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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컴지기 칼럼
교육의 주체가 그들의 언어로 미래교육을 상상하는 이야기
파문 혹은 설렘
3년째 쓰다 말다 하던 글에 다시 손을 대고 있다. 벗들의 재촉에 자극이 왔다. 글의 성격상 연말까지는 완료 하고 싶다. 따로 시간을 낼 수 없으니 주말과 평일 새벽에 모니터 앞에 앉는다. 아주 오래 전부터 공부하는 교사들을 위한 안내서를 쓰고 싶었다. 지금 집중하고 있는 글의 성격은 그것이다.
또 교육사유(2014) 이후 이리저리 쓴 글들이 얼추 한 권 분량을 넘어섰으니 그것도 묶어봐야지 했던 것이 벌써 꽤 됐다. 기다리던 출판사 대표께서 아예 몇 개의 장으로 나누어 배치를 하고는 "자, 이젠 마무리해 보시지요." 이런 것도 벌써 일년 반 전이다.
반쯤 써놓고 묵히고 있는 편지글 형식의 북유럽 이야기는 벌써 두 해 넘게 어디선가 잠자고 있다. 출판사와 정식 계약서까지 쓴 단계에서 그리 됐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편지글의 또 다른 한편에게 너무 미안한 일이다. 초벌까지 해놓은 피어코칭 번역서는 주석 들어갈 시점을 놓쳐 우선 순위에서 밀렸다. 다시 언제 손댈지 기약도 없다. 그렇게 3년 반을 보냈다. 그 사이 펜끝도 무뎌졌다. 아마 삶도 그러했을 것이다.
이리 된 가장 큰 이유는 교사에서 전문직으로 신분이 바뀌어서이고, 또 다른 이유는 현실적으로 차분하게 여유를 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전직 이후 바뀐 정체성을 바탕으로 글을 쓰는 것이 부자연스럽기도 했다. 내 글의 주요 독자들은 여전히 교사들이었다. 그러나 곁에서 친구처럼 이야기하듯이 글을 쓸 때와, 또한 그만하게 받아들여지던 선배교사 컨셉이 더는 가능하지 않다는 점에서 다시 위치를 잡는데 시간이 필요했다.
물론, 여전히, 그런 것 생각 않고 찾아주고 말걸어주는 현장의 많은 선생님들이 있다는 것은 큰 행복이다. 더 남아 있는 것이 없어보일 것도 같은데, 교사일 때와 똑같이 강의와 글을 청하는 선생님들이 있다는 것도 남들은 누려보지 못한 호사라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글을 쓰는 사람으로,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알고 또 독자가 될 분들과 그들이 처한 형편을 이해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때까지 교육에 관한한 기능적 방법과 절차가, 도구적 진단과 처방이 넘치는 것에 관한 비판의 목소리를 죽이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쓸 수 있고, 써야 할 글의 범위도 넓지 않다. 동시에 그러한 글의 독자폭도 넓지 않다는 것을 잘 안다.
새로운 교육활동을 도모하는 누군가가 '교육자들'이란 호칭을 썼다. 교육자들, 교사들이 아닌 교육자들... 네 음절 단어가 나에게는 은밀한 연대감으로 다가왔다. 글을 서둘러 완성해야 겠다는 자극은 이런 데서 온다. 나에게 글이라는 것은 거대하거나 치밀한 계획 아래 있지 않다. 나에게로 오는 환대에 둔감하지 않게 반응하는 것, 예의란 그런 것이다.
그저 일상을 살면서 느끼는 사소함, 그리고 시작되는 작은 파장과 느낌들, 자연스러운 의미 부여, 그리고는 교육의 편에서 해석하는 것, 아마 내가 잘 할 수 있는 글쓰기일 거다. '장학관'으로 불릴 때 나는 정책 생산자의 위치에 선다. 여전히 '선생님', '샘'으로 불러주는 이들이 자꾸 나를 글쓰기로 유인한다.
글의 기본은 내가 누군지 알고, 독자가 누군지 아는 것이다. 우선 글쟁이로서 독자들을 향한 뜨거운 마음이 살아 있다는 것을 전하고 싶었고, 연말쯤에 좋은 글로 만나자는, 또한 그렇게 시작되는 사소한 파문과 작은 설렘을 나누자고 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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