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비리를 고발한 뒤 성추행 사건으로 학교에서 파면된 교사가 법원에서 성추행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11일 수원지법 안산지원 형사 제2단독 정영진 판사는 동료 여교사를 성추행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안산 디지털미디어고 김아무개(37) 교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정 판사는 “김 교사가 경찰 수사 단계부터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며, 이 사건의 유일한 증거인 증인들의 진술이 서로 엇갈려 김 교사의 성추행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무죄선고의 이유를 밝혔다.

김 교사는 지난해 9월14일 동료 여교사 전아무개씨와 학교 행정실장, 학부모 등 6명과 함께 안산의 한 호프집에서 술을 마시다 여교사를 성추행했다는 혐의로 지난해 11월말 고소를 당해 검찰이 벌금형 200만원으로 약식기소했으나, 법원이 직권으로 재판에 넘겼다. 김 교사는 이 사건으로 지난달 25일 디지털미디어고 학교법인인 한솔학원의 징계위원회에서 여교사를 성추행했다는 등의 이유로 파면됐다.

이에 앞서 김 교사는 지난해 9월말 경기도교육청에 대한 국회의 국정감사에서 “학교 이사장이 교사를 채용할 때 금품을 받았다”는 등의 사실을 폭로했으며, 교육부 특별감사에서 이런 내용은 대부분 사실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이아무개(43) 당시 이사장은 구속돼 지난달 6일 수원지법 안산지원에서 교사 채용 대가로 3천만원을 받고 국가지원금 26억여원을 유용한 혐의로 징역 1년6월을 선고받았다.

김 교사는 “과거의 비리 재단이 돈을 받고 교사로 채용한 여교사를 동원해 성추행 사건을 조작했다”며 “나를 파면한 현재의 관선이사진도 새로운 민주적 인사로 재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기도교육청에서 파견된 관선이사는 “김 교사가 동료 여 교사 성추행 혐의로 경찰에 고소되고 재판을 받음으로써 교사로서의 품위를 잃었다고 판단해 징계했다”고 밝혔다.

한겨레 안산/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