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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컴지기 칼럼

[신간안내] 교사, 학습공동체에서 미래교육을 상상하다(함영기 지음)
교육의 주체가 그들의 언어로 미래교육을 상상하는 이야기


말수 없던 아이 K, 그가 바뀌었다

교컴지기 | 2012.12.24 14:28 | 조회 7001 | 공감 0 | 비공감 0

말수 없던 아이 K, 그가 바뀌었다

앞으로도 나는 너에게 내 곁을 내어줄 것이다

12.12.24 14:07l최종 업데이트 12.12.24 14:07l


 

  글씨를 작게 쓰고, 목소리가 작고, 소설도 쓰고, 노래를 잘 하며, 나를 좋아하던 학생 K
ⓒ sx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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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작품전시회와 체육 축전이 있던 날, 졸업생 K가 다녀갔다. K는 지난해 내가 수학을 가르쳤던 학생이다. K는 말이 없는 편이고, 목소리 또한 작았다. 글씨도 돋보기를 써야 보일만큼 아주 작게, 또박또박 썼다. 지난해, K는 교무실 내 자리에 많이 놀러 왔다. '놀러 왔다'고 표현하는 이유는 K가 내 자리에 와서 상담을 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공부를 한 것은 더욱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놀러 왔다고밖에 달리 표현할 말이 없다.

아마도 한 주에 두 번 정도 찾아 왔던 것 같다. 그냥 작은 의자에 앉아 내가 일하는 것을 보고 있기도 하고, 주초에는 주말에 있었던 이야기를 짧게 하기도 했다. 그렇게 10분 정도 앉아 있다 다시 자기 반으로 돌아가곤 했다. 다른 아이들, 다른 교사들과는 거의 교류가 없었던 아이였다. 나를 따르는 모양이 눈에 드러나 이 놈이 교무실에 나타나면 주변 선생님들이 '아들 왔네요'라고 할 정도였다. 그가 왜 나를 좋아하게 됐는지 물어보지 않았다. 

가끔 어려운 수학 문제를 들고 온 적도 있지만, 이 녀석과의 교류에 공부가 중심이었던 것은 결코 아니었다. 대화를 나눈 적은 많지만 무엇을 조언하거나 진로에 도움을 준 적도 없으니 상담이 아닌 것도 확실했다. 교실에서는 표정이 어둡다가도 나를 만나러 오면 얼굴이 편안해지는 것이 겉으로 드러났다. 

자기가 쓴 소설이라고 작품을 가져오는 적이 있었는데 그럴 때는 이 녀석의 눈이 빛났던 것 같다. 그때만큼은 말수가 많아졌다. 주말에 있었던 이야기를 하면서 '혼자 노래방 가서 한 시간 노래불렀어요'라는 말을 들었을 때 '그래? 잘 했다. 소리도 고래고래 지르면서 불렀니? 혼잔데 뭐 어때...' 이렇게 답했지만 말이 없고 수줍음이 많은 네가 노래방에서 혼자  한 시간 동안 노래를 부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를 생각하면 내 마음도 덩달아 아렸다.

그는 졸업을 했고 전문계 고등학교에 들어갔다. 졸업 후에도 한 달에 한 번은 꼭 찾아온다. 지난해와 꼭 같다. 내가 없으면 동그란 의자에 혼자 앉아 나를 기다리고, 내가 있다 해도 많은 말을 하지 않는 것도 그렇고. 나 또한 많은 것을 묻거나, 말하거나 하지 않았다. 이제 소문이 제법 나서 주변 선생님들이 막내 아들이라고 놀려대기도 했다. 그렇게 잠시 앉아 간단하게 안부를 나누고 돌아가는 것이 벌써 일년이 됐다. 

오랜 교류에도 나는 녀석에 대해 아는 게 그리 많지 않다. 친구가 딱 세 명이 있는데, 가끔 영화를 보거나, 만나서 식사를 하고, 그리고 여름방학 때는 셋이 모여 술을 먹었으며, 글씨를 작게 쓰고, 목소리가 작고, 소설도 쓰고, 노래를 잘 하며, 나를 좋아하고... 이것이 내가 아는 전부다. 초등학교 때 따돌림에 시달렸었다는 얘기도 다른 선생님을 통해 알았다. 내가 가진 역할은 그저 이 놈이 찾아 오는 동안 자리를 내어 주거나, 근황을 물어주고, 말벗이 돼 주는 것이라 생각했다. 

이번에 찾아 왔을 때, 이 녀석이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말수도 좀 늘었고, 다른 선생님께 찾아가 인사를 하고 싶다고 하기도 하고, 또 체육 축전 구경도 같이 했다. 무엇보다 여름방학 동안 춤 연습을 해서 학교 공연에 나간 이야기를 할 때는 이 녀석이 대화를 즐기고 있구나라고 느꼈다. '선생님, 그때 찍은 영상이 있는데 보실래요?'라면서 스스럼 없이 영상을 보여줬다. 영상 속에는 남녀 혼성으로 노래에 맞추어 댄스를 하는 모습이 담겨 있었고, 관객들이 열광하는 소리까지 생생하게 녹화돼 있었다. '제가 무려 다섯 번이나 메인(그룹댄스에서 앞에 서는 것)을 했어요'라는 말을 몇 번이나 한다. 춤 동작도 큼직하고 역동적이어서 보기 좋았다. 

나는 K가 앞으로 어떻게 성장할지, 커서 무엇을 하게 될지 모르겠다. 지금까지 지켜본 바로는 소설을 쓰는 것, 노래 부르고 춤을 추는 것을 확실히 즐기는 것 같다. 지금은 그런 점들이 그냥 고맙다. 앞으로도 K는 찾아 올 것이고 그때마다 나는 작은 미소로 그를 맞이할 것이며, 자리를 내어주고, 근황을 물어주고, 네 이야기를 들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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