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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컴지기 칼럼
교육의 주체가 그들의 언어로 미래교육을 상상하는 이야기
내 안의 욕구와 거짓없이 마주하기, 글쓰기의 시작
글쓰기 특강 준비의 마무리 단계다. 첫 강의에서 나눌 이야기 흐름을 거의 잡았다. 글쓰기에 관한 책도, 글쓰기 전문가들도 넘치는데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조지오웰은 순전한 이기심, 미학적 열정, 역사적 충동, 정치적 목적 등이 글쓰기의 동기라 했다. 글쓰기에 입문하는 사람들의 공통점 중의 하나는 '내 경험에 대한 인정욕구'이다. 이는 한 인간이 갖는 절박한 '삶'의 욕구이기도 하다. 오웰이 인정욕구를 순전한 이기심이라 썼지만, 이것은 인간이 갖는 근원적 욕구다. 문제는 이 욕구를 어떤 방식으로 풀어 놓을까 하는 것이다.
글쓰기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충고는 기본기와 연장을 갖춘 상태에서(스티븐 킹), 글쓰기를 통해 내면을 표현하고(유시민), '나'와 '삶'의 한계를 흔들어 세상에 대고 발언하며(은유), 본질적 자아와 철저하게 마주하라(류대성)는 것이다. 글쓰기에 대하여 한마디쯤 하는 사람들은 모두 이렇게 글쓰기를 통해 자신을 정직하게 직면하고, 그렇게 만들어진 이야기로 세상을 향해 발언하라고 말한다. 모두 좋은 말들이다.
강의를 준비하면서 위와 같은 '좋은' 지침이 글쓰기 입문자들에게는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까를 생각했다. 호흡을 가다듬고, 책상 위를 정리하며, 타인에게 방해되지 않도록 문을 닫아 거는 준비는, 자못 비장하다. 이렇게 접근하면 대부분 '글쓰기는 특별한 사람들이 하는 일'이라는 인식을 굳힐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마련한 꼭지가 '글쓰기 자존감'이다. 전문가들이 말한 글쓰기의 좋은 지침들은 어쩌면 입문자가 부담없이 이야기를 펼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 시작부터 사명감이 폭발하고, 과잉 진지함에 빠지며, 사회적 위치에 자신을 가두는, 그래서 결국 설명과 계몽으로 일관하는 글쓰기로 전락한다. 결심을 굳히고 얼마못가 중단하는 많은 사례를 보았다. 내 글을 통해 무엇인가를 '주고 싶은' 과잉 욕구는 오히려 글쓰기를 방해한다.
일단 쓰고, 쓰고 읽고, 읽고 쓴다. 한 가지 방법은 담담해 지는 것이다. 내가 본 것을 옮기고, 생각을 옮긴다. 힘을 뺀다. 우린 확신에 찬 글을 많이 본다. 비분강개하며 현실을 비판하는 글도 읽는다. 모든 어휘와 문장들에서 확신과 분노를 빼고 담담하게 본 것 그대로, 생각 그대로 쓴다. 그리고 비교해보길 권한다. 확신에 찬 주장과 담담한 글 중 어느 것이 독자들에게 다가갈 것인지. 글을 쓰기 위해 필요한 오직 한 가지 능력을 꼽으라면 '한글'이다. 대표적인 예가 이옥남의 글이다.
큰딸이 온다기에 줄려고 개울 건너가서 원추리를 되렸다. 칼로 되리는데 비둘기가 어찌나 슬피 우는지 괜히 내 마음이 처량해져서 눈시울이 뜨거워지네. 그래도 원추리나물을 뜯어가지고 집에 와서 점심 먹고 아래 밭에 가서 두엄을 폈다. 두엄을 펴면서 집을 바라보니 누가 집으로 들어가기에 큰딸이 온 것 같아서 얼른 일어서서 집으로 오는데 진짜 딸이 왔네. 정말 반가웠지. 그런데 금방 가니 꿈에 본 것 같구나. <아흔 일곱 번의 봄 여름 가을 겨울, 이옥남 씀, 양철북>
글은 아무나 쓸 수 없다는 말은 맞다. 또한 글이야 말로 누구든 쓸 수 있다는 말도 맞다. 시작은 쓰는 거다. 그냥 정직하고 담백하게 생각을 옮긴다. 가능한 꾸미는 말 쏙 빼고 쓴다. 내 생각이 문장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내 생각에 공감해줄 사람이 있음을 믿는다. 잘 치장한다고 좋은 문장이 나오지 않는다. 내가 살아오면서 겪은 경험이 유쾌하거나 불편했거나를 막론하고 사실 그대로 쓴다. 그리고 읽는다. 읽고 또 쓴다. 글쓰기를 시작하려는 당신의 최대 적은 지나친 확신이요, 설득하겠다는 마음이다. 절제와 균형을 잃지 않겠다는 마음이면 족하다.
때로 내가 아닌 타인의 눈으로 내 글을 보라. 주변의 모든 익숙함을 걷어내고 낯설게 보라. 부끄러울 수 있다. 여기서 성장이 일어난다. 글쓰기는 좋은 성장을 위한 도구이다. 내 안의 욕구와 거짓없이 마주하는 것, 글쓰기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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