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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컴지기 칼럼

[신간안내] 교사, 학습공동체에서 미래교육을 상상하다(함영기 지음)
교육의 주체가 그들의 언어로 미래교육을 상상하는 이야기


창 밖 매운 바람에도 내 가슴은 벅차다

교컴지기 | 2009.12.29 07:55 | 조회 6784 | 공감 0 | 비공감 0

몇 년만에 해 본 담임 노릇이었다. 일년 동안 최선을 다했다. 일과 중에 요청되는 외부 강의는 모두 거절했다. 불가피한 출장으로 인하여 두 번의 종례에 불참한 것 말고는 일년 내내 종례와 청소 시간에 빠지지 않았다. 청소 시간에는 아이들과 똑같이 빗자루를 들었고, 걸레질을 하면서 무슨 일이든 학급의 일 구성원으로 참여했다. 그것이 담임으로서 나의 학급 운영 방침이었다. 우리 반 급훈은 '나만큼 귀한 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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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컴지기

급식당번도 해 보았고, 주번활동도 해 보았다.  점심 식사는 아이들과 함께 교실에서 먹었다. 일년 동안 나에게 체벌을 받은 친구는 단 한명도 없었다. 아이들과 수시로 문자 교환을 하면서 지지고 볶다가 그렇게 일년이 지나갔다. 아이들도, 나도 큰 아쉬움 없이 방학식을 맞는다.

가정환경이 너무 열악하여 공부하고 싶어도 뒷받침이 되지 못하는 친구도 있었지만 그들과 적극적으로 대화하면서 씩씩하고 낙천적이며 적극적인 성격을 갖도록 하였다. 그래서 우리 반 아이들의 특징이 된 것은 '밝은 모습' 그 자체였다.

돌이켜보면, 서른 다섯 명 사연 없는 녀석이 없었다. 수업일수의 90% 이상을 지각으로 채우고도 늘 당당했던 '훈', 상담치료를 받는 중에도 주변에 대한 배려가 깊어 때때로 담임을 감동시켰던 '연', 지적을 받지 않고는 하루를 넘기지 못했지만 얼굴에는 늘 넓적한 미소를 달고 다녔던 '창', 야단을 맞을수록 튕겨나가지 않고 엉겨붙던 '관'... 모두가 나만큼 귀한 그대들이다.

어디 그 뿐인가? '공부가 인생의 다냐?'를 외치며 온갖 선거에는 다 출마했던 '선', 학급 회장과 전교 부회장까지 지냈고, 이번에는 전교 회장에 출마하여 급기야는 선거유세 중에 노래 한 곡을 쫙 뽑아 표를 호소했건만 결국 고배를 마셨던 네가 은근히 멋져 보였었지. 가수가 되고 싶은 열망이 너무 강하고, 그 준비가 구체적이어서 부모님에게 걱정을 안겨 주었던 '경', 그런 너에게 '교양이 충만한 아티스트가 되려면 공부도 열심히 해야 한다'고 할 수 밖에 없었지만, 정말로 너는 공부를 열심히 했었다. 특히 수학 시간, 엄청난 너의 집중력 앞에서 내가 가끔 놀랐었던 것을 아는지...
         
명랑쾌활 사교의 달인 '리'는 오늘 아침 교무실로 담임을 찾아 왔다. "선생님, 일년 동안 너무 고마웠습니다...!!" 교무실 무거운 공기를 확 깨우는 목소리. '리'는 나에게 선인장을 주고 갔다. 그래, 비록 네가 외모에 신경쓰느라 공부에는 좀 소홀했지만 이런 정도의 사교성이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게다.  선인장은 하트 모양을 하고 있었다. 거실 한 켠에서 '리'의 통통 튀는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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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컴지기
       
그렇게 방학을 맞았다. 내가 왜 아이들에게 '밝은 모습'를 강조했을까? 누군가의 우울한 모습을 봐야 한다는 것, 누군가에게 우울한 모습을 보인다는 것 모두 상대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 생각했다. 공부는 못해도 밝은 모습이어야 할 것. 가슴 속에 희망을 품고 꼭 그렇게 되겠다고 상상할 것. 오늘은 그것을 위하여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것. 지금 상황이 어려울수록 일단 한 번 웃자. 그리고 생각할 때는 깊게. 늘 주변을 돌아보고 대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 성적? 결과에는 관심없다. 중학교 때까지는 '공부하는 방법을 공부'하라. 일년 동안 주로 많이 언급되었던 담임의 말이다. 

"자, 이제 헤어지기 전에 단체사진 한 장 찍자."는 담임의 제안에 교실 뒤켠으로 우루루 몰려간 아이들이 제각각 폼을 잡는다. 평소에 말수가 적었던 '주'도 '성'도 오늘은 V자를 그리며 카메라를 바라보았다. 흠, 얼음공주 '희'는 역시 사진 속에서도 새침 그 자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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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컴지기

사춘기 열병을 심하게 앓아 늘 주변과 소통하기를 꺼렸던 '영'도 사진 속에서는 환하게 웃고 있다. 어린 나이에 과민성 대장증상이 있어 늘 쓰린 하복부를 호소하던 '수', 오늘 네 보조개는 정말 멋지구나. 얼굴은 고딩, 하는 짓은 초딩 '규', 너는 사진 속에서도 영락없는 고딩이다.
우리 반에서 유일하게 휴대폰이 없었던 '원' , 아빠랑 생활을 해야 했지만 너는 꿋꿋했다. 오늘 저녁에 뜻하지 않은 네 문자를 받았다. "선생님~ 저 원이에요. 휴대폰 샀어여..."
 
그 외에도 한명 한명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많다. 그러나 그것보다 좋은 선물은 짧은 방학식이란 것을 안다. 오늘 청소는 담임이 한다! 집으로 가서 푹 쉬거라. 그렇게 겨울방학식은 끝났다. 이제는 텅빈 교실, 창밖에는 여전히 찬 바람이 불고 있었지만 내 가슴은 더 없이 벅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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