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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컴지기 칼럼
교육의 주체가 그들의 언어로 미래교육을 상상하는 이야기
교사들의 명함을 만들어준다는 서울교육청
위키백과 검색창에 '명함'을 넣어 보니 '명함(名銜·名啣)은 이름, 주소, 전화번호, 회사명, 직책 등을 기입하여 자신을 설명할 수 있는 역할을 하는 종이'라고 나온다. 아울러 '일반적으로는 이름만 적는데 본인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또는 자격증, 학위 등도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고 돼 있다.
서울교육청은 교사들에게 명함을 만들어준다면서 '교사에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명함을 만들어줘 사기를 올리고 자존심을 회복해주자는 취지'라며 '희망자는 자신의 전문성을 나타낼 수 있는 문구를 넣어 디자인한 명함을 신청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면 '교수학습 전문가', '상담 전문', '미술대전 입선작가', '인성지도 노하우 장기경험자' 등의 문구를 넣은 명함을 통해 자신의 전문성을 드러낼 수 있고 기도 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어떤 사람들이 명함을 적극적으로 돌릴까?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몇 가지의 직업군이 있는데, 영업사원, 선거에 나온 정치인, 변호사 처럼 누군가의 의뢰를 통해 일을 수행하는 자 등 자신의 존재를 적극적으로 알려야 될 필요가 있는 사람들이다. 즉 단순히 자존심과 사기 차원에서 명함을 돌리는 경우는 없다고 보아 무방하다.
그런데도 서울교육청은 교수학습전문가 등의 문구를 넣어 교사들이 명함을 만들면 사기가 올라가고 자존심을 가질 것이라 보고 있다. 떨어진 자존심이 명함 돌리기로 올라갈 수 있다면 이는 정말 획기적인 사기진작책이다. 그것을 생각해 낸 사람이야 말로 탁월한 통찰력의 소유자라 생각한다.
교사의 사기를 올리고 자존심을 회복하는 길은 먼데 있지 않다. 우선 명함으로 사기를 올릴 있다는 어처구니 없는 발상을 하면 사기가 떨어진다. 이런 형식적이고 전시행정 마인드에 사로잡힌 사고부터 거두어들이기를 바란다. 자신의 전문성을 나타낼 수 있는 문구를 넣어 디자인한 명함을 신청하라 하지 말고 교사들이 '수업에 전념함으로써 스스로 전문성을 신장할 수 있도록 소모적 잡무를 줄이는 쪽으로 교사의 업무를 잘 디자인'하면 된다.
교사들의 자존심과 사기는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보람과 긍지를 느끼면 저절로 나온다. 아무리 명함을 잘 만들어 돌린다해도 자신의 일이 소모적인 것에 치중돼 있다 느낀다면 자존심이나 사기가 충천할 수 있을까? 황당한 발상은 거두어 들이고 정말로 교사들의 자존심과 사기를 진작시킬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찾아보기 바란다.
교컴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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