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제 화율분교 송승용.신미숙 부부교사가 어린이들과 함께 새로 단장한 학교를 배경으로 환하게 웃고 있다. |
모악산 품에 자리 잡은 조그만 두메산골 분교다.
주변 풍광이 아름다운 데다, 옆에 100년 이상된 성당이 있어 영화 촬영지로도 가끔 활용되는 곳이다.
1908년 설립된 이 학교는 90년대 말 폐교 직전까지 갔다. 이농(離農) 현상으로 한때 300명이 넘던 전교생이 90년대 들어 30여명으로 급감하자 전북도 교육청이 폐교를 결정했던 것이다.
예산 지원이 끊기면서 학교는 흡사 흉가(凶家)처럼 변했다. 건물은 페인트 칠이 벗겨져 흉측하고, 비가 오면 천장에서는 빗물이 흘러내려 책과 노트를 적셨다. 장마 때면 화장실은 오물이 넘쳐났다. 학부모들도 폐교를 수긍할 정도로 포기상태였다고 한다.
그러나 99년 송승용(39).신미숙(37) 부부 교사가 부임하면서 학교는 새롭게 변모하기 시작한다. 경기도에서 10여년 근무하던 宋교사가 몸이 불편한 아버지를 모시기 위해 고향(김제) 근무를 자청, 이 학교로 온 뒤다.
이들 부부는 쓰러져 가던 학교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돈이 없어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페인트 칠을 했다. 건축업을 하는 동문들에게 부탁해 재래식 화장실을 수세식으로 바꿨고, 비가 새는 슬래브 지붕엔 콘크리트로 덧칠을 했다. 아이들과 함께 학교 곳곳에 철쭉.꽃잔디 등을 심었다.
"당장 학교 문을 닫는다 할지라도, 있는 동안은 최선을 다하자며 서로 부추겼습니다."
관사가 없어 전주에서 출퇴근을 하면서도 두 아들(4년.3년)을 이 학교에 입학시켜 주민들에게 믿음을 심었다. 수업이 끝나면 宋교사는 컴퓨터.탁구.축구 등을, 부인 申교사는 자신도 개인강습을 받아가며 아이들에게 가야금.단소 등을 가르쳤다. 교육장을 설득해 프로젝션 TV.멀티미디어 등 학습기자재를 마련했고, 부서져 가던 축구 골대.미끄럼틀.그네도 새로 구입했다.
이런 노력으로 학부모들은 지난해부터 "폐교 반대"로 돌아섰다. 지난해 10월에는 마침내 '폐교 대상 학교'딱지를 떼 교육청으로부터 지원의 길도 열어놓았다.
이농의 가속화로 학생 수는 현재 24명이지만 최근 몇년 새 서울.전주 등 도시에서 10여명이 잇따라 전학올 정도로 '아름다운 학교'가 됐다.
전주에서 올 봄 전학을 온 김하늘(6년)군은 "가재도 잡고 야생화도 보러다니면서 맘껏 뛰놀 수 있어 학교 생활이 너무 즐겁다"고 말했다.
김제=장대석 기자 <dsj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