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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안] 무늬만 교장 초빙공모제
‘초빙·공모제’어떤 내용 담고 있나 올해 9월부터 전국 51개 학교에서 시범실시된다. 이 가운데 특성화고교 4곳에서만 교장 자격증이 없는 교육공무원, 대학교수, 기업인 등이 지원할 수 있다. 나머지 47곳에서는 현행 초빙교장제와 똑같이 교장 자격증이 있는 교육공무원만 응모할 수 있다.
초빙·공모제 대상 학교는 시·도교육감이 해당 학교와 협의해 지정한다. 학교운영위원회(학운위)가 응모한 교장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1차 심사를 벌인 뒤 순위를 정해 교육감에게 추천하면, 교육감이 심사위원회를 꾸려 최종 결정한다. 해당 시·도 안에서만 지원을 받던 기존 초빙교장제와는 달리, 공모 범위를 전국으로 확대했다. 전북 지역의 학교 교장이 서울에 있는 학교 교장에 지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보직형 교장 공모제와 다른 점은 초빙·공모제가 기존 교장승진제도의 틀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보직형 공모제는 교장 자격증이 없더라도 일정 경력 요건을 갖춘 평교사도 교장이 될 수 있다. 공모 교장 임기가 끝나면 다시 평교사로 돌아간다.
혁신위 교원특위의 합의 시안은 우선 2년 동안 182개 지역교육청별로 두 곳 이상씩 공모제 학교를 운영한 뒤, 점차 확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제도 운영 방식도 큰 차이가 있다. 보직형 공모제는 학운위가 학부모 총회의 동의를 거쳐 시·도교육감에게 신청하고, 공모 교장 임용 심사도 학운위가 맡도록 해, 학교 자치를 강화했다. 초빙·공모제가 교육청(교육감)의 권한을 오히려 강화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어떤 문제 있나 초빙·공모제는 ‘무늬만 공모제’일뿐, 현행 초빙교장제와 거의 차이가 없는 제도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현행 교원승진규정에 따라 점수를 쌓아 교장 자격증을 얻은 교원만 교장에 응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교장 자격증은 없지만 젊고 헌신적인 교원도 교장이 될 수 있는 길을 열어줘, 교원들이 본연의 교육활동보다는 승진 경쟁에 매달리는 폐단을 막자는 공모제의 기본 취지와 근본적으로 어긋난다.
김대유 교육개혁시민운동연대 공동대표는 “현재도 일부 특성화학교에서는 특례제도를 통해 교장 자격증이 없는 외부 전문가가 교장을 맡고 있다”며 “교육부가 기존 초빙교장제에 ‘공모제’라는 옷만 입혀 혁신위 합의 시안에 물타기를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송인수 좋은교사운동 상임총무도 “교육부가 공모제를 수용하는 듯한 모양새를 취하면서 실질적으로는 기존 교장승진제도 지키기에 급급해 하고 있다”며 “기득권에 얽매이지 말고 단위 학교의 교육력 제고라는 측면에서 교장승진제도 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2002년 도입된 뒤 현재 전국 학교의 3.96%에서 실시되고 있는 초빙교장제는 임기가 끝나는 학교 교장이 학운위의 심의를 거쳐 시·도교육청에 초빙교장 학교 지정을 신청하면 교육감이 지정하는 제도다. 학운위가 공모를 통해 교장 자격증을 가진 사람 가운데 2명을 뽑아 추천하면 교육감이 최종 결정한다.
그러나 초빙교장제는 그동안 일찍 교장으로 승진해 정년이 많이 남은 교장들의 임기 연장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교장 임기는 최대 8년(4년 중임)인데, 초빙교장은 임기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교육청 장학사 등 교육전문직에게 교장 자리를 보장해주는 장치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김 대표는 “교육부의 초빙·공모제는 대상 학교 선정 및 응모 교장 심사 과정에서 기존 초빙교장제보다 오히려 교육청의 권한을 강화해 초빙교장제의 폐해가 더 심해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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