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영화는 크게 보아 두 부류이다.(사실 모든 문화라는 것이 다 그렇지만...)
돈 되는 영화와 그렇지 않은 영화이다. 당연히 감독들은 돈되는 영화를 만들고 싶어 한다.
\"대박\"은 그들의 꿈이자, 영화를 만드는 궁극적인 목적 같은 것이다.

 

그런데, 만들어 봐야 돈이 되지 않는 영화들도 꼭 만들어야 할 이유를 안고 있다.
이런 경우에 당연히 국가가 재정을 담당해야 한다. 삶의 질을 추구하는 나라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이렇게 국가가 돈을 대는 \"공익사업\"의 경우 자칫, 국가의 욕심이
과도하게 개입되어 통치 이데올로기를 전파하는 수단이 되거나, 혹은 \"심하기\" 계도적이어서
재미가 없거나...이러한 가능성을 내포한다. 우선 \"여섯 개의 시선\"은 이러한 우려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좋은 영화\"이자 \"잘 만들어진 영화\"이다. 흥행과 무관하게 말이다.

 

\"여섯 개의 시선\"은 \'인권\'을 주제로 6명의 유명 감독들이 각각 한편씩 맡아,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한 작품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제작을 지원하였지만
감독들은 각기 자기 부분에 대하여 독립성을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뚱뚱해서 고민하는 여고생, 한번의 성범죄로 이웃들의 기피대상이 된 남자, 광화문을 횡단하고
싶은 뇌성마비 1급 장애인, 부모의 천박한 욕심때문에혀 수술을 강제로 받아야 하는 강남 어린이,
주차장 요금 정산소에서 일하는 이뻐서 문제인 아가씨, 한국 공장에 일하러 온 네팔인 아주머니가
영화의 주인공들이다.

 

영화는 이러한 6가지 이야기를 통해 한국 사회의 문제점을 잔잔하게 지적해 나간다. 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때로 공감하면서, 때로는 전율하면서 영화에 몰입하게 된다. 특히, 천박스런
부모의 욕심이 여섯 살 어린이의 혀 수술을 해서라도 영어 발음을 잘 하게 하려는 네 번째 꼭지
\"신비한 영어나라\"에서는 수술장면을 아주 사실주의적으로 표현하고 있기 때문에
소름이 돋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외면하지 말기 바란다. 그 광기의 주연은 다름아닌
우리 자신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여섯 번째 꼭지 \'믿거나 말거나, 찬드라의 경우(Never Ending Peace And Love)\'를
가장 감동적으로 보았다. 1999년, 서울의 한 섬유공장에서 보조 미싱사로 일하던 네팔 노동자
찬드라 구룽은 공장 근처 식당에서 라면을 시켜 먹는다. 뒤늦게 지갑이 없는 사실을 안 찬드라는
계산을 하지 못하고, 식당 주인은 그를 경찰에 신고한다. 경찰은 한국어를 더듬는 찬드라를
행려병자로 취급해, 결국 6년 4개월 동안 정신병원에 수감된다. 찬드라의 시점으로 90% 이상
촬영된 이 영화는 정신병원 의사, 간호사, 경찰, 같이 일하던 외국인 노동자 등 실제인물과
실제인물 같은 배우들이 출연한다. 정신병원 수감 후 현재는 네팔로 돌아가 있는 찬드라를
직접 만나 촬영한 엔딩이 인상적이다.

 

가령 우리 누나가 미국의 어딘가에 가서 이런 취급을 받는다고 하면(당연히 그러한 사례는
무수히 많을 것이다.) 우리는 분노할 것이다. 외국인 노동자의 문제 중에는 찬드라 경우,
혹은 그보다 심한 경우도 많다는 점을 생각하면서 영화를 봐 주었으면 한다. 전반적으로
영화는 독립영화나 단편영화 분위기가 물씬 풍겨 나온다. 롱테이크도 많다. 그런 기법들이
사실감을 더해준다. 오랜만에 열 세살 아들 놈과 몰입하여 영화 한 편을 보았다.

 

사진은 첫 번째 꼭지 \'그녀의 무게(The Weight of Her)\'에서 여고생들이 면접을 보는 장면이다.

언제나 친구, 캡틴
교컴 http://eduict.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