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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교사의 정체성 찾기

함영기 | 2004.05.17 07:50 | 조회 660 | 공감 0 | 비공감 0
초보교사의 정체성 찾기
[일다 2004-05-17 03:44]


<필자 윤고은님은 경기도 상우고등학교 교사입니다. 스승의 날을 맞아, 교사의 입장에서 현 학교 교육현장에서 느낀 고민들과 일상의 이야기들을 솔직하게 풀어놓은 글을 싣습니다. -편집자주>

 

3월, 첫 발령 후 좌충우돌

 

 ‘교육’에 대한 고민보다는 ‘사범대’라는 말이 주는 폐쇄성에 대해 진저리를 냈던 나. 이런 사람이 교사를 하겠다니. 학생들의 멍한 눈빛이 나를 괴롭게 했다. 마치 너무나 낯선 타인을 대하듯 하는 그 눈빛들.

 

이래선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학생들에게 물었다. 나의 수업이 어떠냐고, 내가 어떤 사람인 것 같으냐고. 냉정하고 다른 사람을 이해하지 못할 것 같다는 이미지, 학생들의 솔직한 대답에 한동안 충격 상태였다. 더 이상 말을 이어갈 수가 없었다. 결론은 하나. 나를 부수어야 할 시점이었다.

 

상담을 시작했다. 30명이 넘는 학생들이 한 사람만 주시하는 우스운 형태를 극복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다. 이름, 주소, 거주형태, 졸업학교 등등의 알맹이 없는 신상정보들은 대체로 무시했다. 일단 나 자신을 공개했다. 젊은 여선생의 특권이랄까, ‘교정’하는 선생보다는 함께 ‘수다 떠는’ 선생의 모습을 의도했다.

 

그리고 최초의 체벌. ‘때려야 말을 듣는다’는 남선생들의 말에는 공감할 수 없었지만, 책임 불이행의 경우 체벌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평소엔 따뜻하면서도 잘못을 어물쩡 넘어가지 않는 선생’이라는 고전법칙을 나도 따라야 할 것 같았다. 주의할 것은 왜 벌을 주는지를 명확히 할 것. “인정할 수 있니?”, “너를 위한 변호를 해봐”와 같은 말로 경계를 명확히 하려 했다.

 

4월의 본 마당

 

첫번째, 성교육과 안티 아우성

 

수업이 아닌 다른 것, 그러나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것. 이것이 바로 성교육이라 판단했다. 현황은 역시 기대 이하였다. “처녀막이란 게 없어요?”라는 놀람들. “에이즈는 동성애자가 걸리는 것 아녜요?”라는 물음들. 어쩌면 10년이 지났어도 그대인가.

 

‘아름다운 우리의 성’이라는 말이 널리 퍼졌다고는 하나 그 말은 실체가 없는 말이다. 실체를 보여주지 않고서도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나 라는 의문이 생겼다. 콘돔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봤다고 하지만, 연애, 결혼, 섹스 등에서 생기는 문제들을 학생들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이런 얘기를 해주는 선생이 전혀 없었다고 했다. 뭐, 당연한 거겠지만.

 

아는 대로, 되는 만큼 얘기했다. 시작은 ‘양성평등 글짓기’를 위한 소스제공이었지만, 판을 더 키워도 될 것 같았다. 처녀막은 허구다, 동성연애라는 말은 틀린 말이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에는 양성애자도 있다, 여자가 담배 피우면 이상하니 등등. 학생들이 어두운 골목길에서 만나는 성기노출범들 모습도 여전했다. 엄마와 차를 타고 가다가 마초한테 욕 듣는 것도 여전했고. 20대 대학생으로부터 사랑한다, 결혼하자는 얘기를 듣고 헷갈려 하는 여고생도 있었다. 위험에 대한 노출 정도는 더 심해지는데 여학생들이 갖고 있는 방패막은 거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꼭 하고 싶은 건, ‘대안 생리대 만들기’다. 마초 구별법, 연애 잘하는 법, 무작정 결혼하지 않는 법 공부하기도 물론이고.

 

두번째, 17대 총선 관련한 시도

 

자칭 국어선생이라고는 하나, 사설과 칼럼을 읽히며 수능에 대비하는 것으로 첫 단추를 끼우는 것은 곤란하다고 봤다. 마침 터진 탄핵정국으로 정치 패러디물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몇 가지를 보여주었다. 이런 데 쓰라고 있는 프로젝션 TV를 십분 활용해서 말이다.

 

한창 유행했던 ‘너흰 아니야’를 들려주고, 둥둥거리는 음악이 흐르며 정치판의 코믹함을 한껏 강화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돌발영상 시리즈를 보여주고, 특히 그 유명한 ‘불륜’ 영상. 전여옥이 누군지도 모르는 학생들이 많았지만, 학교와는 별개로 돌아가는 세상을 이런 식으로라도 접하게 해주는 건 충분히 의미가 있는 일이라 봤다. 헤딩라인의 ‘여의도 말빨리그’ 역시 학생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유시민, 노회찬, 박근혜, 이런 이름들을 일단 들어 보기만이라도 해야지. 이렇듯 재기 발랄한 상상력은 언론사 기자들은 죽어도 못하는 거란다.

 

난 이 말을 해주고 싶었다. “너희들이 공부하는 ‘봉산탈춤’에서 말뚝이가 양반을 놀려먹잖니. 200여년 전에도 이런 게 있었듯이 지금의 너희들도 얼마든지 말뚝이가 될 수 있어. 남자들만 정치에 대해 발언해야 하는 건

 


아냐. 우스운 정치가들에 대한 풍자라는 것, 이거 정말 매력 있지 않니?”

 

세번째, 수행평가와 세미나 하는 방법

 

엄하게 선택한 수행평가 항목, ‘토론하기’.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다가, 대학에 입학해 처음 접했던 세미나 하는 법에 대해 알려주기로 했다. 책이나 자료를 읽고 각자의 고민을 진행한 후 사람들과 함께 대화나누기, 내가 원한 것은 이러했으나 학생들의 모습은 대체로 비슷했다. 찬반 인원이 같아야 점수 안 깎이는 것으로 알고, 사회자의 역할은 유명무실하며, 자료조사는 인터넷을 이용하고, 관련 토론 프로그램이나 책을 읽은 학생들은 하나도 없었다.

 

내기만 하면 만점이니 오죽하랴. 학생들이 고민하는 것들은 ‘0교시, 꼭 해야 하는가’, ‘야간자율학습은 효율적인가’, ‘체벌은 정당한가’ 등으로 비슷했다. 간혹 ‘인간복제’, ‘이라크 파병’과 같은 것들도 있었지만, 정보 나열이나 감정적 의견 표출이 대부분이었다. 학생들을 탓할 수는 없다. 나 역시 그러했고,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므로. 다만 이들이 고민하는 문제들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충분히 정당한 것이며, 더욱 치밀하게 논리적으로 구성되어야 뭔가 변화를 일으키는 일이 가능하다는 것을 말해주려 했는데, 어느 정도 받아들여졌는지는 가늠할 수 없다

.

참, 재미있었던 두 가지는 ‘네이버 지식검색의 정보교환 문제점’을 지적한 것, 그리고 10분 토론의 형식을 빌려 방송처럼 진행한 것이었다. ‘학교’라는 전체주의적인 시스템 하에서 붕어빵으로 키워지는 학생들, 누가 이들의 개성을 지나치게 튀는 것, 예의 없는 것, 수업 분위기 망치는 것이라 함부로 말하는가. 모든 교사들이 고민해야 할 문제다.

 

그리고 5월 15일, 스승의 날

 

제자의 날은 왜 없나, 스승의 날은 왜 12월 15일이 아니고 5월 15일인가, 많은 교사들이 고민해 왔던 화두다. 그러나 어쩌랴, ‘일방적으로 받는’ 스승의 날은 존재하며, 이 날은 어르신들 때문에라도 12월로 바뀔 리 만무하다. 더욱이 소위 ‘전교조’라는 교사들도 몇 년 지나면 받는 것을 당연히 여기는 관성에 빠진 경우가 많고, 그나마 젊은 교사들도 웬만하면 자리를 피하는 것으로 그 불편함을 잊어버린다. 나의 선택은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곧 학생들과의 파티타임이었다.

 

학생 두 명이 나를 데리러 왔다. 복도에 나갔더니 바닥에 종이들이 깔려 있었다. ‘***선생님 오시는 길’. 훗. 교실로 들어가자마자 눈가루 세례가 쏟아졌다. 온 몸이 허옇게 된 채 학생들을 바라보니, 그 민망한 ‘스승의 은혜’라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 우러러 볼수록 높아만 지네”. 나는 참되거라 바르거라 아직 말해 준 바가 없는데.

 

33개의 책상들이 교실 한가운데에 있는 하나의 책상을 둘러싸고 있다. 그 책상 위에는 불이 밝혀진 커다란 케이크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촛불을 후 불어서 끄고 옆에 놓인 선물을 끌러본다. 아아아아. 눈물나게 고맙긴 하지만, 이 민망함은 어찌할 수 없다. 도대체 내가 해준 게 뭐가 있다고 벌써 스승의 은혜에 감사한다는 것이냐, 이 녀석들아.

 

이제부터 내가 급조한 파티타임. 막대사탕 33개에 번호를 매겼다. 모두에게 하나씩 나눠준 후, 33가지의 상품들을 당첨시켰다. 경품 품목들은 바로 긁는 복권, 포장이 독특한 껌, 필수품 건전지, 휴대용 티슈, 생리대, 각종 과자와 음료수들. 여기에 내가 재미있게 읽었던 책 4권을 보냈다. 마지막으로 입시대비용 문제집도 포함.

 

이것이 스승의 날에 같잖은 스승님이 주고픈 마음이었다. 스승의 날이 제자가 받는 날이기도 하다는 거, 나 자신이 준 것이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난 학생들에게 두어 달 동안 받은 것이 참 많았기 때문에 이렇게라도 기쁘게 해주고 싶었다는 거, 5월 15일은 스승과 제자 ‘모두’의 날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나의 마음을 학생들이 알아주기를.

 

“1년 후에 우리가 헤어지게 될 날이 난 벌써부터 눈앞에 어른거려. 내가 그토록 원했던 사람 만나는 일을 너희들이 가능하게 해줬다는 거 아니? 내가 너희들에게 정말 많이 배우고 있다는 것도? 마지막 날에는 내가 울지도 모르겠다. 너희들이 아직 어른이 아니라서 좋아. 사람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그 이상으로 바라봐 주고, 내가 여기 있다는 의미를 찾게 해주어서, 나 지금 이 순간이 좋아!”

 

* '일다'에 게재된 모든 저작물은 출처를 밝히지 않고 옮기거나 표절해선 안 됩니다.

ⓒ www.ildaro.com

여성주의 저널 '일다' 윤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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