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김남중.조용철] \"자, 이 숫자가 몇이죠?\"

\"7이요.\"

\"그래요. 그러면 그 수만큼 수박 조각에 방울토마토와 완두콩을 꽂아 볼까요.\"

9일 오전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평안동 \'에디슨\' 어린이집. 음식 놀이를 통해 배우는 수학 시간이다. 강애란(39) 원장의 말이 떨어지자 탁자에 둘러앉은 3~4세 유아들이 고사리 같은 손으로 이쑤시개를 이용해 방울토마토와 완두콩을 수박 조각에 차례차례 꽂았다. 강 원장이 새로운 숫자 카드를 보여주며 과일과 야채를 이용한 \'수놀이\'를 이어갔다. 승표(3)와 도현(3)이가 중간에 \"이제 먹고 싶다\"고 하자 아이들이 키득키득댔다.

옆방에선 당근과 시금치 즙을 넣어 색을 낸 밀가루 반죽으로 동그라미와 세모,네모 모양의 수제비 만들기가 한창이다. \"동그라미 3개, 세모 2개를 차례차례 놓아보세요.\" 보육교사의 말에 따라 하진(4)이가 알록달록한 수제비 조각들을 옮겨놓는다. 수와 순서, 도형의 개념을 가르치는 놀이다. 또 다른 방에선 물오징어가 재료다. 오징어 몸통을 잘라 만든 원 안에 완두콩을 몇개까지 넣을 수 있는지 시합이 벌어졌다. 진구(4)가 \"모두 14개가 들어가요\"라며 맨 먼저 손을 들었다. 강 원장은 \"간단한 요리 놀이를 하면서 아이들에게 수나 도형을 가르칠 때 아이들이 가장 재미있어하고 쉽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유아 자녀를 둔 엄마들이 아이와 늘상 씨름하는 것 중 하나가 \'수학\'이다. 아이가 세 살 무렵이면 엄마들은 \'수 세기\'를 비롯한 자녀의 수학 학습에 직접 나선다. 이 \'엄마표 수학\'은 그러나 숫자와 문장이 아닌 생활 속의 구체적인 실물을 활용할 때 더 효과적이다. 부엌에서 음식물을 놓고 배우는 수학이 그 경우다. \'요리로 배우는 수학놀이\'라는 책을 낸 김은실 교육전문작가의 도움말로 집에서 엄마가 요리.음식으로 아이에게 수학의 원리와 개념을 쉽게 가르치는 방법을 알아본다.

◆ 크기와 도형 알아보기=방울토마토와 일반 토마토 두 종류를 준비해 다듬고 씻는 과정에서 \'크다\'와 \'작다\',\'무겁다\'와 \'가볍다\'라는 개념을 설명해 줄 수 있다.

부피의 개념을 이해하게 하는데는 팝콘이 제격이다. 투명한 가열 용기 속의 튀겨지기 전 옥수수의 부피와 튀겨진 후 옥수수의 부피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다 보면 \'공간을 차지하는 정도\'라는 부피의 개념이 자연스럽게 이해된다.

하트.별.동그라미 형태로 찍어낸 주먹밥을 같은 모양끼리 모아서 접시에 담아보면 도형에 대한 이해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다양한 형태의 어묵 요리도 마찬가지다.

◆ 숫자와 시간 개념 익히기=아이들은 처음 \'시계 읽기\'를 접하면 무척 어려워한다. 이럴 때 요리 놀이를 통해 시간의 의미를 직접 체험하면서 시계 읽기를 병행하면 조금 수월하다. 세 개의 냄비에 각각 계란을 넣고 시간을 달리해 삶았을 때 그 결과가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보면 추상적인 시간의 개념을 구체적으로 실감하게 된다. 김밥 만들기를 하면서는 사칙연산을 다양하게 익힐 수 있다. \"아빠가 엄마보다 2배 많이 먹는단다. 엄마가 11개를 먹는다면 아빠는 몇 개를 먹지?\" \"12개가 남았는데, 우리 네 식구가 똑같이 먹으려면 몇 개씩 먹어야 하지?\"

◆ 단위와 순서 배우기=호박전을 만들면서 호박을 썰어보게 하면 아이들이 무척 좋아한다. 이때 호박 두께를 다양하게 썰어보게 한다. 12㎝ 길이의 호박을 1㎝ 또는 2㎝ 두께로 썰었을 때 각각 몇 조각이 나오는지 세어보게 한다. 호박죽을 쑤어 다양한 크기의 그릇에 순서대로 담는다.아빠는 세 국자, 엄마는 두 국자, 언니는 한 국자 반, 나는 한 국자 하는 식이다. 국자에 물을 가득 부어 계량컵에 용량을 잰다. 한 국자의 양이 50㎖일 경우 각자 먹은 호박죽의 양은 얼마나 되는지 계산해 보게 한다.

김남중 기자 njkim@joongang.co.kr 사진=조용철 기자 youngcho@joongang.co.kr ▶조용철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com/cyc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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