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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컴지기 칼럼
교육의 주체가 그들의 언어로 미래교육을 상상하는 이야기
영화 곡성과 불안 조장 사회
영화 곡성을 보면서 힘들었던 것은 해석의 어려움이라든지, 감독의 의도를 알아내기 위해 에너지를 소비했던 것이 아니었다. 결말을 둘러싸고 혹은 영화적 장치들을 다시 떠올리며 난무하는 다양한 해석은 당연히 감독의 의도려니 생각한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관객으로 하여금 미끼를 물게 하고 부단히 혼란을 주면서 연출을 통해 감독이 말하고 싶은 메시지를 던졌다는 평이거나, 아니면 수습에 실패한 엽기호러좀비 영화일뿐이라는 이런 영화 자체에 대한 리뷰가 아니다.
곡성을 보면서 힘들었던 것은 거의 모든 장면 하나 하나가 철저하게 위험과 불안에 노출된 우리 사회의 축소판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감독이 의도한 바와 상관없이 곡성은 사람이 세상을 살면서 '합리적 이성'을 갖는 것, 우주의 질서에 대해 의심을 품는 것에 대하여 부질없다고 말한다.
기술진보를 바탕으로 근대화를 이룬 인류의 업적은 두말할 것도 없이 인간이 합리적 이성을 가진 주체로 우뚝 섰다는 것이다. 합리적 이성은 무엇을 하든 최소의 비용과 시간을 들이는 쪽으로 작동한다. 울리히 벡(1986)은 '산업사회는 재화를 어떻게 분배하느냐에 초점을 두었다면, 위험사회는 해악을 어떻게 분배하느냐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기술진보가 인간을 행복하게 만들어줄 것이라는 믿음, 그로인한 산업의 무한 발달은 보통의 인간들로 하여금 편리함에 상응하는 '위험과 불안'을 감수하도록 작동돼 왔다. 합리적 이성에 바탕을 두고 말이다.
세월호 참사, 가습기 살균제 문제, 약자에게 더 가혹한 범죄나 사고의 빈번한 발생은 특정한 대상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누가 이런 리스크를 관리해 주는가? 그래서 대중들은 '믿음직한 국가'를 선망한다. 현실은 불안을 덜어주는 국가가 아닌 불안을 증폭시키는 국가지만 말이다.
미세먼지를 통한 불안 증폭과 경유차 세금을 올린다는 대책, 삼겹살이나 고등어를 가정에서 구어먹는 '보통 사람'이 미세먼지의 주범이라는 언술들을 보면 더욱 그러하다. 울리히 벡은 과학에 대한 맹신이나 기술진보 등 이성에 대한 맹목적 신뢰를 넘어 '성찰적 근대화'를 주문한다. 종종 성찰은 해야 할 사람과 요구해야 할 사람의 위치를 바꾸어 놓지만 말이다.
영화 곡성에서 합리적 이성으로 무장하고 리스크를 관리해야 할 주체는 경찰 종구다. 그러나 종구는 경찰의 직분을 망각하고 가족주의에 함몰돼 오히려 위험을 부르는 자로 묘사된다. 불안을 제거해야 할 주체가 불안을 주는 존재로 바뀌었을 때 감당해야 할 위험은 참혹한 결말을 부를 뿐이다. 성찰적 근대화를 이루기도 전에 첨단 정보화사회로 진입한 지금, 합리적 이성은 구원의 등불이 돼 줄 것인가, 독이 될 것인가.
종구의 딸 효진은 경찰의 보호를 받는가? 아빠의 보호를 받는가? 종구는 경찰의 자격으로 효진의 고통에 공감하는 것이 아니다. 즉 공적인 관계라기보다 혈연이라는 사적 관계가 작동할 뿐이다. 이것을 역으로 말하면 이 영화에서 가장 약한 자로 묘사된 종구의 딸은 시스템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아빠와 딸'이라는 사적 관계에 의해서만 도움을 받는다.
한편으로 곡성이 빼어난 영화라는 말을 듣는 이유는, 어느 것에도 답은 없다는 것, 위험과 불안은 사람과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는 것, 그러니 교만하지 말라는 메시지로부터 비롯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겸손하다고 해서) 위험이 누구누구는 피해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냥 운명적인 불안의 증폭이다.
근대화 이후 불안과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것은 인간의 기획 속에 들어 있었던 합리적 인과관계에 대한 무한 신뢰가 깨지면서 시작한다. 왜 우리 아이가 하필 가습기 살균제에 노출됐는지, 세월호는 왜 꽃다운 아이들의 생명을 앗아갔는지, 연일 왜 이다지도 참혹한 사고들이 발생하는지... 도무지 예측이 불가하고 인과관계를 따질 수 없는 공포의 세상을 살고 있다.
들이대자 해도 대상이 없고, 의심하고자 해도 풀어줄 이가 없는 세상에서 현대인들은 행복을 나누며 사는 것이 아니라 불안과 공포를 나누며 산다. 영화 곡성은 아무 것도 믿지 말라면서, 의심하지도 말라고 말한다. 누구도 답을 줄 수 없는, 믿고 의지할 곳이 없는 무기력한 시스템만 남았다. 찾아봐도 출구가 없는 각자도생의 길만 남았다고 말한다. 곡성을 보면서 에너지를 과소비한 사람들은 아마도 이런 느낌 때문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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