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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안내] 교사, 학습공동체에서 미래교육을 상상하다(함영기 지음)
교육의 주체가 그들의 언어로 미래교육을 상상하는 이야기


새학교 첫날, 기억을 붙잡다

교컴지기 | 2014.03.04 03:39 | 조회 7552 | 공감 2 | 비공감 0
전임교와 새학교에서 각각 문자가 한 통씩 왔다. 새학교에서는 시업식 교직원 인사 관계로 아침 8시 반까지 오라는, 그리고 전임교에서는 교무실에서 전출교사 이임인사가 있으니 8시 반까지 오라고 한다. 중대한 착오로 보지 않았다. 상식과 관행대로라면 전임교에 가서 인사를 하고 새학교로 이동하면 될 터이다. 아니나 다를까 새학교에서 공지를 변경한다는 문자가 이어졌다. 전임교 방문 후에 새학교로 오라는... 이 모든 연락은 '디지털 텍스트'로 익숙하게 이뤄졌다. 일터(노동의 장)가 바뀌는 날, 나의 모호한 공간 정체성을 정리해 주는 텍스트였던 셈이다.

새학교는 크다. 48개 학급이 있고, 내가 속한 2학년은 17반까지 있다. 학교 주변을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아파트는, 오래돼 낡았지만 여전히 드높은 자존심을 자랑한다. 교육열이 참으로 높다는 지역의 거대과밀학교, 그곳이 이번에 내가 새로 이동해 간 곳이다. 

일곱 번째 학교이자 어쩌면 교직 평생의 마지막 학교가 될지도 모를 이 곳에서 새학기 준비에 들어간 나는 여전히 서툴다. 교무실의 모든 교사들이 야무지게 학급살이의 시작과 수업 준비를 위해 바쁘게 움직였다. 내 존재는 정교하게 돌아가는 기계의 이물질과도 같았다. 겨우 교무수첩에 아이들 명렬을 적고, 청소나 급식당번 배정 등 첫날 해야 할 필수적인 학급 사무를 근근히 처리하고 나무 젓가락에 번호를 매겨 자리뽑기 제비를 만든 것이 다 였다. 무모하게도 난 부르디외와 기든스의 '세계화의 두 얼굴'을 꺼내들었다. 뭔지 모를 어색함을 달래는 것으로 책에다 코를 박는 것 이상 좋은 것이 없다. 그 와중에도 메신저는 쉼없이 처리해야 할 업무를 쏟아 놓는다. 이미 내 이름이 담임반, 업무분장, 인터폰 번호와 함께 그곳에 등록돼 있다. 확실히 난 '효율적으로' 관리되고 있다. 

사실, 개학 첫날이 아니라면 나눌 수 없는 '교사들의 마음'에 관한 대화를 나누고 싶었다. 새로운 아이들을 어떤 마음으로 만나든지, 설레는지, 그 설렘의 기원은 무엇인지 말이다. 그것이 숨 쉴틈 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공간에서 사치스런 욕구라는 것을 알지만. 그러나 며칠 전에도 호기롭게 말했던 바, 내 생각 속에서 담임의 성의 가득한 일년치 상세한 학급살이 계획은 아이들을 대상화시킨다고 보았다. 내가 가진 틀을 먼저 제시하고, 그 안에 아이들을 가두는 일 따위는 않기로 했다. 관리의 편의를 민주적 시민성과 바꾸지는 않겠다. 지금까지 대체로 그리 해 왔고, 큰 탈이 없었다. 

내가 담임을 맡은 교실에 가 보았다. 햇볕이 아쉬운 음지의 장소. 'ㄷ' 자 형태의 건물 구조의 뒷 부분이다. 경험상 교실은 햇볕이 쨍하니 드는 것이 좋은데, 아쉽다. 세 줄로 도열한 35개의 책걸상과 교실 뒷편의 사물함, 이런저런 낙서가 가득한 게시판, 아직 쓸만한 걸레들, 천장은 방음 처리 되지 않은 콘크리트 벽면, 전위적 자태를 뽐내는 커튼, 케이블과 인터넷 선이 나와 있는 교탁... 잠시 모든 책걸상에 아이들이 앉아 있다 상상하고, 내일 아침에 무슨 이야기를 할까 그려 본다. 거창한 담임의 운영 방침을 내릴 생각은 없다. 다만, '이곳에 귀하지 않은 삶은 없다, 서로 존중하자'는 제안을 정중하고도 진지하게 할 것이다. 

다시 교무실로 돌아오니, 방송이 나온다. 교직원연수가 있으니 도서실로 모이란다. 도서실에 가니 얼추 100명이 넘는 교직원이 모였다. 몇 가지 전달사항과 더불어 '성취평가제'와 '자유학기제'에 대한 강조가 이어진다. 

절대평가를 염두에 두었다는 성취평가제는, 설명을 들을 때마다 최초 발의한 자를 만나 토론을 하고 싶어진다. 가령 교과지식을 단원-소단원-주제로 낱낱이 분류할 수 있고 그 하나의 지식 단위에 대하여 번호를 부여할 수 있으며 그것은 다시 상중하의 성취수준으로 구분할 수 있다는 지식관. 데카르트도 울고갈 지식을 정초하려는 시도가 안스러울 뿐이다. 한편에서는 구성주의니 뭐니 하며 시대와 학습자가 변하고 있으므로 교사와 교수법, 지식관이 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또 다른 한편에서는 지적 절대성과 논리 실증주의를 들이대는, 말하자면 화합할 수 없는 모순을 통해 내용에 부합하지 않는 형식을 채우라고 들이미는 꼴이다. 더 문제는 이렇듯 간단치 않은 교과, 지식, 학습효과에 대한 논쟁점 넘치는 주제들이 어떤 교육적 의미를 갖고 도입되고 있는지 어느 단위에서도 토론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교육과정 재구성과 성취평가제는 어떤 방식으로 조우하게 될지도 궁금하다. 가르치고 배우는 최일선에서 이렇듯 혼란스런 지식관은, 배우고 익혀 내면화되는 참지식이 아니라 단지 '소비되는' 지식으로 교사와 아이들 앞에 낱낱으로 세분화돼 열거된다. 그냥 문장 자체가 지식이고 분리된 생활사태 자체가 경험이라는 것인가? 아울러 이것을 기초로 하여 1학년들은 2학기에 '자유학기제'를 적용한다고 한다. 이미 머리가 복잡해질대로 복잡해진 나에게 설명이 제대로 들어올리 없다. 

연수는 네 시반이나 돼서 끝났다. 다시 교무실의 내 자리. 아직 할 일이 남아 있는 듯한 새학교 적응 첫날의 어색함과, 무엇보다 빨리 이 공간을 벗어나 커피를 진하게 한 잔 타 먹고 싶다는 세속적 유혹이 맞붙는다. 결국 칼퇴근으로 개학 첫날을 마무리해주고, 연구실로 돌아와 커피를 탔다. 빠르게 혈관을 타고 흐르는 카페인. 이제야 내 몸 세포들이 제 각각 위치를 잡으며 안정을 찾는다. 삶의 공간을 이동한다는 것은 사실 설렘보다 스트레스가 더 크다. 많은 분들이 이것을 슬기롭게 잘 극복하지만, 성격이 더러운 나는 30년 경력이 부끄럽게 철부지처럼 잡생각만 하다가 하루를 보낸 꼴이다. 잠시 눈을 붙이고 일어나서 하루의 기억을 붙잡는다. 벌써 새벽 세 시가 넘었다.

부르디외는 "아비투스는 한층 더 정교한 기능을 수행하는데 그것은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의 무의식적인 행동이 정치적인 행동과는 무관한 것으로, 평범하고 일상적인 행위에 불과한 것으로, 그리고 그저 자연스럽고 당연한 움직임으로 느끼게 한다."고 말하면서 여기에 '오인(misunderstanding)'이란 개념을 붙였다. 자기의 몸이 지배질서의 재생산에 기여하고 있음에도 자신은 그것을 모르거나 착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비투스는 지배자와 피지배자 간의 공모 관계를 통하여 지배 질서를 재생산한다(부르디외 & 기든스, 세계화의 두 얼굴, 하상복 저, 김영사, 101-10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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