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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안내] 교사, 학습공동체에서 미래교육을 상상하다(함영기 지음)
교육의 주체가 그들의 언어로 미래교육을 상상하는 이야기


오늘 P와 나 사이에 일어난 일

교컴지기 | 2013.07.02 09:30 | 조회 6725 | 공감 3 | 비공감 0
2년 동안 경계하던 학생, 내 어깨를 주무르다
교육은 기다림으로 희망을 만드는 여정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881634

중학교 3학년인 P, 2년째 나와 수학을 공부하고 있다. 작년 한 해, P와 나 사이는 늘 긴장 상태였다. 수업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수업 시간 내내 잠을 잤다. 깨어있는 시간이 있어야 이야기라도 할 텐데 엎드려 잠을 자고 있는 까닭에 내가 본 것이라고는 가끔 미세하게 움직이는 그의 등이었다. 어쩌다가 잠시 깨어있을 때에도 P는 타인의 접근을 허락하지 않는 무표정과 높은 벽으로 무장한 듯 보였다. 무엇을 물어봐도 대답을 하지 않았고, 물어보고 싶을 때 언제든 질문하라 해도 반응이 없었다. 말하자면 서른 다섯 명 아이 중 P만 투명인간이었다. 

그러니까 P는 '잠자는 것, 수업 준비 안하는 것, 누구와도 대화를 하지 않는 것'을 탓하지 않으면 그 누구와도 갈등하지 않았다. 따라서 아이들도, 선생님들도 그냥 갈등만 피하는 상태를 유지했다. 어쩌면 '방치'였을지도 모른다. P가 수학 수준별 이동수업 D(최하위반)반에 편성되었을 때 약 2개월 간 좀 더 가까이서 그를 관찰할 기회가 있었다. 

일단 대화를 거부하니, 어떤 계기를 만들기 힘들었다. 동기유발을 목적으로 가끔 나누어주는 캔디나 초콜릿 같은 것도 마다했다. 학습부진의 이유를 알아내기 위한 개인 상담 때도 전혀 말이 없었다. "언제든 선생님과 이야기하고 싶으면 나를 찾아 오거라"는 내 말에 그저 고개만 한 번 끄덕였을 뿐이다. 작년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나와 주고받은 소통은 '한 번의 고개 끄덕임' 이것이 모두였다. 

그 사이 1년이 흘렀고 올해 다시 P를 맡았다.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여전히 잠을 잤고, 수업 준비는 되지 않았다. 그의 책상에는 교과서도, 노트도, 필기도구도 없었다. 아주 많은 사연을 안고 있는 아이처럼 보이다가도 어떨 때는 아무 생각도 없는,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있는 듯한 그의 모습에서 오히려 내가 무력함을 느낄 정도였다. 어떻게는 대화를 시도해 보고 싶었지만 그의 견고한 무표정은 그 틈을 허락하지 않았다. 내가 할 수 있었던 것은 '나는 너에게서 관심을 거두지 않았다'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 그것 밖에는 없었다.  

그런데 개강 후 두어 달이 지난 5월 중순, 가끔 녀석과 눈이 마주칠 때 이상한 느낌이 있었다. 작년의 그 적대적이고 불안한 느낌이 아니었다. 어쩌다 시선이 마주쳐도 내 눈길을 피하지 않았다. 표정도 조금 밝아 졌다. 그리고 묻는 말에 대해서 아주 짧았지만 본인의 의사 표현을 했다. 어떨 때는 두 어 문장 이상 말할 때도 있었다. 사실 난 속으로 얼마나 안도했는지 모른다. 말로 표현할 수 없었지만 내가 이 녀석에게 가지고 있었던 연민과 안타까움이 큰 탓이었을 것이다.  

오늘 P와 나 사이에 일어난 일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아이들 수행평가 지도를 하고 있을 때였다. 그러자면 나도 의자에 앉아서 아이들의 문제 풀이 방식을 개별적으로 체크해 주어야 했다. 그런데 갑자기 어깨에 이상한 느낌이 왔다. 누군가가 내 어깨를 정성스럽게 주무르고 있었다. P였다. 꽤 긴 시간 계속됐다. 내가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이니 등으로, 허리로 이동하며 주무르고 두드리고 쓰다듬기를 반복했다. 지난 2년간 P가 어딘가에 이렇게 진지하게 몰입하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지난 2년간 P의 불안했던 모습, 타인을 경계하던 모습이 빠르게 스쳐갔다.   

수업 종료를 알리는 벨이 울렸다. 나는 뒤를 돌아보며 P를 보고 웃었다. P도 웃었다. P는 수줍은 듯 고개를 돌리며 교실 밖으로 나갔다. 녀석의 등이 눈에 들어왔다. 그렇게 쓸쓸해 보이던 P의 등이 좋은 햇볕을 받아 광합성을 하듯 경쾌하게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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