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컴지기 칼럼
교육의 주체가 그들의 언어로 미래교육을 상상하는 이야기
전수조사와 CCTV, 안전과 사생활 침해
모집단(구성원) 전부에 대하여 실시하는 통계조사를 전수조사라 한다. 집단의 특성을 잘 반영하여 오차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된다는 단점도 있다. 이 방법을 잘 쓰는 곳은 교육부이다. '학교폭력 피해학생 전수조사', '장기결석 아동 전수조사', '로스쿨 전수조사', '학교 운동장 우레탄 트랙 전수조사', '전국 초·중·고 학생정서·행동특성 전수 조사'... 등이 그동안 교육부의 계획으로 진행된 전수조사이다.
이번에 발생한 섬마을 초등학교 여교사 집단 성폭행 사건에 대해서 교육부는 도서벽지 관사 안전관리 전수조사, 여교사 1인 거주 관사 전수조사를 실시했거나 예정하고 있다고 한다. 전수조사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 외에도 조사 대상자의 정보를 세밀하게 집적·관리 한다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
아울러 전수조사 결과를 잘 해석하고 이에 맞는 대책과 연동하지 않을 경우 '면피용'으로만 끝날 가능성도 있고, 대책을 잘못 세우면 효과는 없고 사생활만 침해하게 될 우려도 있다. 이번에 발생한 섬마을 여교사 집단 성폭행 사건 후에 교육부는 대책 중의 하나로 'CCTV 설치'와 '여교사 도서벽지 신규발령 자제'를 내놓았다.
우선 '여교사 도서벽지 신규발령 자제'의 경우 교육적으로 맞는 것도 아니고 효과적인 해법도 아니다. CCTV 설치의 경우는 어떠한가? 우린 종종 CCTV 덕에 강력사건의 범인을 검거했다는 말을 듣는다. 그래서 쉽게 내어 놓는 방책으로 CCTV 설치만한 것이 없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CCTV를 촘촘하게 설치하여 국민의 안전을 도모하겠다는 발상은 한편으로 그들의 사생활을 세밀하게 들여다보겠다는 발상과 맞닿아 있다.
그러니까 도서벽지 학교 관사에 CCTV를 확대 설치한다고 하면 그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안전이라는 편익을 위하여 정작 그곳에 근무하는 교사들은 사생활을 노출해야 한다. 수도권 시민들은 하루 100회 이상 CCTV에 찍힌다고 한다. 편익을 위하여 사생활 노출을 감당하라는 논리는 몰인권적이며 행정편의적 발상이다.
'전수조사와 CCTV 설치'는 일견 강력한 대책같아 보이지만 근본 해결에서 멀고 사생활 침해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없다. '인권과 안전에 대한 민감성이 부족한' 이 사회의 시민성 정도는 언제라도 비슷한 사건 발생을 예약하고 있다. 사건이 일어난 섬마을의 일부 주민들이 '뭐 그만한 것을 가지고 일을 크게 만들어...', '그 시간에 왜 나와서...', '왜 술을 받아 먹고...' 라고 말을 하는 인터뷰 장면을 보았다.
타인의 고통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못하고, 윤리적 책임감도 없으며, 인권과 안전에 대한 소양이 전무한 상태에서는 아무리 전수조사에 CCTV를 촘촘하게 깔아도 비슷한 사건은 늘 일어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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