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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컴지기 칼럼
교육의 주체가 그들의 언어로 미래교육을 상상하는 이야기
가끔은 새털같이 가벼운 마음으로 살기
자식들이 어린이를 벗어난지 오래라 어린이날이라고 특별할 것도 없다. 하루를 쉬게 해주니 세상 모든 어린이들께 고마울 뿐. 모처럼 맞은 연 삼일의 휴식 시간중 이틀이 지나고 있다. 오전시간 동안 빈둥거리다가 점심을 맞아 아내하고 간장국수를 만들어 먹고, 청소와 재활용 분리 배출 하고, 인생 후르츠라는 일본 영화를 틀어 놓고 비몽사몽하다가 정신 차리고 마트에 다녀오니 이른 저녁이다.
마감이 박두한 글을 하나 마무리해서 넘겼고, 아직 두 개가 남아 있지만 그래도 급한 불은 끄고 보니 심신의 여유가 조금 생겼다. 내가 살면서 수백 편의 글을 썼지만, 경험상 마감을 놓친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그래서 이젠 마감이 코앞에 닥쳐도 언제나 그랬으니 뭐 어떻게 되겠지 하는 마음이다. 하루 전까지 얼개조차 잡지 못한 경우에도 어떻게든 다 되더라고. 그러니 조바심으로 이리저리 뛰어봐야 남 보기만 우습더라는 이야기.
미루던 페북 친구 정리를 나름 혁명적으로 한 후, 한결 여유로운 마음으로 좋은 글, 특별하고 재미난 글을 찾아 여기저기 기웃거렸다. 650명을 덜어내 여유를 확보하니 '이제 내가 친구 맺고 싶은 사람은 내가 신청해야지' 뭐 이런 자기주도적 페북 활용의 사명감까지 생기는 중이다. 이곳 페북 세상엔 멋있는 사람도 많고, 글 잘쓰는 사람도 많았다. 열정이 넘치는 사람, 삶의 관조가 묻어 나오는 사람, 무엇인가 결핍으로 괴로워하는 사람, 공격하는 사람, 방어하는 사람, 진지한 사람, 유식한 사람, 지혜가 넘치는 사람, 가벼운 사람... 확실히 이곳은 실세계의 축소판이면서도 연출과 각색이 가능한 특별한 곳이구나.
에어 프라이어인지 뭔지에 감자를 넣어 20분 돌리니 맛있는 맥주 안주가 돼서 나왔다. 그거 먹으면서 여유를 부려보는데, 이 여유라는 게, 얼마간은 의도적이고 인위적인 거다. 내가 종종 친한 분들에게 "인생 뭐 있어?" 이런 말을 하는데, 내가 아무리 소문난 일중독자라고 해도, 쉬자고 맘 먹으면 안될 것이 무언가. 일중독자는 나 없으면 적어도 세상이 어느 한구석은 삐걱거릴 것이라 착각하지만, 세상은 내 말, 내 글 없어도 아무렇지 않게 잘 굴러간다. 어떤 경우엔 내가 없어야 더 잘 굴러간다. 그렇다고 해서 애석해 하거나 아쉬워할 하등의 이유가 없는 거지.
오히려, 이곳 저곳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곳에서 한발씩 빼어 봐도 아무런 이상이 없고, 더 나아가 그 누구도 내가 한발 빼고 있다는 것에 신경쓰지 않을 때, 존재의 현주소를 파악할 수 있다. 인간은 누구나 세상의 주인이고 싶어한다. 잊힐까 두려워하는 마음이 세상에 흔적을 남기고 싶은 욕구를 부른다. 그게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아는 사람이 잘 쉰다. 내가 그것에 대하여 무념무상의 경지에 이를 때, 온전한 자유가 있다는 걸 알아가고 있다.
근데 어쩌면 난 이런 원리를 너무 늦게 알았는지도 모른다. 많은 시간 동안 혼자 진지하고, 혼자 쫓기면서 뭐 그렇게 중요한 일씩이나 한다고 허둥대며 살았을까. 물론 이렇게 글을 써놓고 화요일 출근하면 다시 정신없는 하루가 펼쳐지겠지만 말이다. 내가 어떤 조건에 처해있는지가 확실히 내 의식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진리인지라, 의식을 어쩌려고 하는 것보다 조건을 바꿈(물론 이때도 의식은 필요하지만)으로써 의식해방을 꾀하는 삶도 나쁘지 않을 듯해서 말이다.
어떤 일에 대하여 심각하게 괴로운 분들은, 어쩌면 너무 진지해서 일수도 있다는 사실을 아시고 가끔은 "인생 뭐 있어? 전세 아니면 월세지" 정도의 새털같이 가벼운 마음으로 살아보길 권한다.
- 새털같ㅇ.jpg (69.8KB) (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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