? 과거에 교사는 '등대'와도 같은 개념으로 어둠 속에서 헤매는 학습자에게 빛이 되는 존재였다. 아울러 백지 위에 그릴 그림을 기획하고 색을 선택하며 밑그림과 채색을 하는 존재였다. 

그러나 지금 교사의 역할은 많이 변했다. 그림을 그리는 주체는 학생이고 교사는 그것을 안내하거나 조력하는 존재로 자리잡는다. 교육은 백지 위에 그리는 그림이라는 것은 지식 구성에 있어 교사에게 과도한 무게 중심을 둔다. 그러니까 이렇게 해석하는 것은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교사 역할의 절대화일 뿐이다. 

이 개념이 단순하지 않은 다음의 두번째 이유인데, 그것은 아이들이 이미 '백지' 상태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요즘 아동이 학교에서 교사를 통해 처음으로 지식을 만난다는 것을 믿는 사람은 없다. 물론 어린이가 처음 구성하는 지식이 학교에서 그를 조력하는 교사와 더불어 이루어진다면 참으로 좋을 것이다. 사실,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형태이다. 그것에서 교사의 지적 권위도 살아나고, 신뢰도 형성된다. 학교교육은 이것을 지향해 왔으나 성공을 거두지 못하였다.

심리학의 탄생을 관찰한 누군가는 기존 심리학이 '서양의 중산층 이상의 백인'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심리학 뿐이랴. 오늘날 우리가 다루고 있는 거의 모든 학문의 탄생 배경이 그러하다. 이를 우리의 환경으로 들고 들어와 보면, "어린이는 이미 가정에서 '문화재생산' 과정을 거쳐 학교로 들어온다"는 것이다. 어떤 가정, 어떤 부모 아래서 어떤 문화적 혜택을 받고 유아기를 보냈는가에 따라 이미 어린이는 장래를 결정할만큼의 그림을 그린 후 학교에 들어온다. 교사가 만나는 어린이는 심각하게 양극화되어 있다. 이미 덧칠의 필요가 없을 정도로 이미 그림이 그려져 있는 아이, 아예 그림을 그려줄 백지조차 없는 아이 말이다. 

좀더 극단적인 예를 들어보자.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한 어린이들에게 담임 선생님은 친절하게 '교육적 언어'를 써서 공부를 가르친다. 유아기 때 성장에 필요한 조력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자란 어린이는 이 교육적 언어를 알아듣지 못한다. 반면 문화적 혜택을 충분히 받고 자란 아이는 이 교육적 언어가 시시할 수 있다는 가정은 섬뜩하다. 중고등학교 아이들의 학력 격차가 문제가 아니라 이미 학력 격차는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대부분 결정된다. 

그래서, '교육은 순결한 백지 위에 그림을 그려 넣는 숭고한 과정'이라는 따위의 수사는 현실에서는 더는 통하지 않는 공허한 구호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교육이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배움에 처음으로 들어오는 아이들의 출발점을 최대한 비슷하게 놓으려는 노력이 절실하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의 예가 이를 뒷받침한다. 예컨대 선행학습이 죄악시 되는 풍경, 부모가 아이들의 학습에 관여하는 것이 비교육적인 것으로 생각되는 문화적 관습, 동료학습자보다 앞서나가려는 경쟁 의식에 대한 경계와 같은 것들 말이다. 

오늘도 공교육의 질을 높인다는 구호가 난무하지만, '공교육의 질'처럼 제멋대로 해석되는 말이 없다. 한편에서는 "공교육 안에 있는 좋은 가정의 아이들을 구한다(특목고, 외고, 자사고, 거점학교 등으로)"는 것으로 해석하고(종종 이렇게 해석하는 사람들은 힘이 있기 때문에 실제로 이 생각은 정책으로 이어진다), 또 다른 편에서는 "일반학교가 정상화되는 것이 바로 공교육의 질 강화"라고 맞선다. 현실에서는 악화일로를 걷는데도 말이다. 아이가 처음 학교에 들어왔을 때 이미 상당한 문화적 격차를 가지고 있는데 그 것을 어거지로 모두 같은 백지 상태라고 생각하며 그림을 그린다? 여기에 그림을 잘 그리는 교사가 능력있는 교사다? 전제가 잘못되면 이것으로 인한 정책도, 전망도 비뚤어지게 마련이다. 

먼저 아이들이 처음으로 학교에 왔을 때 '신비로운 지식의 세계에 들어왔음'을 즐기게 하라. 가급적 많은 아이들이 그래야 한다. 취학 전 선행학습은 이런 측면에서 아동 학대이고 죄악이다. 아동이 학교를 신비로운 지식의 세계라고 느낄 때 교사에 대한 존경과 사랑은 저절로 생긴다. 초중고의 혁신이 무엇을 전제로 하는지 생각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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